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어김없이 혼밥이다. 혼밥 경력만 어언 10년 차. 이젠 누가 뭐라든 개의치 않는다. 오히려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는 경지에 이르렀다고나 할까. 하지만 가끔은, 아주 가끔은 혼자 밥 먹는 게 어색하게 느껴지는 곳도 있는 법이다. 특히나 여럿이 왁자지껄 모여 앉아 먹는 메뉴는 더 그렇다. 돼지불백. 왠지 혼자서는 좀처럼 먹기 힘든 메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오늘은 작정하고 돼지불백 혼밥에 도전하기로 했다. 그것도 무려 5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성북동의 맛집 쌍다리돼지불백 본점으로 말이다.
사실 이곳, 쌍다리돼지불백은 워낙 유명한 곳이라 예전부터 익히 들어왔다. 3대에 걸쳐 이어져 오는 전통, 블루리본 서베이 등재, 성북구 인증 1호 맛집이라는 화려한 타이틀들이 늘 머릿속에 맴돌았다. 기사식당으로 시작했다는 이야기도 흥미로웠다. 왠지 모르게 ‘찐’ 맛집의 향기가 느껴졌달까. 하지만 늘 혼자였던 나는, 왠지 모르게 발길이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그러다 문득, ‘혼자라서 못 갈 곳은 없다’라는 다짐이 떠올랐다. 그래, 오늘이야말로 돼지불백 혼밥의 역사를 쓰는 날이다!

성북동 골목길을 따라 걷다 보니, 멀리서도 큼지막한 간판이 눈에 띄었다. 붉은 벽돌 건물에 큼지막하게 쓰여 있는 ‘쌍다리돼지불백’. 드디어 제대로 찾아왔구나. 가게 앞에는 이미 몇 대의 차들이 주차되어 있었고, 안으로 들어서니 생각보다 훨씬 넓은 공간이 펼쳐졌다. 테이블 간 간격도 넉넉하고, 혼자 앉기에도 부담 없는 분위기였다. 다행히 혼밥 레벨 5 정도는 되는 것 같았다.
자리에 앉자마자 메뉴판을 스캔했다. 돼지불백이 메인인 건 당연하고, 낙지볶음, 부대찌개 등 혼밥러들을 위한 다양한 메뉴들이 준비되어 있었다. 하지만 오늘은 오로지 돼지불백에 집중하기로 했다. “돼지불백 하나 주세요!” 주문을 마치니, 직원분께서 능숙한 손놀림으로 밑반찬을 세팅해 주셨다.
쟁반 위에 가지런히 담긴 밑반찬들을 보니, 괜스레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뽀얀 김이 피어오르는 조개국, 새콤달콤한 무생채, 쌈장에 버무려진 마늘, 신선한 상추와 고추, 그리고 김치까지. 하나하나 정갈하게 담겨 나온 모습이, 마치 잘 차려진 백반 한 상을 받는 기분이었다. 특히 스테인리스 그릇에 담겨 나온 조개국은 보기만 해도 속이 시원해지는 느낌이었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돼지불백이 등장했다. 뜨겁게 달궈진 접시 위에 가지런히 놓인 돼지불백은, 보기만 해도 군침이 절로 넘어갔다. 얇게 썰린 돼지고기가 겹겹이 쌓여 있는 모습이, 마치 꽃잎이 피어나는 듯 아름다웠다. 은은하게 풍겨오는 불향은, 식욕을 더욱 자극했다.
젓가락을 들어 조심스럽게 고기 한 점을 집어 들었다. 윤기가 좌르르 흐르는 모습이, 정말 먹음직스러워 보였다. 망설임 없이 입 안으로 직행! 입 안 가득 퍼지는 불향과 함께, 달콤 짭짤한 양념이 혀를 감쌌다. 돼지 특유의 잡내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고, 부드러운 식감만이 입 안을 가득 채웠다. 과하지 않은 양념 덕분에, 고기 본연의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었다.
이번에는 상추에 밥 한 숟갈 올리고, 돼지불백 한 점, 쌈장 살짝, 그리고 마늘까지 얹어서 쌈을 싸 먹었다. 아삭한 상추와 부드러운 돼지불백, 짭짤한 쌈장과 알싸한 마늘의 조화는, 그야말로 환상적이었다. 특히 쌈장에 버무려진 마늘은, 돼지불백의 풍미를 한층 더 끌어올리는 역할을 했다.

쉴 새 없이 젓가락을 움직였다. 밥 한 숟갈, 고기 한 점, 쌈 한 입. 그야말로 폭풍 흡입이었다. 혼자 왔다는 사실도 잊은 채, 오로지 맛에만 집중했다. 그러다 문득 고개를 들어 주위를 둘러보니, 혼자 식사하는 사람들이 꽤 많이 보였다. 나처럼 돼지불백을 즐기는 사람도 있었고, 부대찌개를 먹는 사람도 있었다. 다들 각자의 방식으로 혼밥을 즐기고 있는 모습이, 왠지 모르게 동질감을 느끼게 했다.
정신없이 먹다 보니, 어느새 밥 한 공기를 뚝딱 비워냈다. 하지만 아직 아쉬움이 남았다. 고기 양이 아주 많은 편은 아니었지만, 혼자 먹기에는 충분한 양이었다. 하지만 워낙 맛있다 보니, 조금 더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에는 ‘특’ 사이즈로 시켜야겠다는 다짐을 하며, 마지막 남은 고기 한 점까지 깔끔하게 해치웠다.
식사를 마치고 계산대로 향했다. 9천 원이라는 가격은, 요즘 물가를 생각하면 나쁘지 않은 가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푸짐한 밑반찬과 퀄리티 높은 돼지불백을 생각하면, 가성비가 훌륭하다고 할 수 있다. 계산을 마치고 가게 문을 나섰다. 배부른 배를 두드리며, 성북동 골목길을 따라 천천히 걸었다.
오늘, 쌍다리돼지불백에서의 혼밥은 대성공이었다. 혼자서는 왠지 어색할 것 같았던 돼지불백을, 전혀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었다. 오히려 혼자만의 시간을 만끽하며, 맛있는 음식을 음미할 수 있어서 더욱 좋았다. 게다가 50년 전통의 맛집에서, 훌륭한 퀄리티의 돼지불백을 맛볼 수 있었다는 점도 만족스러웠다.

쌍다리돼지불백은, 혼밥족들에게 강력 추천하고 싶은 곳이다. 혼자 와도 전혀 눈치 보지 않고, 편안하게 식사를 즐길 수 있는 분위기다. 게다가 1인분 주문도 가능하고, 혼자 앉을 수 있는 테이블도 마련되어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맛이다. 50년 전통의 맛은, 결코 실망시키지 않을 것이다. 오늘도 혼밥 성공! 혼자여도 괜찮아. 다음에는 낙지볶음에 도전해 봐야겠다.
총평:
* 맛: ★★★★★ (5/5) – 50년 전통의 깊은 맛. 불향 가득한 돼지불백은, 먹어도 먹어도 질리지 않는다.
* 가격: ★★★★☆ (4/5) – 요즘 물가를 생각하면, 합리적인 가격. 특히 푸짐한 밑반찬을 고려하면, 가성비가 훌륭하다.
* 분위기: ★★★★☆ (4/5) – 혼밥하기에도 부담 없는 편안한 분위기. 혼자 오는 손님들도 많이 보인다.
* 혼밥 지수: ★★★★★ (5/5) – 1인분 주문 가능, 혼자 앉을 수 있는 테이블 마련 등 혼밥족들을 위한 배려가 돋보인다.
꿀팁:
* 주차는 가게 앞이나 뒷마당 주차장을 이용하면 된다. (무료)
* 반찬은 셀프 리필이 가능하다. 먹을 만큼만 덜어 먹는 센스를 발휘하자.
* 파채 추가는 3천 원의 비용이 발생한다. 하지만 돼지불백과 환상적인 조합을 자랑하니, 꼭 추가해서 먹어보길 추천한다.
* 점심시간에는 손님이 몰릴 수 있으니, 약간 일찍 방문하는 것이 좋다.
* 영업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이며, 월요일은 정기 휴무이다.
가는 법:
* 주소: 서울 성북구 성북로23길 4
* 지하철: 4호선 한성대입구역 5번 출구에서 도보 15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