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담숲 정갈한 한식의 향연, 곤지암 시래마루에서 맛보는 추억의 맛있는 시래기 맛집

어머니의 손맛이 그리워지는 날, 왠지 모르게 따뜻한 밥 한 끼가 간절해지는 날이 있다. 그런 날이면 어김없이 떠오르는 음식이 바로 시래기다. 어린 시절, 할머니 댁 마당 한 켠에 탐스럽게 널려있던 시래기의 푸근한 모습은 지금도 내 기억 속에 선명하게 남아있다. 화담숲으로 향하는 길, 문득 그懐かしい(그리운) 시래기의 맛이 떠올라 곤지암 근처 맛집을 검색하다 발견한 곳이 바로 ‘시래마루’였다.

네비게이션이 안내하는 대로 따라갔지만, 마지막 코너에서 길을 놓치고 말았다. 눈앞에 뻔히 보이는 식당을 두고 10분 넘게 헤매는 당황스러움이란! 마치 숨겨진 보물을 찾아 떠나는 모험 같은 기분마저 들었다. 드디어 도착한 시래마루는 생각보다 넓은 주차장을 갖추고 있었다. 주차를 하고 식당 안으로 들어서니, 나무를 격자 모양으로 엮어 만든 칸막이가 눈에 띄었다. 칸막이 위에는 작은 화분들이 놓여 있어, 마치 정원에 온 듯한 싱그러운 느낌을 주었다. 테이블 간 간격도 넓어서 편안하게 식사를 즐길 수 있을 것 같았다.

시래마루 내부 인테리어
따뜻한 분위기의 시래마루 내부. 격자무늬 칸막이와 화분이 인상적이다.

메뉴판을 받아 들고 고민에 빠졌다. 시래기밥상, 시래기 낙지정식, 시래기 수육정식, 시래기 두루치기정식, 시래기 떡갈비정식…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도는 메뉴들이 가득했다. 결국, 시래기의 다양한 변신을 맛보고 싶어 3인 세트 메뉴를 주문했다. 3인 세트에는 수육, 젓갈 7종류, 그리고 두루치기 또는 떡갈비 중 선택 1가지가 포함되어 있었다. 나는 떡갈비로 선택했다.

주문을 마치자 따뜻한 물수건과 함께 놋그릇 느낌의 식기가 놓였다. 곧이어 정갈하게 담긴 반찬들이 테이블 위를 가득 채웠다.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검은 콩 조림, 아삭한 연근조림, 향긋한 깻잎 장아찌, 새콤달콤한 샐러드 등 하나하나 정성이 느껴지는 맛깔스러운 반찬들이었다. 특히 들깨가 듬뿍 들어간 연근조림은 고소하면서도 아삭한 식감이 일품이었다.

정갈한 반찬들
다채로운 색감과 정갈한 담음새가 돋보이는 밑반찬.

잠시 후, 오늘의 주인공인 시래기 요리들이 등장했다. 뽀얀 김을 피어 올리는 시래기 들깨탕은 뚝배기에 담겨 따뜻함을 유지했다. 들깨 향이 은은하게 퍼지면서 식욕을 자극했다. 놋그릇에 담겨 나온 강황 솥밥은 보기만 해도 건강해지는 느낌이었다. 노란 빛깔이 어찌나 곱던지. 밥알 한 톨 한 톨이 살아있는 듯 윤기가 흘렀다.

강황 솥밥
눈으로도 즐거운 건강한 강황 솥밥.

가장 먼저 시래기 들깨탕을 맛보았다. 부드러운 시래기와 고소한 들깨가 어우러져 깊고 풍부한 맛을 냈다. 입 안 가득 퍼지는 들깨 향은 마치 어린 시절 할머니 댁에서 맡았던 향긋한 풀 내음을 떠올리게 했다. 국물은 어찌나 시원하던지, 숟가락을 놓을 수 없었다.

시래기 들깨탕
고소한 들깨와 부드러운 시래기의 조화가 일품인 시래기 들깨탕.

강황 솥밥에 시래기 나물을 듬뿍 넣고, 강된장을 살짝 올려 비벼 먹으니 그 맛이 정말 환상적이었다. 찰진 밥알과 부드러운 시래기가 입 안에서 조화롭게 어우러졌고, 짭짤한 강된장이 감칠맛을 더했다. 젓갈 7종 세트는 밥도둑이 따로 없었다. 짭짤하면서도 감칠맛 나는 젓갈들은 밥 한 그릇을 순식간에 비우게 만들었다. 특히 꼬들꼬들한 창란젓은 톡톡 터지는 식감이 재미있었고, 짭조름한 갈치속젓은 밥에 쓱쓱 비벼 먹으니 꿀맛이었다.

수육 정식
윤기가 흐르는 수육과 매콤한 무김치의 환상적인 조합.

수육은 잡내 없이 깔끔했고, 떡갈비는 달콤 짭짤한 양념이 잘 배어 있었다. 특히 떡갈비 위에는 슬라이스 아몬드가 뿌려져 있어 고소한 풍미를 더했다. 뜨겁게 달궈진 철판 위에 올려져 나와 먹는 내내 따뜻하게 즐길 수 있었다.

떡갈비 정식
달콤 짭짤한 양념이 일품인 떡갈비. 아몬드 슬라이스가 고소함을 더한다.

솥밥에 뜨거운 물을 부어 만든 누룽지는 또 다른 별미였다. 구수한 누룽지에 짭짤한 젓갈을 올려 먹으니 입 안 가득 행복이 퍼지는 듯했다. 젓갈의 짭짤함과 누룽지의 구수함이 어우러져 최고의 궁합을 자랑했다.

식사를 마치고 나니, 배가 든든하고 마음까지 따뜻해지는 기분이었다. 마치 어머니가 차려주신 따뜻한 밥상을 받은 것처럼 포근하고 행복했다. 계산대 옆에는 직접 만든 듯한 시래기 과자를 판매하고 있었다. 고소한 냄새에 이끌려 시래기 과자도 하나 구입했다.

메뉴판
다양한 시래기 요리를 맛볼 수 있는 메뉴.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식당을 나섰다. 곤지암 지역명에 위치한 ‘시래마루’는 맛있는 시래기 요리와 정갈한 반찬, 그리고 따뜻한 분위기까지 삼박자를 고루 갖춘 곳이었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소박하고 정겨운 맛은 잊고 지냈던 어린 시절의 추억을 떠올리게 했다.

다음에 화담숲에 가게 된다면, 꼭 다시 방문하고 싶은 곳이다. 그때는 두루치기 정식도 한번 맛봐야겠다. 그리고 부모님을 모시고 와도 정말 좋아하실 것 같다. 시래마루에서의 식사는 단순한 한 끼 식사를 넘어, 마음까지 풍요로워지는 특별한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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