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순에서 만난 뜻밖의 메밀 낙원, 모밀공방에서 음미하는 인생 돈가스 맛집

화순으로 향하는 아침, 며칠 전부터 벼르던 모밀 맛집 순례길에 나섰다. 목적지는 ‘모밀공방’, 소박한 이름과는 달리 이미 지역 주민들 사이에서는 정평이 난 곳이었다. 광주 근교에 위치한 덕분에 드라이브 코스로도 안성맞춤이라 생각하며, 설레는 마음을 안고 차에 몸을 실었다.

도착 예상 시간을 30분 앞두고 테이블링 앱을 켜 원격 줄 서기를 시도했다. 평일 점심시간을 살짝 비껴간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대기 팀이 스물 팀을 훌쩍 넘어섰다. 역시, 맛집의 명성은 괜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실감하며, 기다림마저 기꺼이 감수하기로 했다. 무료 주차가 가능한 덕분에 큰 불편함 없이 길가에 주차할 수 있었다.

가게 앞에 다다르니, 생각보다 아담한 외관이 눈에 들어왔다. 간판에는 ‘에베네도 모밀공방’이라는 정갈한 글씨가 새겨져 있었다. ‘에베네도’는 찬미하다는 뜻이라고 하니, 음식을 맛보면 절로 찬양이 나올 것이라는 기대감이 샘솟았다.

모밀공방 외부 간판
소박하지만 정갈한 느낌의 ‘에베네도 모밀공방’ 간판.

기다리는 동안, 가게 앞에서 메뉴를 미리 스캔했다. 냉모밀, 비빔모밀, 온모밀 등 다채로운 모밀 메뉴와 함께 돈가스가 눈에 띄었다. 특히 돈가스는 모밀 못지않게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메뉴라고 하니, 기대감이 더욱 커졌다.

드디어 내 차례가 되어 가게 안으로 들어섰다. 생각보다 넓은 공간에 놀랐고, 깔끔하고 정갈한 분위기가 인상적이었다. 테이블 간 간격도 넉넉하여 편안하게 식사를 즐길 수 있을 것 같았다. 벽 한쪽에는 ‘대기 예상 시간’ 안내문이 붙어 있었는데, 10팀 대기 시 20~30분, 20팀 대기 시 40~60분 정도 소요된다고 한다. 나의 기다림이 헛되지 않았음을 증명하는 듯했다.

자리에 앉자마자, 냉모밀과 돈가스를 주문했다. 잠시 후, 기다리고 기다리던 음식이 눈앞에 펼쳐졌다.

정갈하게 담겨 나온 판모밀
검은 김가루가 소복이 올라간 판모밀의 자태.

먼저 냉모밀, 짙은 회색빛을 띄는 모밀 면이 정갈하게 담겨 나왔다. 면 위에는 김 가루가 소복하게 올려져 있었고, 윤기보다는 투박한 질감이 살아있는 듯했다. 쯔유는 파와 와사비, 간 무가 곁들여져 나왔는데, 맑고 깔끔한 색감이 인상적이었다.

젓가락으로 면을 들어 쯔유에 살짝 담갔다. 면을 입으로 가져가니, 툭툭 끊어지는 메밀 특유의 식감이 느껴졌다. 쫄깃함보다는 부드러움이 강조된 면발이었는데, 메밀의 풍미가 은은하게 퍼져 나갔다. 쯔유는 짜지 않고 깔끔한 맛이었는데, 은은한 단맛과 감칠맛이 조화롭게 어우러졌다. 파와 와사비를 살짝 더하니, 맛의 밸런스가 더욱 살아나는 듯했다.

메밀면의 질감이 살아있는 듯한 판모밀
메밀의 향긋함이 코끝을 간지럽히는 듯한 느낌.

이번에는 돈가스 차례. 돈가스는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완벽한 튀김옷을 자랑했다. 튀김옷은 과하지 않았고, 고기는 두툼하면서도 퍽퍽하지 않았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이상적인 돈가스의 표본과도 같았다. 돈가스 소스는 깨가 듬뿍 뿌려져 있어 고소한 풍미를 더했다.

두툼한 두께를 자랑하는 돈가스
바삭한 튀김옷과 촉촉한 속살의 조화가 일품인 돈가스.

돈가스 한 조각을 들어 소스에 듬뿍 찍어 입으로 가져갔다. 바삭하는 소리와 함께, 육즙이 입안 가득 퍼져 나갔다. 고소한 깨 향과 달콤한 소스가 어우러져 환상적인 맛을 자아냈다. 특히, 돈가스는 모밀과의 궁합이 훌륭했는데, 담백한 모밀과 고소한 돈가스가 조화롭게 어우러져 입안을 즐겁게 했다.

돈가스 한상차림
갓 튀겨져 나온 듯, 황금빛 자태를 뽐내는 돈가스.

식사를 하는 동안, 끊임없이 손님들이 밀려 들어왔다. 혼자 와서 조용히 식사를 즐기는 사람, 가족 단위로 와서 오순도순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 연인끼리 데이트를 즐기러 온 사람들로 가득했다.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모밀과 돈가스를 즐기는 모습은, ‘모밀공방’이 남녀노소 모두에게 사랑받는 맛집임을 실감하게 했다.

판모밀과 돈가스의 조화
모밀과 돈가스, 최고의 조합을 자랑하는 한 상.

식사를 마치고 가게를 나서는 길, 입가에는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기다림이 아깝지 않은 맛, 깔끔하고 친절한 서비스, 그리고 합리적인 가격까지, 모든 것이 만족스러웠다. 화순에 이런 숨겨진 맛집이 있었다니, 이제라도 알게 된 것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모밀공방’은 화려함보다는 기본에 충실한 곳이었다. 메밀 본연의 맛을 살린 모밀과, 겉바속촉의 정석을 보여주는 돈가스는, 한 번 맛보면 잊을 수 없는 깊은 인상을 남겼다. 특히, 돈가스는 서울에서 다시 내려와 먹을 의향이 있을 정도로 훌륭했다.

화순에 방문할 일이 있다면, 꼭 ‘모밀공방’에 들러보길 추천한다. 인생 모밀인생 돈가스를 동시에 맛볼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를 놓치지 마시길. 분명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돌아오는 길, 차 안에는 은은한 메밀 향이 감돌았다. 화순 맛집 ‘모밀공방’에서의 특별한 식사는, 오랫동안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다음에는 부모님을 모시고 꼭 다시 방문해야겠다는 다짐을 하며, 집으로 향했다.

대기시간 안내문
인기를 증명하듯, 가게 한켠에 붙어있는 대기시간 안내문.
푸짐한 온모밀 한 그릇
뜨끈한 국물이 일품인 온모밀, 추운 날씨에 제격일 듯하다.
모밀과 돈가스, 그리고 밥
든든한 한 끼 식사를 책임지는 모밀공방의 메뉴들.
잘 익은 돈가스 단면
고기의 촉촉함이 사진에서도 느껴지는 듯하다.
깔끔한 식당 내부
청결하고 쾌적한 식당 내부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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