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이라는 낯선 땅에 홀로 도착한 날, 왠지 모를 설렘과 약간의 허기가 동시에 찾아왔다. 어디서 끼니를 해결해야 할까 잠시 고민하다, 현지인들의 찐 추천과 방송 출연 이력까지 있는 이 맛집을 떠올렸다. 혼자 밥 먹는 사람에게도 눈치 보이지 않는 곳일까, 1인분 주문은 가능할까 하는 약간의 걱정과 함께 발걸음을 옮겼다.
가게 외관은 꽤나 오래된 듯 정겨운 모습이었다. 붉은색 간판에 ‘거시기식당’이라는 이름이 쓰여 있고, 그 아래로 수많은 연예인들의 방문 사진이 붙어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문을 열고 들어서니, 주방 쪽과 홀 좌석이 분리되어 있었고, 다행히 안쪽에는 여러 개의 테이블이 놓여 있었다. 처음에는 살짝 망설였지만, 이내 곧 ‘오늘도 혼밥 성공!’이라는 주문을 외우며 빈자리로 향했다.

자리에 앉아 메뉴판을 살펴보니, 가격대가 정말 합리적이었다. 특히 1인당 1만원이라는 돼지고기백반 메뉴는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였다. 혼자 왔으니 메인 메뉴 하나를 주문할까 고민하다, 이왕 온 김에 제대로 된 남도 한 상을 경험하고 싶어 돼지고기백반 1인분과 갈치구이를 추가 주문했다. (혼자 왔지만, 1인분 주문이 가능하고, 테이블이 넉넉해서 전혀 부담스럽지 않았다. 오히려 1인 좌석이나 카운터석이 없어도 넓은 테이블에서 편하게 즐길 수 있는 분위기였다.)
주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테이블이 하나둘씩 채워지기 시작했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식사를 하고 있었고, 그들의 테이블 위에는 하나같이 푸짐한 반찬들이 놓여 있었다. 곧이어 주문한 메뉴가 나왔는데, 처음 마주한 비주얼은 그야말로 ‘역대급’이었다.

이것이 과연 1인분이라고 할 수 있을까? 메인 메뉴인 돼지고기볶음은 먹음직스러운 불향을 가득 풍기며 푸짐하게 담겨 나왔고, 그 옆으로는 마치 한정식집을 방불케 하는 다채로운 반찬들이 쉴 새 없이 등장했다. 갓 지은 듯 따끈한 밥과 함께 등장한 반찬들은 하나하나 정갈하고 손맛이 느껴졌다. 묵은 석박지, 꼬막, 굴 배추김치, 죽순볶음, 무생채, 감자조림, 젓갈, 청경채 나물, 생멸치무조림, 시원한 동치미까지. 그 종류만 해도 열 가지가 훌쩍 넘었다.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바로 이 풍성한 반찬들이 셀프바에서 마음껏 가져다 먹을 수 있다는 점이었다. 갓 무친 듯 신선해 보이는 나물 무침부터, 제대로 익은 김치, 그리고 젓갈까지. 남기지 않고 좋아하는 반찬들을 원하는 만큼 덜어 먹을 수 있다는 점은 ‘혼밥러’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큰 매력으로 다가왔다. 밥도 추가로 먹을 수 있다는 점도 좋았다.

메인 메뉴인 돼지고기볶음은 입안 가득 퍼지는 불향이 정말 좋았다. 양념이 너무 달거나 짜지도 않으면서, 돼지고기의 고소한 맛을 잘 살려냈다. 쌈 채소에 쌈장, 마늘과 함께 싸 먹으니 그야말로 꿀맛이었다. 밥 위에 얹어 덮밥처럼 비벼 먹어도 훌륭했다.
함께 주문한 갈치구이도 빼놓을 수 없는 별미였다. 겉은 노릇하게 잘 구워져 있었고, 속살은 촉촉하고 부드러웠다. 비린내 하나 없이 고소한 맛이 일품이었다. 밥과 함께 한 점씩 발라 먹으니, 이것 또한 훌륭한 밥도둑이었다.

정신없이 반찬과 메인 요리를 즐기다 보니, 어느새 밥 한 그릇을 뚝딱 비워냈다. 다른 테이블에서 추가 밥을 가져다 먹는 것을 보니, 나도 모르게 밥솥으로 향했다. 추가 밥은 넉넉하게 가져와서, 남은 갈치구이와 남은 반찬들을 곁들여 다시 한번 맛을 음미했다.

식사가 거의 끝날 무렵, 디저트로 달콤한 귤까지 제공되었다. 이 모든 것이 1인당 1만원대의 가격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가성비라는 단어가 부족할 정도로 훌륭한 식사였다.

물론, 모든 음식이 완벽했던 것은 아니다. 리뷰 중에 서빙이나 음식에 대한 불만족스러운 경험을 언급한 글도 있었는데, 내가 방문했을 때는 그런 불편함은 전혀 느끼지 못했다. 오히려 직원분들이 친절했고, 특별히 늦거나 누락되는 음식 없이 만족스러운 식사를 할 수 있었다.

순천에서의 첫 끼니. 혼자여도 전혀 외롭지 않고, 오히려 푸짐하고 맛있는 남도의 정을 듬뿍 느낄 수 있는 식사였다. “오늘도 혼밥 성공!”이라는 말이 절로 나올 만큼 만족스러운 경험이었다. 1인분 주문이 가능하고, 눈치 보지 않고 편안하게 식사할 수 있는 이곳은 분명 혼밥러들에게도 적극 추천할 만한 순천의 보물 같은 식당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