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떠나는 여행의 묘미 중 하나는, 오롯이 나만을 위한 시간을 가지며 숨겨진 맛집을 탐험하는 것이다. 이번에는 경북 의성으로 향했다. 의성 장날, 북적이는 시장을 둘러보고 허기진 배를 채우기 위해 ‘남선옥 식육식당’으로 향했다. 60년 전통이라는 간판이 눈에 띄는 이곳은, 20여 년 전 우연히 맛봤던 의성 불고기의 아련한 기억을 되살려줄 것 같았다. 혼자라도 괜찮아, 맛있는 음식 앞에서라면!
식당 주변은 의성 전통시장 남문 주차장을 이용하면 편리하다. 낡은 듯 정감 있는 외관은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고 있었다. 나무로 된 간판에는 “60년 전통”이라는 문구와 함께 본점이라는 자부심이 느껴지는 문구가 새겨져 있었다. 왠지 모르게 마음이 푸근해지는 기분이었다. 이런 곳이야말로 진정한 의성 맛집 아닐까?
문을 열고 들어서니, 둥근 테이블과 깡통 의자가 놓여 있는, 마치 시간 여행을 온 듯한 풍경이 펼쳐졌다. 혼자 온 손님을 위한 자리가 따로 마련되어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편안한 분위기 덕분에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 오히려 이런 소박한 분위기가 혼밥의 부담을 덜어주는 듯했다. 혼자 왔다고 눈치 주는 사람 하나 없이, 다들 자기 식사에 집중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메뉴는 단 하나, 한우소고기양념. 메뉴 고를 고민 없이 바로 1인분을 주문했다. 잠시 후, 숯불이 들어오고 밑반찬이 차려졌다. 숯불 위에 놓인 석쇠가 뜨겁게 달아오르자, 은은한 숯 향이 코를 간지럽혔다. 밑반찬은 소박했지만, 정갈함이 느껴졌다. 콩나물무침, 김치, 마늘, 쌈장 등이 나왔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양념 불고기가 등장했다. 얇게 썰린 붉은 소고기는 마치 생고기처럼 신선해 보였다. 양념에 버무려져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모습은 보는 것만으로도 식욕을 자극했다. 1인분에 120g, 가격은 만 원. 요즘 삼겹살 가격도 만만치 않은데, 한우 불고기를 이 가격에 즐길 수 있다니, 가성비도 훌륭하다고 생각했다.
불판 위에 고기를 올리자, 치익- 하는 소리와 함께 맛있는 냄새가 코를 찔렀다. 얇게 썰린 고기라 금세 익었다. 타지 않게 집게로 휘휘 저어가며 살짝 익혀서 바로 입으로 가져갔다. 첫 입에 느껴지는 은은한 단짠 양념! 숯불 향이 은은하게 배어 나와 풍미를 더했다. 20년 전, 처음 이 불고기를 맛봤을 때의 충격이 되살아나는 듯했다.
사장님은 고기를 펼쳐서 구우면 질겨질 수 있으니, 집게로 옆으로 굴리면서 구우라고 친절하게 알려주셨다. 거의 다 먹을 때쯤 알려주신 게 조금 아쉬웠지만, 덕분에 남은 고기는 더욱 맛있게 즐길 수 있었다. 역시, 맛집은 사장님의 조언을 귀담아들어야 한다.
간장 양념이 된 불고기는 흰 쌀밥 위에 올려 먹으니 그야말로 꿀맛이었다. 달달한 맛에 취해 정신없이 먹다 보니, 어느새 1인분을 뚝딱 해치웠다. 혼자 왔지만, 전혀 외롭지 않았다. 맛있는 음식과 함께하는 시간은 언제나 행복하다.
된장찌개가 조금 아쉽다는 평이 있어 걱정했는데, 다행히 내 입맛에는 괜찮았다. 구수한 된장 맛이 불고기의 느끼함을 잡아주는 역할을 했다. 하지만 곁들임 음식이 부족하다는 느낌은 지울 수 없었다. 쌈 야채가 없는 점은 조금 아쉬웠다.
식사를 마치고 계산을 하려고 하는데, 남자 사장님이 무뚝뚝한 말투로 “잘 먹었냐”고 물으셨다. 친절한 서비스는 아니었지만, 왠지 모르게 정감이 갔다. 마치 시골 할아버지 댁에 온 듯한 느낌이랄까.
남선옥 식육식당은 화려한 인테리어나 최상의 서비스를 기대하는 사람에게는 맞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소박한 분위기 속에서 저렴한 가격으로 맛있는 한우 불고기를 즐기고 싶은 사람에게는 강력 추천한다. 특히, 혼밥족에게는 부담 없이 방문할 수 있는 곳이다. 오늘도 혼밥 성공! 혼자여도 괜찮아. 맛있는 불고기가 있으니까!
의성에는 의성 마늘닭과 남선옥 외에는 맛집이 없는 것 같다는 평도 있지만, 내 입맛에는 이곳 남선옥의 불고기가 최고였다. 다음에 의성에 다시 방문하게 된다면, 꼭 다시 들러서 불고기를 맛볼 것이다. 그때는 사장님께 고기 굽는 법을 미리 물어봐야겠다.
나오는 길, 식당 앞에서 하늘을 올려다봤다. 60년 전통의 남선옥 식육식당. 오랜 시간 동안 변함없는 맛을 지켜온 비결이 궁금해졌다. 어쩌면, 소박함 속에 담긴 진심이 아닐까. 의성에서 맛있는 불고기와 함께 추억을 되새기며, 맛집 탐험은 이렇게 또 하나의 즐거운 기억으로 남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