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경복집: 복어 한 점의 아쉬움, 병어의 달큰함으로 달래다

새벽 잠에서 깨어나는 시간, 하루를 시작하는 동네 어귀를 걷다 보면 어느새 익숙한 풍경들이 말을 건네곤 한다. 쌀쌀한 아침 공기를 가르며 걷다 보면, 문득 속을 따뜻하게 채워줄 한 끼가 그리워진다. 그렇게 발걸음은 자연스레 동경복집으로 향했다. 오래된 간판이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이곳은, 늘 묵묵히 자리를 지키며 사람들의 허기를 달래주는 그런 동네의 터줏대감 같은 곳이다. 2001년부터 이 자리를 지켜왔다는 간판이 왠지 모르게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

동경복집 외관
오래된 간판이 정겨움을 더하는 동경복집의 전경

문을 열고 들어서자, 은은한 조명 아래 정갈하게 차려진 식탁들이 눈에 들어왔다. 벽면에는 복어 요리의 향연을 담은 사진들과 함께 ‘한국인의 밥상’이라는 문구가 정겹게 걸려 있었다. 젊은 사장님께서는 차분한 사투리로 인사를 건네며 손님을 맞았다. 왠지 모르게 편안하고 따뜻한 기운이 감도는 이곳은, 바쁜 아침 시간에도 불구하고 든든한 식사를 위해 찾아온 사람들의 모습으로 채워지고 있었다.

계란찜
부드러운 질감이 돋보이는 계란찜

따뜻한 차와 함께 나온 계란찜은, 보들보들한 식감이 입안 가득 퍼지며 위를 부드럽게 감싸 안았다. 마치 어린 시절 할머니가 끓여주시던 계란찜처럼, 익숙하면서도 포근한 맛이었다. 갓 지은 하얀 쌀밥과 함께 나온 김치 또한 눈길을 끌었다. 빛깔 고운 김치는 보기만 해도 침이 고이는 듯했다.

김치
먹음직스러운 빛깔의 김치

하지만 오늘 나의 여정을 이끌어갈 메인 메뉴, 복어국에 대한 기대감은 다른 곳을 향해 있었다. 문득, 복어국을 앞세운 수많은 식당들의 메뉴판이 떠올랐다. 이곳의 메뉴판에는 복어탕, 복어 지리, 복어 맑은탕, 참복국 등 다양한 복어 요리들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 특히 17,000원이라는 가격이 눈에 띄는 참복국은 어떤 모습일지 궁금증을 자아냈다.

주차 안내 표지판
주차 공간에 대한 안내

식당의 위치를 파악하기 위해 주변을 둘러보았다. 파란 하늘 아래, 주차 안내 표지판이 덩그러니 놓여 있다. 복잡한 도심 속에서 잠시나마 여유를 찾을 수 있는 곳임을 짐작게 했다.

잠시 후, 내가 주문한 참복국이 나왔다. 뚝배기 안에는 맑고 투명한 국물 위에 싱싱한 파와 각종 채소들이 듬뿍 담겨 있었다. 밥 한 그릇과 함께 나온 복어국은, 보기만 해도 속이 시원해지는 듯한 청량감을 선사했다. 맑은 국물 위로 동동 떠 있는 파와 채소들이 마치 한 폭의 수채화를 보는 듯했다.

복어국
싱그러운 채소와 맑은 국물의 조화가 돋보이는 복어국

숟가락으로 국물을 떠 맛보았다. 시원하고 개운한 국물 맛은 기대 이상이었다. 진한 복어의 풍미가 입안 가득 퍼지며, 쌀쌀한 아침의 몸을 사르르 녹여주는 듯했다. 마치 깊은 바닷속의 시원함을 그대로 담아온 듯한 느낌이었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국물 속에 숨겨진 복어 살점을 찾기 위해 숟가락을 더듬었다. 맑은 국물과 채소들 사이로 보이는 것은… 뼈와 지느러미뿐이었다. 17,000원이라는 가격을 생각하면, 실망감이 밀려왔다. 뼈만 앙상하게 남은 복어의 모습은 마치 뼈다귀 해장국을 연상시킬 정도였다. ‘이것이 17,000원짜리 맹물인가?’ 하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분명 복어국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는데, 복어 살점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밑반찬
다양한 구성의 밑반찬들

함께 나온 밑반찬들을 살펴보니, 김치 외에도 푸릇한 나물과 붉은 양념이 버무려진 생선 조림, 그리고 샛노란 덩어리가 눈에 띄었다. 이 샛노란 덩어리의 정체는 바로 버터였다. 뜬금없는 버터의 등장에 잠시 의아했지만, 어떤 용도로 나오는지 그저 추측할 뿐이었다.

이윽고, 붉은 양념이 먹음직스럽게 버무려진 생선 조림을 맛보았다. 바로 병어조림이었다. 사이즈는 작았지만, 그 맛은 기대 이상이었다. 달큰하면서도 매콤한 양념이 짭짤하게 배어든 병어 살점은 입안에서 부드럽게 녹아내렸다. 밥도둑이라는 말이 절로 나올 만큼, 밥 한 숟가락 위에 올려 먹으니 그 맛이 일품이었다. 복어국에서의 아쉬움을 병어조림이 훌륭하게 채워주는 순간이었다.

그래도 복어국에 대한 미련을 버릴 수 없어, 젓가락으로 국물 속을 다시 한번 뒤져보았다. 복어 뼈 사이사이, 아주 작은 살점 조각들이 간간이 보였다. 겨우 찾아낸 몇 점의 살점은… 뼈에 붙어 있는 최소한의 양이었다. 씁쓸한 마음으로 초장을 곁들여 보았다. 어쩌면 복어 뼈를 초장에 찍어 먹으라는 뜻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17,000원이라는 가격에 대한 의문은 점점 커져만 갔다.

하지만, 복어국에 대한 아쉬움도 잠시, 함께 나온 다른 반찬들에 눈길이 갔다. 고소한 맛이 일품인 이 반찬의 정체는 바로 갓 지은 밥과 함께 나온 듯한 샛노란 계란찜이었다. 보들보들한 질감과 은은한 단맛은, 짭짤한 음식들과 곁들이기에 더없이 좋았다.

이곳의 또 다른 매력은 바뀌는 반찬에 있는 것 같았다. 어떤 날은 병어조림이, 또 다른 날은 다른 생선 조림이 나올 수 있다는 설명은, 다음에 방문할 기회가 생긴다면 또 다른 맛을 경험할 수 있다는 기대감을 심어주었다. 사장님의 차분한 사투리와 친절한 응대는, 굳이 메뉴에 대한 불만을 이야기하지 않아도 마음을 편안하게 했다.

결론적으로 동경복집은, 복어국에 대한 기대치만 조금 낮춘다면 충분히 만족스러운 식사를 할 수 있는 곳이었다. 17,000원의 참복국은 분명 아쉬움이 남았지만, 잘 조리된 병어조림과 정갈한 밑반찬들은 그 아쉬움을 충분히 달래주었다. 무엇보다 젊은 사장님의 친절함과 편안한 분위기는, 이른 아침 든든한 식사를 하기에 더없이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었다. 동네 맛집으로서, 꾸준히 사람들의 곁을 지키는 동경복집은, 오늘 나의 아침 식사를 따뜻하고 든든하게 채워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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