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깨가 축 처진 퇴근길, 뭘 먹어야 이 꿀꿀한 기분을 날려버릴 수 있을까. 특별한 약속도 없는 금요일 저녁, 결국 향한 곳은 구로디지털단지역, 일명 구디였다. 혼밥 레벨이 만렙인 나지만, 유독 고깃집 문턱 넘기는 쉽지 않았다. 하지만 오늘은 왠지 삼겹살에 소주 한 잔이 간절했다. 수많은 구디 맛집 중 나의 레이더망에 포착된 곳은 바로 ‘육풍’. 깔끔한 외관과 숙성 삼겹살이라는 문구가 발길을 붙잡았다. 오늘도 혼밥 성공!
문을 열고 들어서니 생각보다 훨씬 넓고 테이블 간 간격도 넉넉했다. 왁자지껄한 회식 분위기 속에서 혼자 온 내가 어색하게 느껴질까 걱정했지만, 다행히 직원분들이 친절하게 맞아주셨다. 혼자 온 손님을 위한 배려인지, 구석진 자리가 아닌 환풍기 바로 아래, 연기를 피할 수 있는 명당자리를 안내받았다. 메뉴판을 보니 숙성 삼겹살, 꽃목살 등 다양한 부위가 있었지만, 나의 선택은 언제나 기본인 숙성 삼겹살 1인분! 혼자 와서 여러 메뉴를 시키기 부담스러울 때, 1인분 주문이 가능하다는 점은 혼밥러에게 큰 메리트다.

주문을 마치자 순식간에 테이블이 가득 찼다. 놋그릇에 담긴 정갈한 밑반찬들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푸짐하게 담긴 미나리 바구니! 향긋한 미나리를 삼겹살과 함께 구워 먹는 조합이라니, 생각만 해도 군침이 돌았다. 샐러드, 명이나물, 깻잎 장아찌 등 다채로운 쌈 채소는 혼자 고기를 먹는 내내 질릴 틈 없이 다양한 맛을 즐길 수 있게 해줬다. 혼자 왔지만 외롭지 않아!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숙성 삼겹살 등장!

두툼한 두께와 선명한 마블링이 신선함을 증명하는 듯했다. 게다가 육풍의 가장 큰 장점은 바로 직원분들이 직접 고기를 구워준다는 점! 혼자 고기를 구워 먹다 보면 흐름이 끊기기 일쑤인데, 육풍에서는 전문가의 손길로 최상의 맛을 즐길 수 있다. 덕분에 나는 편안하게 젓가락만 들고 기다릴 수 있었다.
불판이 달궈지자 직원분께서 능숙한 솜씨로 삼겹살을 올렸다. 치익- 하는 소리와 함께 고소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노릇노릇 익어가는 삼겹살을 보니 저절로 침이 꼴깍 넘어갔다. 전문가의 손길은 역시 달랐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하게, 육즙을 가득 머금은 삼겹살이 완성되었다.
잘 익은 삼겹살 한 점을 집어 소금에 살짝 찍어 입에 넣으니,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입안 가득 퍼지는 풍부한 육즙! 숙성된 돼지고기 특유의 깊은 풍미가 느껴졌다. 쫄깃하면서도 부드러운 식감은 씹을수록 고소함을 더했다. 이 맛에 혼자 고깃집 오는 거 아니겠어?

육풍에서 꼭 맛봐야 할 조합은 바로 미나리 삼겹살! 향긋한 미나리를 불판에 살짝 구워 삼겹살과 함께 먹으니, 돼지고기의 느끼함은 싹 사라지고 향긋함이 입안 가득 퍼졌다. 미나리 특유의 쌉싸름한 맛이 삼겹살의 풍미를 더욱 깊게 만들어줬다. 쌈 채소에 콩나물, 고사리까지 곁들여 푸짐하게 쌈을 싸 먹으니, 정말 꿀맛이었다.
고기를 어느 정도 먹고 식사 메뉴를 고민하다가, 김치찌개를 주문했다. 고깃집 김치찌개는 왠지 믿음이 간달까? 뚝배기에 보글보글 끓여져 나온 김치찌개는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돼지고기가 듬뿍 들어간 김치찌개는 깊고 진한 맛이 일품이었다. 밥 한 공기를 뚝딱 비우게 만드는 마성의 맛!
혼자 왔지만 전혀 외롭지 않았던 육풍에서의 저녁 식사. 친절한 직원분들의 서비스와 맛있는 음식 덕분에 힐링하고 돌아갈 수 있었다. 구디에서 혼밥할 곳을 찾는다면, 육풍을 강력 추천한다. 혼자라도 눈치 보지 않고 맛있는 고기를 즐길 수 있는 곳! 오늘도 혼밥 성공!
계산을 하고 나오면서 보니, ‘지친 하루, 한 번은 웃을만 합니다’라고 적힌 입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왠지 모르게 위로받는 기분이 들었다. 맛있는 음식과 친절한 서비스 덕분에 정말 웃으면서 하루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다음에 또 방문해야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