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함양에 들렀다. 낯선 동네를 혼자 걷는 즐거움은 예상치 못한 보물을 발견하는 데서 온다. 좁은 골목길을 헤매다 우연히 마주친, 오래된 한옥을 개조한 듯한 정겨운 외관의 식당. 그곳이 바로 오늘 나의 혼밥 여정을 책임져 줄 ‘대성식당’이었다. 입구에 걸린 ‘대성식당’ 간판과 한자로 쓰인 현판이 이곳의 오랜 역사와 내공을 짐작게 했다.

주변에 따로 주차장이 없어 골목길에 요령껏 주차해야 한다는 점은 조금 번거로웠지만, 혼자 왔기에 크게 문제 되지 않았다. 오히려 이 좁은 골목길과 오래된 가게의 분위기가 혼자 온 나에게는 더 편안하게 다가왔다. 내부로 들어서자 신발을 벗고 들어가야 하는 좌식 테이블이 눈에 띄었다. 70년대식 TV와 오래된 가구들이 마치 시간 여행을 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넓은 공간은 아니었지만, 각 테이블마다 프라이빗한 공간이 보장되어 혼자 식사하는 사람도 전혀 눈치 보지 않고 편안하게 즐길 수 있을 것 같았다.

메뉴는 단출했다. 오로지 소고기 국밥과 소수육 두 가지. 한우를 사용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12,000원이라는 국밥 가격이 아주 저렴하다고 느껴지지는 않았지만, 그만큼의 품질을 기대하게 만들었다. 나는 망설임 없이 ‘따로 국밥’을 주문했다. 밥을 따로 주는 형태라 내가 원하는 대로 밥을 말아 먹거나 따로 먹을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
주문하자마자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음식이 나왔다. 아마도 메뉴가 두 가지뿐이라 조리 과정이 간결하고, 이미 준비된 재료들이 많기 때문일 것이다. 1분 안에 수육이 나오고, 국밥도 금방 나왔다는 후기를 미리 본 적이 있었는데, 정말 그 말이 맞았다. 배고플 때 이보다 더 반가운 소식은 없을 것이다.

내 앞에 놓인 따로 국밥은 생각보다 더 푸짐했다. 큼직한 한우 고기 덩어리들이 넉넉하게 들어 있었고, 아삭한 토란대와 파가 어우러져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돌았다. 국물은 붉은빛이었지만, 맵거나 자극적인 맛은 아니었다. 오히려 깔끔하고 담백한 맛이 강했다. 처음에는 육개장과 비슷하다는 평도 보았지만, 내가 느끼기에는 육개장의 얼큰함보다는 훨씬 더 은은하고 부드러운 맛이었다.

고기는 잡내가 전혀 없고 부드러웠다. 마치 수육처럼 야들야들해서 씹는 맛이 좋았다. 밥을 말아먹기보다는 국물과 함께 떠먹는 것이 이 국밥의 진가를 느끼기에 더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국물 자체의 간은 다소 심심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함께 나오는 반찬들이 이 국밥과 환상의 궁합을 자랑했다.

밑반찬들은 하나같이 집반찬처럼 정갈하고 맛있었다. 특히 파김치가 인상 깊었다. 너무 달지도, 맵지도 않은 적당한 양념과 아삭한 식감이 국밥과 곁들였을 때 풍미를 더해주었다. 깍두기, 갓김치, 콩자반 등 다른 반찬들도 모두 훌륭했다. 슴슴한 국밥과 짭짤하게 간이 된 반찬들이 조화를 이루며 밥 한 공기를 뚝딱 비우게 만들었다. 밥 양도 넉넉해서 부족하면 더 달라고 할 수도 있다는 점이 좋았다.

수육은 둘이 왔다면 꼭 주문했을 메뉴지만, 혼자라 아쉽게도 다음을 기약해야 했다. 다른 손님들의 찬사를 보아하니 분명 훌륭한 맛이었을 것이다. 다음에 방문한다면 꼭 수육을 맛보리라 다짐했다.
식사를 마치고 나오니 식당 앞 골목길 풍경이 더욱 아늑하게 느껴졌다. 식당에서 나와 오른쪽으로 조금만 걸어가면 냇가가 있는데, 이곳에서 산책을 즐기는 것도 좋은 코스라는 정보도 얻었다. 비록 건물 내 화장실이 푸세식이라 다소 불편하다는 점, 그리고 주차의 어려움은 아쉬운 부분으로 남았지만, 전체적으로 혼자 방문하기에도 전혀 부담 없고, 무엇보다 맛있는 음식으로 든든하게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만족스러웠다.
이곳은 마치 오래된 동네의 할머니 댁에 온 듯한 편안함과 푸짐한 인심이 느껴지는 곳이었다. 자극적이지 않고 담백한 국물과 정갈한 반찬들은 과식하지 않고도 속을 든든하게 채워주었다. 혼밥족에게 이보다 더 좋은 식사는 없을 것 같다. 또다시 함양에 올 일이 있다면, 망설임 없이 다시 찾고 싶은 곳이다.
결론적으로 ‘대성식당’은 화려하지는 않지만, 기본에 충실한 맛과 정겨운 분위기로 혼자서도 충분히 만족스러운 식사를 즐길 수 있는, 숨은 보물 같은 곳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