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이 따사로운 어느 날, 문득 발길이 닿은 곳은 경남 밀양의 한적한 동네였다. 여행의 설렘은 늘 낯선 곳에서의 특별한 경험을 기대하게 한다. 특별히 계획했던 것은 아니었지만, 오래전부터 눈여겨봐 두었던 밀양의 중식당, ‘장사부’를 향했다. 가게 앞에 도착하니, 이미 창문을 통해 흘러나오는 맛있는 냄새가 식욕을 자극했다. 가까운 공원에 잠시 차를 세우고, 과연 이곳이 어떤 맛을 선사할지 궁금증을 안고 문을 열었다.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묘한 공기가 감돌았다. 이미 몇몇 테이블에는 손님들이 앉아 있었고, 주말 오픈 시간에 맞춰 온 터라 약간의 대기 팀이 있었다. 하지만 곧이어 눈 앞에 펼쳐진 풍경은 예상과는 조금 다른 모습이었다. 직원분들이 바삐 움직이는 가운데, 누군가의 따뜻한 인사 한마디를 기대했던 나에게는 다소 낯선 풍경이었다. “안쪽부터 앉으세요”라는 안내에 따라 자리를 잡고 앉으니, 그때부터 진짜 이야기가 시작되는 듯했다.
우리가 주문한 메뉴는 쟁반 짜장, 짬뽕, 그리고 미니 탕수육이었다. 먼저 나온 단무지와 양파를 보며 문득 고개를 갸웃하게 되었다. 양이 너무 적었기 때문이다. 셀프 시스템이긴 하지만, 이렇게까지 양을 적게 주는 것은 조금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묵묵히 식사를 준비하며 각자의 기대를 안고 기다렸다.
드디어 기다림 끝에 나온 쟁반 짜장. 한눈에 보기에도 신선한 채소들이 먹음직스럽게 어우러져 있었다. 첫 입을 맛보니, 적절한 단맛과 풍부한 채소의 조화가 입안을 가득 채웠다. 짜장 소스는 과하지 않게 달콤하면서도 깊은 풍미를 자랑했고, 함께 볶아진 채소들은 살아있는 듯 아삭한 식감을 더했다. 낯선 공간에서의 첫 메뉴가 이렇게 괜찮은 맛으로 시작되니, 아쉬웠던 쟁반의 양은 잠시 잊을 수 있었다.

이어 나온 탕수육은 찹쌀 옷을 입고 큼지막한 덩어리로 모습을 드러냈다. 하나씩 잘라 먹는 재미가 있었는데, 겉은 바삭하면서도 속은 쫄깃한 찹쌀 탕수육의 정석이었다. 우리가 흔히 기대하는 바로 그 맛. 하지만 탕수육과 함께 나온 간장은 조금 아쉬움을 남겼다. 맛간장 베이스인지 단맛이 강하게 느껴졌고, 희석된 듯 묽은 느낌이 찹쌀 탕수육의 풍미를 조금 가리는 듯했다. 또한, 곁들여 나온 고춧가루는 고운 입자가 아닌 굵은 입자여서 간장에 충분히 섞이지 않고 둥둥 떠다니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문제는 짬뽕이었다. 짬뽕을 한 숟갈 떠먹는 순간, 나의 예상과는 전혀 다른 맛에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내가 알던 짬뽕이 맞나?’ 싶을 정도로, 이곳만의 독특한 풍미가 있었다. 혹자는 이것이 고기 짬뽕이기에 나는 그 맛을 제대로 느끼지 못한 것이라 말할 수도 있겠지만, 내 입맛에는 마치 목초액이나 화미유를 과하게 사용한 듯한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덕분에 신선한 해물이나 채소 본연의 맛은 희미해지고, 붉은 기름 맛만이 입안을 맴도는 듯했다. 짬뽕 국물의 진함은 인정할 수 있었지만, 그 진함이 재료 본연의 맛을 덮어버린 것은 아쉬웠다.

더불어 면의 식감도 아쉬움으로 남았다. 짜장면이든 짬뽕면이든, 중화면 특유의 탄력 있는 식감이 너무 강했다. 마치 알단테(al dente) 상태로 삶아진 듯, 씹을수록 쫄깃함이 느껴졌는데, 이는 오히려 소화에 부담을 주었다. 식사를 마치고 나서도 한참 동안 소화가 되지 않아 저녁 식사를 늦게 해야만 했다.

이렇게 나의 장사부 방문은 기대와는 조금 다른 경험으로 마무리되었다. 유명세에 비해 음식의 맛이나 직원들의 친절함에서는 아쉬움이 많이 남았다. 특히 짬뽕에서 느낀 낯선 풍미와 면의 식감은 다음 방문을 망설이게 하는 요인이었다.
하지만, 이 모든 경험이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었다. 긍정적인 면도 분명 존재했다. 다른 리뷰에서 보았던 불맛 나는 볶음 짜장이나 짬뽕 국물의 진한 맛, 그리고 두툼한 탕수육은 분명 이곳의 매력이라 할 수 있다. 특히 큼지막한 덩어리로 나온 탕수육은 씹는 맛이 좋았다는 점은 인정할 수밖에 없다.

다른 방문객들의 리뷰를 살펴보면, 볶음 짜장은 맛이 괜찮았다는 평이 많았고, 짬뽕 국물은 불맛이 나서 좋았다는 의견도 있었다. 쟁반 짜장은 맛은 괜찮았지만 양이 많지는 않다는 점도 언급되었다. 또한, 이곳에서는 고기밥을 무료로 제공한다고 하는데, 아쉽게도 배가 불러 시도해보지 못했다. 다음에 다시 방문하게 된다면 꼭 맛보고 싶은 메뉴 중 하나다.

정말 아이러니하게도, 다른 리뷰에서는 ‘불향에 아낌없는 해물까지 넘 맛있었다’는 긍정적인 경험도 있었다. 특히 중화 비빔밥에 대한 칭찬도 많았는데, 나는 이번에 비빔밥을 맛보지 못했다. 밀양의 근처 공원을 산책하다가 우연히 발견한 이곳의 ‘불향’에 대한 이야기는 강한 인상을 주었다. 그래서인지, 이번 방문은 분명 아쉬움이 남았지만, 동시에 다른 메뉴들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하기도 했다.
처음 경험했던 짬뽕의 맛은 분명 아쉬움으로 남았지만, 함께 곁들여진 콩나물과 깨소금의 조화는 묘하게 어우러졌다. 볶음밥이나 비빔밥 메뉴에 대한 기대감을 더하게 하는 부분이었다.
이곳 장사부는 분명 매력적인 메뉴들을 가지고 있는 곳임은 분명하다. 겉모습에서는 엿볼 수 없었던, 혹은 리뷰만으로는 알 수 없었던 그들만의 개성과 맛이 존재한다. 다음번에 밀양을 다시 찾게 된다면, 쟁반 짜장의 양에 대한 아쉬움과 짬뽕의 낯선 풍미를 뒤로하고, 꼭 중화 비빔밥이나 궁금했던 고기밥을 맛보고 싶다. 그때는 오늘 느꼈던 아쉬움 대신, 진정한 ‘장사부’의 맛을 발견하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