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고, 우리 옛날 시골 할머니 손맛이 그리울 때가 있지요. 저도 얼마 전 용궐산 하늘길 잔도를 걷고 난 뒤, 그날따라 유난히 따뜻하고 정겨운 음식이 먹고 싶어서 찾아간 곳이 있었답니다. 텔레비전에도 나온 집이라 해서 잔뜩 기대를 안고 평일 점심시간이라 다행히 기다림 없이 바로 자리를 잡을 수 있었어요.

식당에 들어서니 고풍스러운 나무 테이블과 오래된 듯 정감 가는 분위기가 저를 반겨주었어요. 삐걱이는 의자에 앉아 메뉴판을 보니, 정말이지 뭘 먹어야 할지 행복한 고민에 빠졌답니다. 텔레비전에 나온 집이라 조금은 북적거릴 줄 알았는데, 평일이라 그런지 여유로운 분위기였어요.
제일 먼저 눈에 띈 건 역시나 국수 종류였지요. 물국수, 비빔국수, 콩국수. 뭘 좋아할지 몰라 다 시킬 수도 없고, 함께 간 일행들과 상의 끝에 이것저것 주문했답니다.

제가 맛본 건 비빔국수였어요. 처음엔 ‘음, 평범하네?’ 싶었는데, 한 젓가락 뜨자마자 입안 가득 퍼지는 매콤달콤한 양념과 쫄깃한 면발이 어우러지니, ‘아이고, 이 맛이지!’ 소리가 절로 나왔답니다. 면발도 어찌나 양이 많은지, 처음부터 끝까지 든든하게 먹을 수 있었어요. 가격 생각하면 정말 훌륭한 가성비였지요.

함께 간 일행이 시킨 콩국수도 맛을 보았는데, 세상에! 이거야말로 별미 중의 별미였어요. 서리태를 썼는지 콩국물이 어찌나 고소하고 진하던지, 그 위에 솔솔 뿌려진 인절미 가루 같은 고명 덕분에 씹는 맛까지 더해지니, 이건 뭐 입안에서 스르륵 녹아내리는 느낌이었답니다. 콩국물 색깔도 뽀얀 것이, 보는 것만으로도 건강해지는 기분이었어요.

이 집의 또 다른 자랑거리는 바로 기본 찬으로 나오는 머릿고기였어요. 이건 정말이지 따로 시켜도 모자랄 판인데, 기본으로 넉넉하게 내어주시니 감사할 따름이었죠. 따뜻하게 데워 나온 머릿고기는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일품이었고, 함께 나온 상추 겉절이와 곁들여 먹으니 그야말로 환상궁합이었답니다. 아니, 이 맛에 막걸리가 빠질 수 없겠더라고요. 결국 머릿고기를 추가로 시켜 막걸리와 함께 맛을 음미했답니다.

일행이 시킨 김치 수제비도 한 숟갈 맛보았어요. 새콤한 신김치 국물이 어찌나 시원하던지, 속이 확 풀리는 기분이었어요. 기계로 뽑았다는 수제비는 일정하게 뚝뚝 떨어져 있었지만, 쫄깃한 식감이 살아있어 국물과 함께 떠먹으니 정말 맛있더군요.

나중에 알고 보니, 이곳 사장님께서 두 분이신데 외국인분이시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인지 간판에는 조금 다른 느낌의 글씨체도 보였지만, 음식에서 느껴지는 맛은 전혀 이국적이지 않고 딱 우리가 어릴 적 할머니가 끓여주시던 그 맛이었어요. 가격은 또 얼마나 착한지, 돈이 남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답니다.
밑반찬들도 하나하나 정갈하고 맛있었어요. 특히 김치는 약간 신맛이 났는데, 오히려 겉절이 스타일의 상추 무침이 상큼해서 국수와 곁들여 먹기 좋았답니다. 고구마 줄기 김치나 늙은 오이 양배추 무침 같은 조금은 특이한 반찬도 있었는데, 이게 또 은근히 별미더라고요.
면발 자체도 아주 훌륭했어요. 어떤 분은 면이 장인이 만든 자연 건조 면이라 쫄깃하다고 하셨는데, 제 입맛에도 딱 맞더라고요. 적당히 삶아져 소화도 잘 되는 느낌이었고, 할머니처럼 다정하신 주인 사장님께서 면을 아주 잘 삶으시는 것 같았어요.
특히 물국수는 그동안 어디서도 맛보지 못했던 독특한 육수 맛이었어요. 과하지 않으면서도 감칠맛이 돌아서, 자꾸만 숟가락이 가는 맛이었답니다. 먹어도 먹어도 질리지 않고 계속 당기는 그런 맛, 고향 생각이 절로 나는 맛이었어요.
오래전 명절 때마다 들러 먹었다는 분의 이야기도 들었는데, 그만큼 이곳은 오랜 시간 변함없이 많은 사람들의 추억 속에 자리 잡고 있는 곳인 것 같았어요. 20년 넘게 단골이라는 분도 계셨는데, 그만큼 맛과 정이 변함없다는 증거겠지요.
사장님께서도 아주 다정하시고, 마치 친할머니 댁에 온 것처럼 편안하게 대해주셔서 식사 내내 기분이 좋았어요. 실제로 사장님 손녀분이 어린이가 되어 있는 모습을 보며 세월의 흐름을 느꼈답니다.
이곳은 정말이지, 제가 머릿속으로 상상하던 완벽한 시골 국숫집의 모습이었어요. 맛도 좋고, 양도 푸짐하고, 가격까지 착한 곳. 꼭 멀리서 찾아올 정도는 아니라고 누가 말했지만, 저는 분명히 다시 찾아올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혹시라도 용궐산 근처에 가시거나, 혹은 시골 할머니 손맛이 그리워질 때, 이 집을 한번 들러보시길 바라요. 따뜻한 국물 한 그릇에, 푸짐한 머릿고기 한 점, 그리고 정겨운 주인 할머니의 미소까지. 분명 속이 다 편안해지는, 그런 맛있는 시간을 보내실 수 있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