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군산 나들이를 계획하며 꼭 들러야 할 곳을 꼽으라면, 단연 이성당이다. 대한민국 현존 최고(最古) 빵집이라는 타이틀에, 군산 이성당, 대전 성심당, 안동 맘모스제과를 3대 빵집으로 꼽는 이야기까지 익히 들어왔기에. 이성당은 단순히 유명한 빵집을 넘어, 제각각의 매력을 가진 지점들과 전국적인 분점의 존재감이 남다르다는 점, 그리고 무엇보다 ‘단팥빵’과 ‘야채빵’이라는 시그니처 메뉴 앞에 늘 늘어선 긴 줄이 만들어내는 풍경이 궁금증을 자아냈다. 혼자서도 눈치 보지 않고 빵을 맛볼 수 있을까, 1인분 주문은 가능한지, 혼밥하기 좋은 좌석이 마련되어 있는지 등 솔로 다이너의 고민을 안고 설레는 마음으로 군산 본점으로 향했다.
도착한 시간은 오후 4시 30분. 평일 오후임에도 불구하고 매장 앞은 이미 많은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역시나 단팥빵과 야채빵 코너였다. 마치 명절 대목이라도 온 듯, 쟁반 가득 빵을 담아 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인상 깊었다. 처음에는 딱 맛만 보자는 생각으로 단팥빵 두 개, 야채빵 두 개만 사려고 했는데, 왠지 모를 눈치 아닌 눈치에 4개씩, 총 8개를 쟁반에 올렸다. 사실, 혼자서 이 많은 빵을 먹을 수 있을까 싶었지만, 다른 사람들의 구매 행렬에 휩쓸리다 보니 자연스레 그렇게 되었다.

이곳의 또 다른 특징은, 유명한 단팥빵과 야채빵 외의 다른 메뉴들은 별도의 대기 줄 없이 매장 안쪽으로 들어가서 구매할 수 있다는 점이다. 덕분에 시그니처 메뉴를 기다리는 동안, 매장 안을 둘러보며 다른 빵들도 구경할 수 있었다. 아기자기한 쿠키부터 크림빵, 케이크까지 종류가 매우 다양했다.
드디어 차례가 되어 갓 나온 단팥빵과 야채빵을 손에 쥐었다. 겉보기에는 큰 차이가 없어 보이지만, 묘하게 야채빵의 볼륨감이 더 살아있는 느낌이었다. 야채빵을 먼저 맛보았다. 씹을수록 고소함이 퍼지는 빵 속에 볶은 양배추와 갖은 채소가 잘게 다져 들어가 달짝지근하면서도 아삭한 식감이 살아있었다. 마치 볶음밥을 먹는 듯한 풍성한 식감과 맛에 절로 감탄사가 나왔다. 이어서 단팥빵을 한 입 베어 물었다. 팥앙금은 너무 달지 않고 적당한 단맛과 팥 본연의 구수함이 잘 어우러져 있었다. 하지만 야채빵의 강렬함에 비하면, 특별함이 덜하게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었다. 포장 방식도 야채빵은 봉긋한 모양을 유지했지만, 단팥빵은 팥의 무게 때문에 납작하게 눌리는 모습이었다. 혼자 식사할 때는 단팥빵보다는 야채빵이 볼륨감과 맛, 두 마리 토끼를 다 잡는 선택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로 옆 제과 코너에서는 형형색색의 쿠키들이 먹음직스럽게 놓여 있었다. 투명한 용기 안에 빼곡히 담긴 쿠키들은 겉보기에도 바삭해 보였다. 견과류가 듬뿍 박힌 쿠키부터 건과일이 들어간 쿠키까지, 종류도 다양했다. 혼자 방문했기에 이 많은 쿠키를 다 맛보기는 어렵겠지만, 몇 가지 맛만 골라 담아도 훌륭한 간식이 될 것 같았다.

물론, 이성당에만 좋은 기억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빵을 구매하는 동안, 대기 줄에서 잠시 옆을 봤는데, 한 중학생 아이와 어머니로 보이는 분이 말다툼을 하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직원이 안내하는 대로 섰음에도 불구하고, 어머니의 날카로운 말투에 아이는 잔뜩 주눅 든 모습이었다. 이성당은 분명 맛있는 빵으로 유명하지만, 때로는 이런 작은 불친절함이 방문객에게는 큰 불편함으로 다가올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물론, 그분은 직원에게 불만을 표출한 것은 아니었지만, 조금 더 따뜻하고 친절한 응대가 있다면 좋겠다는 아쉬움이 남았다.
빵을 산 후, 매장 내부의 카페 공간으로 자리를 옮겼다. 평소처럼 혼자 밥 먹는 사람이라도 편안하게 앉을 수 있는 테이블과 좌석이 마련되어 있었다. 따뜻한 조명 아래, 빈티지한 느낌의 테이블과 의자들이 아늑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테이블마다 놓인 크리스마스 분위기의 컵은 연말 분위기를 더했다. 이성당 본점은 롯데몰 수지점과는 또 다른, 오랜 역사와 전통이 느껴지는 특별한 공간이었다.

카페 공간에서는 빵뿐만 아니라 팥죽과 샌드위치 등 간단한 식사 메뉴도 판매하고 있었다. 특히 추천 메뉴로 놓여 있던 팥죽은 왠지 모르게 끌렸다. 따뜻한 팥죽 한 그릇과 함께 빵을 맛보기로 결정했다. 팥죽은 일행당 한 개씩만 주문해도 충분히 달콤한 맛을 즐길 수 있다는 설명이 있었다. 큼직한 그릇에 담겨 나온 팥죽은 진한 팥색깔에 하얀 떡, 콩, 그리고 건과일이 고명으로 올라가 있어 먹음직스러웠다. 숟가락으로 뜨자마자 느껴지는 부드러움과 따뜻함. 한 입 떠먹으니, 팥 본연의 구수함과 은은한 단맛이 입안 가득 퍼졌다. 떡은 쫄깃쫄깃하고, 콩은 고소해서 팥죽의 맛을 더욱 풍성하게 했다. 빵만으로는 부족할 수 있는 든든함까지 채워주는 완벽한 선택이었다.

이성당에서는 샌드위치도 판매하고 있었는데, 다양한 속재료를 활용한 샌드위치들이 눈길을 끌었다. 빵과 함께 샌드위치를 주문했다면 꽤 든든한 한 끼 식사가 될 것 같았다. 다양한 종류의 빵과 함께 샌드위치, 팥죽까지 갖춰져 있어 혼자 방문해도 선택의 폭이 넓다는 점이 매우 만족스러웠다.

저녁 6시쯤, 야채빵을 추가로 사러 갔을 때 이미 품절이었다. 이성당의 시그니처 메뉴인 야채빵은 저녁이 되면 금세 동이 나는 듯했다. 반면, 단팥빵은 비교적 재고가 넉넉해 보였다. ‘기차길’이라는 이름의 빵에서 실망했던 마음을 이성당이 위로해주었다는 방문객의 후기가 떠올랐다. ‘기본에 충실한 한국 대표 빵집’이라는 말이 정말 와 닿는 순간이었다.
군산 이성당은 혼자 방문하기에도 전혀 부담 없는 곳이었다. 1인분 주문이 가능한 팥죽과 샌드위치, 그리고 빵은 언제든 편하게 즐길 수 있다. 매장 내부에는 테이블석이 충분히 마련되어 있어, 빵을 사서 바로 앉아 먹고 가기에도 좋았다. 비록 긴 대기 줄은 감수해야 하지만, 그 기다림조차 이성당을 경험하는 과정의 일부라고 생각하면 즐겁다.
매장 앞에는 넓은 야외 주차장이 마련되어 있어 자가용 방문객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주말에는 군산 관광버스 안내소에서 5천원으로 군산 여행을 도와주는 프로그램도 있다고 하니, 짧은 여행에 이성당 방문을 계획한다면 더욱 알찬 일정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다음에 군산에 다시 방문하게 된다면, 그때도 이성당은 꼭 다시 찾게 될 것 같다. 혼밥러에게도, 모두에게도 사랑받는 곳, 군산 이성당에서 맛있는 빵과 함께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오늘도 혼밥 성공! 군산 이성당에서 맛있는 빵과 팥죽으로 든든하고 행복한 하루를 보냈다. 혼자여도 괜찮아, 오히려 더 자유롭게 나만의 맛집 탐방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낀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