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여기 대체 뭐야! 분명 홍콩 어느 골목길에 발을 들인 줄 알았다니까요? 낡았지만 멋스러운 간판, 붉은 천막 아래 아른거리는 네온사인, 그리고 성룡 영화에서나 볼 법한 올드한 의자와 테이블까지.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부터 이미 게임 끝이에요, 게임 끝!
사실 이 동네에 이렇게 독특한 분위기의 중화요리집이 있다는 소문은 익히 들었지만, 사실 별 기대를 안 했어요. 뭐, 요즘 홍콩 분위기 내는 곳이 한두 군데도 아니고 말이죠. 그런데 웬걸, 겉모습부터가 예사롭지 않더라고요. 좁은 골목길을 지나 하나은행과 교회 사이 넓은 길에 차를 세우고 슬슬 걸어가는데, 저 멀리 보이는 붉은 천막 아래 번쩍이는 간판이 제 발걸음을 붙잡았어요. 저기구나! 싶었죠.

주차는 주변 사설 주차장을 이용하거나, 다행히 점심 시간에는 골목 주차가 가능한 곳이 있어서 크게 어렵지는 않았어요. 밥 먹고 나올 때 보니, 실제로 많은 분들이 골목에 차를 대고 식사를 하고 계시더라고요. 왠지 모를 옛 정취가 느껴지는 풍경이었달까요.
입구에 걸린 간판을 보니, 이곳은 만두와 동파육을 전문으로 내세우는 곳인가 봐요. 와, 만두랑 동파육이라니! 생각만 해도 군침이 돌잖아요? 저도 모르게 딸과 함께 ‘오늘은 이걸 먹어야겠다!’ 다짐했지만, 뭐, 우리의 식사 루틴은 늘 정해져 있었죠. 짜장면 곱빼기에 짬뽕, 그리고 탕수육. 여기가 그렇게 맛있다고 해서 온 건데, 뭘 먹을지 고민하는 것도 즐거움 아니겠어요?

그런데 주문하려는데… 띠용? 짬뽕이 없다고요? 아니, 짬뽕은 둘째 치고, 짬뽕 비슷한 메뉴조차 없다는 말에 정말 깜짝 놀랐어요. 요즘 중화요리집에서 짬뽕 없는 곳이 어디 있냐고요! 당황했지만, 이미 여기까지 왔으니 발길을 돌릴 순 없었죠. 뭘 먹을까 고민하다가, 메뉴판에 ‘두반장 짜장’이라는 신기한 이름의 짜장면과 ‘꿔바로우’를 주문했어요. 딸도 저도 새로운 메뉴 도전에 꽤 들뜬 상태였어요.
가게 내부는 1층과 2층으로 나뉘어 있었는데, 저희는 1층에 자리를 잡았어요. 아까 밖에서 봤던 그 느낌 그대로, 실내 역시 ‘이거 미쳤다!’ 소리가 절로 나올 만큼 올드한 매력으로 가득했어요. 마치 70~80년대 홍콩 영화 세트장에 들어온 듯한 느낌이랄까요. 촌스러운 듯하면서도 묘하게 세련된, 그런 분위기였어요. 조명은 은은한 주황빛을 띠고 있었고, 벽면에는 왠지 모르게 익숙한 홍콩 영화 포스터들이 걸려 있었죠.

주문을 마치고 수다를 떨고 있는데, 드디어 짜장면이 나왔어요! 짜장면을 내주시면서 뭘 한마디 하셨는데, 너무 흥분한 나머지 귀에 잘 들어오지 않았어요. 그래도 눈앞에 놓인 짜장면의 비주얼은 정말… 와우! 평소 보던 까만 짜장 소스가 아니라, 왠지 모르게 붉은빛이 도는 소스에 노란색 면이 섞여 있었어요. ‘이게 대체 뭐지?’ 싶었죠.
면을 딱 드는 순간, 뭔가 이상한 거예요. 평소 짜장면 면발과는 차원이 다른 쫄깃함! 이건 마치… 쫄면 같기도 하고? 딸이랑 저랑 “이거 쫄면 아니야?” 하면서 서로 쳐다봤어요. 그때였어요. “주문할 때 이야기했으면 그냥 나갈까를 심각하게 고민했을 듯”이라는 문장이 스쳐 지나갔어요. 제가 왜 그런 생각을 했는지는 잠시 후에 밝혀집니다.

잠시 후, 기다리고 기다리던 꿔바로우가 나왔어요! 꿔바로우를 보자마자 딸이 “엄마, 아까 그 면… 쫄면이에요?” 하고 물었죠. 그때 점원분이 “아니요, 옥수수면입니다.”라고 대답하셨어요. 옥수수면이요? 짜장면에 옥수수면이요? 순간 저와 딸은 동시에 벙쪘어요.
하마터면 이걸 먹지 않고 그냥 나왔을지도 몰라요. 왜냐하면, 저와 제 딸은 짜장면의 생명은 그 찰기 넘치는 밀가루 면발과의 궁합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쫄깃한 식감은 좋았지만, 옥수수면 특유의 느낌이 짜장 소스와는 따로 논다는 느낌을 주었어요. 마치… 엉뚱한 커플이 억지로 엮인 듯한 그런 느낌이었달까요?
두반장 짜장 소스도 솔직히 제 취향과는 조금 거리가 있었어요. ‘두반장’이라는 이름에서 풍기는 매콤함은 좋았는데, 이게 마치 마파두부의 ‘마’가 빠진 맛이라고 해야 할까요? 오히려 공깃밥이나 볶음밥과 함께 먹으면 훨씬 잘 어울릴 것 같은 그런 맛이었어요. 짜장면과는… 음, 낯선 조합이었죠.

다음은 꿔바로우 차례. 겉모습은 정말 먹음직스러웠어요. 바삭하게 튀겨진 꿔바로우에 새콤달콤한 소스가 자작하게 버무려져 있었죠. 하지만… 이게 웬일이에요! 새콤함이 너무 강한 나머지, 꿔바로우 본연의 달콤함은 온데간데 사라져 버렸어요. ‘새콤달콤바삭촉촉’이야말로 꿔바로우나 탕수육의 미덕이라고 생각하는 저에게는… 아쉬움이 남는 맛이었어요. 바삭함은 살아있었지만, 그 밸런스가 무너진 느낌이랄까요.

솔직히 말해서, 짜장면과 꿔바로우 맛은 제 기대에 미치지 못했어요. ‘이거 미쳤다!’ 정도는 아니었다는 거죠. 하지만 이상하게도, 이 식당을 나오면서 ‘궁금증이 해결되었다’는 만족감이 들었어요. 아마도 이곳의 진정한 매력은 맛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이 모든 독특한 컨셉과 분위기에 있는 것 같아요.
이곳은 맛보다는 독특한 컨셉과 홍콩 분위기를 즐기러 오는 곳인 것 같아요. 친구들과 함께 술 한잔 기울이며 이야기 나누기에도 나쁘지 않을 것 같고요. 왠지 모르게 낡았지만 매력적인 그 분위기가 술맛을 돋우는 그런 곳이랄까요.
다음번엔 전면에 내세우는 만두나 동파육을 한번 맛보러 와볼까 해요. 그때는 또 어떤 신선한 충격을 안겨줄지 벌써부터 기대됩니다. 사실, 처음 나왔던 옥수수면의 쫄깃함과 두반장 짜장의 독특한 매콤함은 꽤 인상 깊었거든요. 맛이 뛰어나다고 하긴 어렵지만, 분명 한번쯤은 경험해볼 만한 가치가 있는 곳이에요. 이국적인 분위기 속에서 낯선 메뉴를 맛보는 재미, 이곳에서 제대로 느낄 수 있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