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밥러, 태안 숨은 보석 같은 정육식당에서 냉삼 맛집 발견! 오늘도 혼밥 성공!

평소처럼 혼자 떠난 여행길, 왠지 모르게 삼겹살이 너무나 간절했다. 혼자 여행할 때 가장 큰 난관은 역시 ‘고깃집’이다. 최소 2인분부터 주문해야 하는 곳이 대부분이라, 혼자서는 엄두도 못 낼 때가 많다. 하지만 오늘은 달랐다. 태안을 걷다가 우연히 발견한 한 정육식당. 왠지 모르게 끌리는 분위기에 용기를 내어 문을 열었다. 혼밥 레벨이 조금씩 올라가는 걸 느낀다.

가게는 1층과 2층으로 나뉘어져 있었는데, 나는 조용히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고 싶어 1층 구석 자리에 자리를 잡았다. 메뉴판을 보니 냉삼겹살을 600g 단위로 판매하고 있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혼자 왔는데… 1인분만 주문은 안 될까요?”라고 조심스럽게 여쭤봤다. 다행히 흔쾌히 “반 근만 드릴게요!”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드디어 혼밥으로 냉삼을 먹을 수 있다니! 감격스러운 순간이었다.

신선해 보이는 냉동 삼겹살
선홍빛과 지방의 조화가 예술인 냉동 삼겹살의 자태

잠시 후,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냉삼이 나왔다. 얇게 썰린 냉삼의 붉은 빛깔이 어찌나 먹음직스럽던지. 사진을 찍는 것도 잊고 바로 불판 위에 올려 구워버렸다. 치익- 하는 소리와 함께 고소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불판 위에서 익어가는 냉삼
지글지글 익어가는 냉삼, 이 소리가 ASMR이지!

고기가 익어가는 동안 밑반찬들이 하나둘씩 차려졌다. 파릇한 상추, 쌈장, 마늘, 김치, 콩나물무침 등 푸짐한 구성이었다. 특히 눈에 띄는 건 잘 익은 김치였다. 살짝 군내가 났다는 후기도 있었지만, 내가 방문했을 때는 딱 맛있게 익은 상태였다. 이 김치, 나중에 볶음밥에 넣어 먹으면 정말 환상적이겠다고 생각했다.

드디어 냉삼이 노릇노릇하게 익었다. 첫 점은 역시 소금에 살짝 찍어 맛을 봤다. 얇은 냉삼 특유의 바삭하면서도 고소한 맛이 입안 가득 퍼졌다. 돼지 잡내도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정말 오랜만에 제대로 된 냉삼을 먹는 기분이었다.

상추에 냉삼 두 점을 올리고, 쌈장과 마늘, 김치를 듬뿍 넣어 크게 한 쌈 싸 먹으니, 이번엔 입 안에서 축제가 벌어졌다. 신선한 상추의 아삭함, 짭짤한 쌈장, 알싸한 마늘, 새콤한 김치, 그리고 고소한 냉삼의 조화는 그야말로 환상적이었다. 혼자 먹는 밥이지만, 전혀 외롭지 않았다. 맛있는 음식 앞에서는 혼자라도 행복하니까!

푸짐한 밑반찬
다채로운 밑반찬 덕분에 쌈 싸먹는 재미가 쏠쏠했다.

냉삼을 정신없이 먹다 보니 어느새 바닥을 드러냈다. 하지만 아직 배는 덜 찼다. 이대로 끝낼 수는 없었다. 메뉴판을 다시 보니 김치찌개도 판매하고 있었다. 그것도 고기 ‘근’으로 가격을 책정하는 방식이었다. 뭔가 독특했지만, 왠지 모르게 끌렸다.

“사장님, 김치찌개 반 근만 주세요!”

잠시 후, 김치찌개가 나왔다. 커다란 뚝배기에 담겨 나온 김치찌개는 보기만 해도 얼큰해 보였다. 큼지막하게 썰린 돼지고기와 두부, 그리고 푹 익은 김치가 듬뿍 들어 있었다. 국물을 한 입 떠먹으니, 칼칼하면서도 깊은 맛이 느껴졌다. 시원하면서도 묵직한 국물이 느끼함을 싹 잡아줬다.

하지만 아쉬운 점도 있었다. 김치 자체의 퀄리티가 아주 좋다고는 할 수 없었다. 신맛이 조금 강하게 느껴졌고, 아주 살짝 쿰쿰한 냄새도 나는 듯했다. 하지만 국물 자체는 워낙 시원하고 칼칼해서, 크게 거슬리지는 않았다. 김치 상태만 조금 더 좋았다면 정말 완벽했을 텐데, 라는 아쉬움이 남았다.

어느 정도 배가 찼지만, 볶음밥을 포기할 수는 없었다. 냉삼을 먹은 후 볶음밥은 선택이 아닌 필수 코스니까! 볶음밥을 1인분만 주문하려고 하니, 사장님께서 직접 볶아주시겠다고 하셨다.

볶음밥 완성된 모습
사장님의 손길로 완성된 환상적인 비주얼의 볶음밥

사장님은 능숙한 솜씨로 불판 위에 밥과 김치, 김 가루, 참기름 등을 넣고 볶아주셨다. 볶음밥이 완성되자, 고소한 냄새가 식욕을 자극했다. 볶음밥을 한 입 먹으니, 역시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살짝 눌어붙은 밥알의 바삭함과 김치의 새콤함, 김 가루의 짭짤함이 어우러져 정말 꿀맛이었다. 특히 김치찌개에 들어있던 고기를 잘게 썰어 넣으니, 풍미가 더욱 깊어졌다.

볶음밥 클로즈업
윤기가 좔좔 흐르는 볶음밥, 지금 당장이라도 달려가고 싶다.

볶음밥을 싹싹 긁어먹고 나니, 정말 배가 불렀다. 더 이상은 아무것도 들어갈 자리가 없었다. 계산을 하고 가게를 나서려는데, 사장님께서 “다음에 또 오세요!”라며 환하게 웃어주셨다. 혼자 왔음에도 불구하고 친절하게 대해주셔서 정말 감사했다.

오늘, 태안에서 숨은 맛집을 하나 발견한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혼자 여행하면서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만큼 행복한 일은 없는 것 같다. 특히 혼밥하기 어려운 메뉴인 삼겹살을 이렇게 푸짐하게 즐길 수 있어서 더욱 만족스러웠다. 태안에 다시 방문하게 된다면, 꼭 다시 들러 냉삼과 볶음밥을 먹어야겠다. 오늘도 지역명 혼밥 성공!

볶음밥 전체샷
양이 어마어마했던 볶음밥, 숟가락을 멈출 수 없었다.
냉삼과 밑반찬 전체샷
푸짐한 한 상 차림, 혼자 먹기에는 너무 과분했다.
볶음밥과 밑반찬
볶음밥과 함께 즐기는 밑반찬은 또 다른 즐거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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