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서운 겨울바람이 불어오는 어느 날, 특별한 국물이 있는 닭갈비를 맛보고 싶다는 생각에 발걸음을 옮겼다. 춘천 닭갈비도 아니고, 닭볶음탕과는 또 다른 새로운 느낌의 ‘물닭갈비’라는 메뉴가 나를 이끌었다. 혼자 밥을 먹는 것이 익숙해진 나에게 맛집 탐방은 늘 설렘과 동시에 약간의 긴장감을 안겨주지만, 이번 목적지는 ‘혼밥하기 좋은 곳’이라는 사전 정보를 얻고 떠났기에 조금은 더 편안한 마음으로 향할 수 있었다.
가게 앞에 도착하니, ‘엄마손 태백 물닭갈비’라는 빨간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마치 이곳의 시그니처 메뉴를 강렬하게 외치는 듯한 모습이었다. 태백 지역의 맛을 더해주는 코스라는 설명처럼, 낯선 메뉴에 대한 기대감과 함께 가게 안으로 들어섰다.

안으로 들어서자, 이미 많은 사람들이 식사를 즐기고 있었다. ‘사람이 많아서 다소 정신없는 느낌’이라는 리뷰를 읽었던 터라, 혼자 온 것이 조금 어색하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곧 그런 걱정은 기우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가게는 전반적으로 따뜻한 조명과 편안한 나무 인테리어로 꾸며져 있었고, 테이블 간격도 적당해서 혼자 와도 부담스럽지 않은 분위기였다. 테이블마다 놓인 커다란 은색 쟁반은 곧 등장할 메인 메뉴에 대한 기대를 한껏 부풀게 했다.

내가 주문한 ‘물닭갈비’는 예상대로 커다란 쟁반에 나왔다. 붉은 양념 국물 위로 신선한 채소와 닭고기, 그리고 쫄깃한 면까지 푸짐하게 담겨 있었다. 처음에는 국물이 자박하게 깔려 있었지만, 이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주방에서 직접 조리를 해주는 시스템 덕분에 나는 그저 편안하게 기다리기만 하면 되었다. 직원분께서 능숙하게 닭고기와 채소를 뒤섞고, 국물이 보글보글 끓기 시작하자 “사리류는 닭이 익고 국물이 졸아드는 시간 동안 먹으라”는 팁을 주셨다.


기다리는 동안, 따끈한 국물에 밥을 비벼 먹는 모습을 상상하며 묘한 행복감을 느꼈다. 닭이 어느 정도 익고 나자, 국물은 더욱 진해졌고 처음과는 사뭇 다른 풍경을 선사했다. 닭갈비라고 하기엔 너무 국물이 많고, 닭볶음탕과는 또 다른 오묘한 매력이었다. 마치 얼큰한 매운탕을 먹는 듯한 느낌도 들었다. 첫 숟갈을 뜬 순간, 입안 가득 퍼지는 풍부한 맛에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후추 맛이 다소 강하다는 리뷰도 있었지만, 내가 느끼기에는 전반적으로 조화로운 맛이었다. 닭고기는 부드럽게 씹혔고, 국물은 얼큰하면서도 시원한 맛이 일품이었다. 처음에는 순하게 해달라고 요청하면 양념을 따로 주기 때문에, 자신의 입맛에 맞게 조절해 먹기 좋다는 점이 특히 마음에 들었다. 덕분에 나는 맵기 정도를 조절하며 더욱 맛있게 즐길 수 있었다.

추운 날씨에 딱 어울리는 따끈한 국물은 온몸을 녹여주는 듯했다. 닭고기와 함께 끓여진 채소들은 신선함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었고, 특히 함께 나온 면은 국물을 머금어 더욱 쫄깃하고 맛있었다. 닭갈비에 면을 곁들여 먹는 것은 처음이었는데, 예상외로 훌륭한 궁합을 자랑했다.
식사를 마친 후, 쟁반에는 양념이 거의 남아있지 않았다. 바닥까지 싹싹 긁어 먹을 정도로 맛이 있었다는 증거다. 마치 냄비 바닥에 눌어붙은 누룽지처럼, 마지막 한 방울까지 놓치고 싶지 않은 깊은 맛이었다.
솔직히 처음 방문했을 때는 혼자여서 조금은 어색하지 않을까 싶었지만, 능숙하게 조리를 도와주시고 1인분 주문도 가능한 점, 그리고 무엇보다 맛있는 음식 자체에 집중할 수 있는 분위기 덕분에 아주 편안하게 식사를 즐길 수 있었다. 테이블석 외에 혹시나 1인 좌석이 있는지 살펴보았지만, 내부가 많이 붐벼서인지 눈에 띄지는 않았다. 하지만 혼자 온 다른 손님들도 자연스럽게 식사를 즐기고 있었기에, 전혀 눈치 보이지 않고 오히려 ‘오늘도 혼밥 성공!’이라는 기분 좋은 마음으로 가게를 나설 수 있었다.
태백이라는 지역의 특색을 살린 독특한 메뉴, 물닭갈비는 기대 이상이었다. 신선한 재료와 깊은 국물 맛, 그리고 편안한 분위기까지. 관광지로 한 번쯤 들려볼 만한 곳이라는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다음 태백 여행 때도 꼭 다시 찾고 싶은, 나의 ‘혼밥 리스트’에 추가하고 싶은 맛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