오늘도 어김없이 혼밥 메뉴를 고민하다 문득 이곳이 떠올랐다. 보성군청 근처에 자리한 이곳은 이름만 들어도 정감이 가는 ‘안심식당’이라 불린다. 겉보기엔 허름해 보일지 몰라도, 한번 발을 들이면 잊을 수 없는 맛과 푸짐함으로 나 같은 혼밥족의 마음을 사로잡는 곳이다.
점심시간이 조금 지난 터라 다행히 북적임은 덜했다. 가게 안으로 들어서자 은은한 조명 아래 나무 테이블들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특히 기억에 남는 건 가게 벽면에 걸린 오래된 메뉴판이었다. 수십 년은 족히 되어 보이는 저 메뉴판에는 이곳의 내공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듯했다.

보통 혼밥을 하러 가면 가장 신경 쓰이는 부분이 바로 ‘자리’와 ‘분위기’다. 아무래도 혼자 앉으면 눈치가 보이거나, 1인분 주문이 어렵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먼저 들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곳은 그런 걱정을 할 필요가 전혀 없었다. 테이블마다 넉넉한 공간이 있었고, 창가 쪽으로 나란히 놓인 자리 덕분에 혼자 와도 전혀 어색함 없이 편안하게 식사를 즐길 수 있었다. 마치 동네 친구 집에 온 것처럼 자연스러운 분위기랄까.

벽면 한쪽에는 이곳의 자랑이라는 메뉴판이 걸려 있었다. 짱뚱어탕, 대구탕, 꼬막비빔밥, 돌솥비빔밥 등 익숙하면서도 정겨운 메뉴들이 가득했다. 가격 역시 부담스럽지 않았다. 돌솥비빔밥은 9,000원, 꼬막비빔밥은 10,000원으로, 푸짐한 전라도식 상차림을 생각하면 더할 나위 없이 합리적인 가격이었다.


무엇을 먹을까 잠시 고민하다, 리뷰에서 가장 많이 언급되었던 ‘짱뚱어탕’을 주문했다. 혼자 왔기에 1인분 주문이 가능한지 살짝 염려했는데, 이곳은 당연하다는 듯이 1인분도 흔쾌히 내어주셨다. 역시 혼밥 하기 좋은 식당이라는 명성은 괜히 얻은 게 아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주문한 짱뚱어탕이 나왔다. 뚝배기 가득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짱뚱어탕은 그야말로 군침 도는 비주얼이었다. 짙은 국물 위로 부드러운 짱뚱어 살점과 각종 채소가 듬뿍 담겨 있었다.

밥 한 숟가락을 큼직하게 떠서 탕 국물에 적셔 먹으니, 입안 가득 퍼지는 깊고 진한 맛이 일품이었다. 짱뚱어 특유의 비린 맛은 전혀 느껴지지 않고, 구수하면서도 얼큰한 국물이 속을 든든하게 채워주는 느낌이었다. 마치 할머니가 끓여주신 뜨끈한 집밥을 먹는 듯한 편안함과 만족감이 밀려왔다.

곁들여 나온 밑반찬들도 하나같이 정갈하고 맛있었다. 특히 새콤하게 양념된 세발나물은 탕과 함께 먹으니 입맛을 돋우는 데 제격이었다. 전라도 음식 상차림답게 7가지나 되는 푸짐한 반찬은 그야말로 밥도둑이었다.
함께 시켰던 제육볶음도 빼놓을 수 없는 맛이었다. 불향 가득한 제육볶음은 매콤달콤한 양념이 밥과 환상의 궁합을 자랑했다. 쌈 채소에 싸서 한입 가득 넣으니 스트레스가 확 풀리는 기분이었다.
다른 테이블에서 주문한 돌솥비빔밥과 꼬막비빔밥도 시선을 사로잡았다. 특히 돌솥비빔밥은 지글지글 소리를 내며 등장했는데,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돌았다. 다음에는 비빔밥도 꼭 먹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신없이 밥을 먹다 보니 어느새 뚝배기가 바닥을 보였다. 뜨끈한 국물과 든든한 밥, 그리고 푸짐한 반찬까지. 정말 오랜만에 제대로 된 집밥을 먹은 듯한 만족감이 들었다. 1인분 주문도 눈치 보지 않고 할 수 있고, 혼자서도 편안하게 식사할 수 있는 이곳은 나 같은 혼밥족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소중한 보물 같은 곳이다.
보성읍에 들를 일이 있다면, 혹은 든든하고 맛있는 한 끼를 혼자서라도 즐기고 싶다면 이곳을 꼭 추천하고 싶다. 군청 구내식당을 연상케 하는 정겨운 분위기와 엄마 손맛 가득한 음식은 분명 당신의 마음까지 따뜻하게 채워줄 것이다. 오늘도 혼밥 성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