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후, 텅 빈 집으로 향하는 발걸음은 언제나 무겁다. 하지만 오늘은 달랐다. 며칠 전부터 눈여겨봤던 정읍의 한 고깃집, ‘고반식당’에 드디어 혼밥 도전을 감행하기로 한 날이기 때문이다. 혼자 먹는 삼겹살은 왠지 모르게 초라할 것 같다는 생각은 이제 그만! 오늘만큼은 제대로 된 미식을 즐겨보리라 다짐하며, 설레는 마음으로 길을 나섰다.
고반식당은 정읍 시내, 눈에 띄는 위치에 자리 잡고 있었다. 깔끔한 외관은 혼자 들어가기에도 부담스럽지 않은 분위기를 풍겼다. 문을 열고 들어서니, 활기찬 직원들의 인사 소리가 경쾌하게 울려 퍼졌다. 혼자 왔다고 하니, 직원분은 잠시 당황한 듯했지만, 이내 밝은 미소로 나를 카운터석으로 안내해 주었다. 혼밥 레벨이 +1 상승하는 순간이었다.
메뉴판을 꼼꼼히 살펴보았다. 숙성 삼겹살, 숙성 목살, 돈치맛살… 다양한 부위의 돼지고기가 나를 유혹했다. 혼자 왔으니, 여러 종류를 맛보기는 어렵겠지만, 가장 대표 메뉴인 숙성 삼겹살 2인분을 주문했다. 혼자서 2인분? 괜찮다. 오늘은 나를 위한 특별한 날이니까!
주문 후, 밑반찬들이 하나둘씩 테이블 위에 차려졌다. 그런데, 이게 웬걸? 밑반찬의 종류가 정말 어마어마했다. 남도 김치 4종 세트를 시작으로, 갓김치, 파김치, 봄동 김치 등 보기만 해도 입맛이 살아나는 다채로운 김치들이 눈을 즐겁게 했다. 뿐만 아니라, 깻잎 장아찌, 쌈무, 샐러드 등 고기와 곁들여 먹을 수 있는 반찬들도 풍성하게 제공되었다. 마치 임금님 수라상을 받은 듯한 기분이었다. 혼밥인데 이렇게까지 잘 나올 일인가? 감동의 쓰나미가 밀려왔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4가지 종류의 김치였다. 젓갈 향이 깊게 배어 든 묵은지 스타일의 김치부터, 톡 쏘는 갓김치, 시원한 맛이 일품인 백김치, 그리고 봄의 향기를 가득 담은 봄동 김치까지. 김치 하나하나에서 느껴지는 깊은 맛은, 이곳이 단순한 고깃집이 아닌, 정읍의 손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맛집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듯했다.
밑반찬에 감탄하고 있을 때,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숙성 삼겹살이 등장했다. 3~4cm는 족히 넘어 보이는 두툼한 삼겹살의 위엄에 입이 떡 벌어졌다. 선홍빛 고기의 마블링은 예술 그 자체였다. 사진으로만 보던 그 비주얼을 실제로 마주하니, 넋을 놓고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고반식당의 또 다른 매력은 바로 ‘그릴링 서비스’였다. 직원분들이 직접 고기를 구워주시기 때문에, 나는 편안하게 기다리기만 하면 되었다. 전문가의 손길로 구워지는 삼겹살은,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완벽한 비주얼을 자랑했다. 돼지 기름에 구워지는 김치와 콩나물의 향긋한 냄새는 식욕을 더욱 자극했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시식 시간! 잘 구워진 삼겹살 한 점을 집어 들고, 조심스럽게 입으로 가져갔다. 씹는 순간, 입안 가득 퍼지는 육즙과 풍미는… 그 어떤 미사여구로도 표현할 수 없는 감동 그 자체였다. ‘이것이 진짜 삼겹살이구나!’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숙성된 고기라 그런지, 씹을수록 깊은 맛이 느껴졌고, 잡내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고반식당에서는 다양한 방법으로 삼겹살을 즐길 수 있다는 점도 좋았다. 먼저, 고기 본연의 맛을 느끼기 위해 소금에 살짝 찍어 먹어봤다. 고소한 육즙과 짭짤한 소금의 조화는 환상적이었다. 다음으로는, 갓김치와 함께 먹어봤다. 톡 쏘는 갓김치의 알싸한 맛이 삼겹살의 느끼함을 잡아주면서, 입안을 깔끔하게 정리해 주는 느낌이었다. 마늘 소스와의 조합도 훌륭했다. 달콤하면서도 알싸한 마늘 소스는, 삼겹살의 풍미를 한층 더 깊게 만들어 주었다.
쌈 채소에 삼겹살, 갓김치, 마늘, 쌈장을 듬뿍 넣어 크게 한 쌈 싸 먹으니, 세상 부러울 것이 없었다. 오늘, 혼밥하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혼자라서 조금 어색할 줄 알았는데, 맛있는 음식 덕분에 외로움은 잊은 지 오래였다.

고기를 어느 정도 먹고 나니, 살짝 느끼함이 느껴졌다. 그래서 이번에는 색다른 조합에 도전해 보기로 했다. 바로, 삼겹살에 와사비를 올려 먹는 것! 톡 쏘는 와사비의 맛이 삼겹살의 느끼함을 잡아주면서, 깔끔하고 산뜻한 맛을 선사했다. 의외의 조합이었지만, 정말 꿀맛이었다.
고기를 다 먹어갈 때쯤, 직원분께서 된장술밥을 추천해 주셨다. 된장술밥은, 된장찌개에 밥을 넣어 끓인 후, 술을 살짝 넣어 끓인 음식이라고 한다. 뜨끈한 국물이 먹고 싶었던 나는, 망설임 없이 된장술밥을 주문했다.
된장술밥은, 깊고 구수한 된장찌개의 맛과, 밥알이 부드럽게 풀어지는 식감이 환상적으로 어우러진 음식이었다. 특히, 함께 제공된 파김치를 올려 먹으니, 그 맛이 더욱 일품이었다. 얼큰하면서도 시원한 국물은, 술을 부르는 맛이었다. 아쉽지만, 오늘은 혼밥이니까 술은 패스하기로 했다.

혼자서 삼겹살 2인분과 된장술밥까지 싹싹 비워 먹으니, 배가 터질 듯 불렀다. 하지만, 맛있는 음식을 남길 수는 없었다. 정말 만족스러운 식사였다.
계산을 하고 나가려는데, 사장님께서 “혼자 오셨는데 맛있게 드셨냐”며 친절하게 말을 걸어주셨다. “정말 맛있게 잘 먹었다”고 대답하니, 환하게 웃으시며 “다음에 또 오라”고 말씀해 주셨다. 사장님의 따뜻한 인사에, 왠지 모르게 마음이 훈훈해졌다.
고반식당에서의 혼밥은, 단순히 배를 채우는 행위를 넘어, 나 자신에게 집중하고, 맛있는 음식을 통해 행복을 느끼는 시간이었다. 혼자라서 어색할 것이라는 생각은 기우에 불과했다. 맛있는 음식과 친절한 서비스 덕분에, 혼자서도 충분히 즐거운 식사를 할 수 있었다.
오늘의 혼밥 성공! 정읍에서 혼밥하기 좋은 곳을 찾는다면, 고기 맛집 “고반식당”을 강력 추천한다. 혼자여도 괜찮다. 맛있는 음식이 있다면!
돌아오는 길, 배부른 배를 두드리며, 다음에는 돈치맛살에 도전해 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고반식당, 조만간 또 방문해야겠다. 오늘도 혼자여도 괜찮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