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스름한 저녁, 오래된 친구에게서 걸려온 전화 한 통. “이번 주말에 보령 내려온다며? 어렸을 때 자주 갔던 피사 레스토랑, 아직도 있는지 궁금하네. 그때 그 돈가스 맛이 가끔 생각나거든.” 30년 가까운 세월 동안 잊고 지냈던 이름 석 자가 뇌리를 스치는 순간, 어린 시절의 아련한 기억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졌다. 그래, 이번 보령 방문은 필히 피사 레스토랑에 들러 추억을 되짚어보는 여정으로 만들어야겠다고 다짐했다.
약속 당일, 설레는 마음을 안고 피사 레스토랑으로 향했다. 디지털 액자가 즐비한 요즘,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외관이 오히려 정겹다. 90년대 감성이 물씬 풍기는 간판에는 ‘Beer, Hof, Soju, Coffee’라는 문구가 나란히 적혀 있었다. 돈가스뿐만 아니라 다양한 술과 음료도 판매하는 곳이었지. 어렴풋한 기억 속 풍경과 현재의 모습이 묘하게 겹쳐지면서, 마치 시간 여행을 떠나온 듯한 기분이 들었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따뜻한 온기가 느껴지는 공간이 눈에 들어왔다. 짙은 갈색의 나무 테이블과 푹신한 가죽 소파, 은은한 조명이 어우러져 아늑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군데군데 놓인 아기자기한 소품들은 마치 30년 전 그 시절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듯했다. 파란색 조명이 비추는 천장과 앤틱한 가구들은 세월의 흐름을 느끼게 하면서도, 편안하고 친근한 인상을 주었다. 벽에는 오래된 액자들이 걸려 있었고, 한쪽에는 헬멧이 놓여 있는 독특한 인테리어도 눈에 띄었다.
메뉴판을 펼쳐 들자, 다양한 메뉴들이 빼곡하게 적혀 있었다. 돈가스, 라이스, 파스타, 피자, 샌드위치… 어린 시절에는 돈가스밖에 눈에 들어오지 않았었는데, 지금 보니 선택의 폭이 꽤 넓다. 메뉴판 한켠에는 ‘점심특선’이라는 문구가 눈에 띄었다. 런치에는 스프와 돈가스를 저렴한 가격에 즐길 수 있다니, 혜자스러운 구성이 아닐 수 없다. 잠시 고민하다가, 친구와 나는 Pisa 돈가스와 해물볶음밥을 주문하기로 했다.
주문을 마치자, 식전 수프가 나왔다. 뽀얀 빛깔의 수프는 부드럽고 따뜻했다. 한 모금 마시자, 은은한 단맛과 함께 고소한 풍미가 입안 가득 퍼져 나갔다. 과하지 않고 은은하게 퍼지는 맛이, 메인 메뉴에 대한 기대감을 한껏 끌어올렸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Pisa 돈가스가 나왔다. 커다란 접시 위에 돈가스와 밥, 샐러드가 보기 좋게 담겨 있었다. 튀김옷은 얇고 바삭했고, 돼지고기는 두툼했다. 칼로 돈가스를 써는 순간, 바삭하는 소리가 경쾌하게 울려 퍼졌다. 한 입 베어 무니,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완벽한 조화가 입안을 행복하게 만들었다. 30년 전 그 맛, 변함없이 그대로였다.
달콤하면서도 짭짤한 소스는 돈가스의 풍미를 한층 더 깊게 만들어주었다. 느끼함을 잡아주는 샐러드와 밥도 훌륭한 조연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특히 샐러드는 신선한 채소와 상큼한 드레싱이 어우러져 입맛을 돋우는 데 제격이었다. 돈가스를 한 입 먹고 샐러드를 먹으니, 마치 입 안에서 축제가 벌어지는 듯했다.

친구의 해물볶음밥도 맛보았다. 밥알 하나하나에 해물의 풍미가 깊숙이 배어 있었고, 짭짤하면서도 매콤한 양념이 입맛을 당겼다. 볶음밥 위에 올려진 반숙 계란은 부드러운 식감을 더해주었고, 톡 터뜨려 밥과 함께 비벼 먹으니 고소함이 배가되었다. 돈가스와 볶음밥, 환상의 조합이었다.
식사를 하는 동안, 사장님께서 친절하게 말을 걸어주셨다. “어렸을 때 자주 왔었죠? 30년 가까이 이 자리에서 장사하고 있어요. 옛날 맛 그대로 유지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사장님의 따뜻한 미소와 진심 어린 말 한마디에, 이곳이 오랜 시간 동안 사랑받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계산을 마치고 나오면서, 사장님께 감사 인사를 전했다. “덕분에 어린 시절 추억을 다시 한번 떠올릴 수 있었어요. 앞으로도 오랫동안 이 자리에서 맛있는 음식 만들어주세요.” 사장님은 환한 미소로 화답하며, 다음에 또 오라고 인사를 건네주셨다.
피사 레스토랑에서의 식사는 단순한 한 끼 식사를 넘어, 잊고 지냈던 소중한 기억을 되살리는 특별한 경험이었다. 변함없는 맛과 친절한 서비스, 아늑한 분위기는 어린 시절의 향수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보령에 방문한다면, 꼭 한번 피사 레스토랑에 들러 추억의 돈가스를 맛보길 추천한다. 분명 잊지 못할 보령 맛집 경험을 선사할 것이다. 30년의 세월을 간직한 동대 피사 레스토랑, 이곳은 단순한 음식점이 아닌, 추억과 지역명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특별한 공간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