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의 공기는 언제나 묘한 설렘을 안겨준다. 왁자지껄한 사람 소리, 코끝을 간질이는 음식 냄새, 그리고 오랜 시간 그 자리를 지켜온 가게들의 묵직한 온기까지. 마치 시간 여행을 떠나는 듯한 기분으로 발걸음을 옮겼던 영천시장, 그곳에서도 유독 발길을 멈추게 한 곳이 있었다. 간판에 새겨진 이름이 왠지 모르게 익숙하면서도, 왠지 모르게 더 특별한 이야기를 품고 있을 것만 같은 그런 곳. 이곳은 ‘영천시장’ 하면 떠오르는 몇 안 되는 분식집 중 하나로, 떡볶이집으로 시작했지만 이제는 김밥을 찾는 발걸음이 더 잦은, 그야말로 시장 분식의 터줏대감 같은 존재였다.
시장에 들어서자마자 익숙한 듯 낯선 풍경이 펼쳐졌다. 수십 년은 족히 되었을 법한 낡은 간판들, 그 사이를 채운 신선한 채소와 해산물들, 그리고 분주하게 움직이는 상인들의 모습까지. 이 모든 것이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시장만의 활기는 나를 단숨에 압도했다. 허기를 달래고자 무작정 골목을 헤매던 중, 저 멀리서 풍겨오는 달콤하면서도 매콤한 떡볶이 냄새에 이끌려 발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마주한 이곳, ‘(상호명)’은 겉보기에는 여느 시장 분식집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왠지 모를 편안함과 함께 어린 시절로 돌아간 듯한 아련한 감성에 휩싸였다.
이곳에 들어서자마자 눈에 띈 것은 단연 정갈하게 놓인 김밥들이었다. 밥알 하나하나 살아 숨 쉬는 듯 윤기가 흐르는 김밥들은 보는 것만으로도 군침을 돌게 했다. 이곳의 김밥은 전형적인 시장 분식집 김밥이라고 하기에는 무언가 특별함이 느껴졌다. 밥알 사이사이에 꽉 찬 속 재료들이 아삭한 식감을 선사하며 입안 가득 신선함을 퍼뜨렸다. 특히 오이의 시원함과 당근의 달큰함, 계란의 부드러움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씹을수록 다채로운 맛의 향연을 느낄 수 있었다. 마치 갓 수확한 채소처럼 싱그러운 느낌이랄까. 하지만 오이를 즐기지 않는다면, 주문 시 미리 빼달라고 요청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밥과 함께 곁들인 순대 역시 예상치 못한 감동을 선사했다. 함께 주문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절로 들 정도로, 순대는 겉보기와는 달리 속이 꽉 차고 탱글탱글한 식감을 자랑했다. 특히 간이 텁텁하지 않고 담백하면서도 부드러운 맛은 신선한 재료를 사용했다는 증거였다. 아침에 구입한 것인지, 아니면 이곳만의 특별한 비법이 있는 것인지, 순대에서 느껴지는 신선한 풍미는 다음번 방문에도 꼭 다시 맛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분식집에서 순대를 이렇게 맛있게 먹을 수 있다는 사실에 감탄하며, 순대에 대한 기대감도 한껏 높아졌다.

이곳은 김밥 전문점으로 알려져 있지만, 영천시장에 남아있는 몇 안 되는 떡볶이집 중 하나라는 사실도 흥미로웠다. 시장 안쪽으로 조금 더 내려가면 갈현동에도 떡볶이집이 있지만, 이곳이야말로 진정한 ‘영천시장 떡볶이’의 맛을 간직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개인적으로는 건너편의 ‘만나’라는 떡볶이집과 비교했을 때, 이곳이 아주 살짝 더 끌렸다. 아마 어릴 적, 엄마 손을 잡고 시장에 와서 먹던 바로 그 떡볶이 맛이 아니었을까. 달콤하면서도 매콤한 양념이 쫄깃한 떡과 어우러져 잊고 있던 어린 시절의 추억을 소환하는 듯했다.

떡볶이와 함께 곁들인 김말이와 야끼만두는 그야말로 완벽한 조합이었다. 바삭하게 튀겨진 김말이는 떡볶이 양념에 푹 찍어 먹으면 그 맛이 배가 되었다. 떡볶이의 매콤함과 김말이의 달콤함, 그리고 튀김옷의 바삭함이 어우러져 입안 가득 풍성한 즐거움을 선사했다. 야끼만두 역시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것이, 떡볶이 국물과 함께 먹으니 그 맛이 일품이었다. 이 세 가지의 조합은 어릴 적 친구들과 함께 즐겨 먹던 추억의 맛 그 자체였다. 다만, 시장 떡볶이치고는 가격이 살짝 비싸게 느껴지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하지만 맛과 추억을 생각하면 충분히 감수할 만한 가격이었다.

상호명 때문인지, 이곳에서는 떡볶이보다는 김밥을 구매하는 손님들이 더 많은 듯했다. 간판에 새겨진 이름이 주는 왠지 모를 특별함이 김밥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는 것 같았다. 하지만 떡볶이 역시 그 명성만큼이나 훌륭한 맛을 자랑했다. 김밥과 떡볶이, 이 두 메뉴의 조합은 분식의 정석이라고 할 수 있다. 저렴한 가격에 맛있는 분식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은 분명 큰 매력이다.

이곳은 분식류만 맛있는 것이 아니다. 함께 판매하는 제육덮밥과 돈까스 역시 가격 대비 훌륭한 맛을 자랑한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시장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러한 메뉴들의 퀄리티는 놀라울 정도다. 든든한 한 끼 식사를 원한다면 제육덮밥이나 돈까스도 좋은 선택이 될 것이다. 푸짐한 양과 정성스러운 맛은 분명 만족감을 줄 것이다.
시간이 흐르고 추억이 희미해진다면, 이토록 오래된 장소들도 함께 사라지는 것은 아닐까 하는 쓸쓸한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이곳은 단순히 음식을 파는 곳을 넘어, 오랜 시간 동안 많은 사람들에게 맛있는 음식을 제공하며 추억을 만들어온 소중한 공간이었다. 시장의 정겨움과 함께 맛있는 음식이 어우러진 이곳은, 앞으로도 많은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길 바라는 마음이 들게 했다.
저녁 시간이 다가오자 시장은 더욱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김밥과 떡볶이를 포장해 집으로 돌아가는 사람들의 발걸음도 바빠졌다. 이 작은 분식집은 오늘도 수많은 사람들에게 작은 행복을 선사하고 있을 것이다. 영천시장에서 마주한 이 특별한 맛집은, 단순한 식사를 넘어 잊고 있던 어린 시절의 향수와 시장의 정겨움을 동시에 느끼게 해준 소중한 경험이었다. 다음번 영천시장을 방문할 때도 이곳은 변함없이 그 자리를 지키며 따뜻한 맛과 추억을 선사해주리라 믿는다. 이곳에서의 김밥과 떡볶이는 단순히 배를 채우는 음식이 아니라, 추억을 되새기게 하는 마법 같은 경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