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긋한 연탄불에 흑돼지 한 점, 김천 지례 맛집 삼거리불고기에서 추억을 굽다

오랜만에 떠나는 혼자만의 여행. 목적지는 김천이었다. 직지사도 좋고 부항댐도 좋지만, 사실 내 마음을 사로잡은 건 지례 흑돼지 거리였다. 혼자 여행의 묘미는 역시 맛집 탐방이지. 지례 흑돼지는 예전부터 워낙 유명해서 꼭 한번 와보고 싶었다. 특히 ‘원조’라는 간판을 내건 노포의 불고기 맛은 어떨까? 지례 “지역명” “맛집” 탐방, 드디어 시작이다.

일단 차를 몰아 지례면으로 향했다. 꼬불꼬불한 길을 따라 들어가니, 정말 작고 한적한 동네가 나타났다. 낡은 간판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풍경이 정겹다. 드디어 ‘원조지례삼거리불고기’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파란색 간판에 큼지막하게 박힌 “원조”라는 두 글자가 왠지 모르게 믿음직스럽다. 전화번호는 435-0067.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외관에서부터 맛집 포스가 느껴졌다. 바로 앞에 공용 주차장이 있어 주차는 어렵지 않았다. 혼밥러에게 주차 편의성은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니까.

지례삼거리불고기 식당 외부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외관이 맛집의 아우라를 풍긴다.

점심시간이라 그런지 식당 안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혼자 온 손님은 나뿐인 것 같아 살짝 머쓱했지만, 뭐 어때. 맛있는 흑돼지를 먹기 위해서라면 이 정도 시선은 감수해야지. 다행히 혼자 앉을 만한 자리가 있어 냉큼 앉았다. 메뉴판을 보니 흑돼지 양념 불고기가 메인인 듯했다. 혼자 왔으니 양념 불고기 소(小)자를 시켰다. 1인분만 시켜도 괜찮을까 걱정했는데, 다행히 1인분 주문도 가능했다. 혼밥족에게 1인분 주문 가능 여부는 아주 중요한 정보니까. 가격은 소자 2만원. 가격이 조금 오른 것 같긴 하지만, 흑돼지니까 괜찮아.

주문하고 나니 따뜻한 숭늉이 나왔다. 구수한 숭늉으로 속을 따뜻하게 데우니 긴장이 풀리는 듯했다. 잠시 후, 밑반찬들이 하나둘씩 테이블에 놓였다. 깻잎 장아찌, 콩나물무침, 김치 등 소박하지만 정갈한 반찬들이었다. 특히 눈에 띄는 건 김장 무였다. 시골 할머니가 담가준 듯한 깊은 맛이 느껴졌다.

메뉴 가격 안내
흑돼지 불고기 외에 소금구이, 보리밥 메뉴도 보인다. 불고기는 초벌 시간이 꽤 걸린다는 안내 문구가 눈에 띈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흑돼지 양념 불고기가 나왔다. 숯불 위에서 초벌되어 나온 불고기는 윤기가 좌르르 흘렀다. 큼지막한 돼지고기 한 점을 집어 입에 넣으니, 입안 가득 퍼지는 불향과 달콤한 양념 맛! 이 맛이야! 흑돼지 특유의 쫄깃한 식감도 일품이었다. 양념은 고추장 특유의 텁텁함이나 쓴맛없이 깔끔했다.

연탄불에 직접 구워 먹는 방식이라 연기가 조금 나긴 했지만, 이마저도 정겹게 느껴졌다. 혼자 고기를 굽는 게 조금 어색하긴 했지만, 금세 익숙해졌다. 오히려 혼자 집중해서 고기를 구우니 더 맛있게 느껴지는 것 같기도 하고. 잘 구워진 흑돼지를 쌈 채소에 싸서 먹으니 정말 꿀맛이었다. 깻잎 장아찌와 함께 먹으니 향긋한 풍미가 더해져 더욱 맛있었다.

석쇠 위에서 익어가는 흑돼지 양념구이
초벌되어 나온 흑돼지 양념구이를 석쇠에 올려 직접 구워 먹으면 된다. 은은한 불향이 식욕을 자극한다.

고기를 어느 정도 먹고 나니 밥이 당겼다. 메뉴에 보리밥이 있길래 하나 시켜봤다. 보리밥을 시키니 된장찌개가 함께 나왔다. 된장찌개는 옛날 시골에서 먹던 바로 그 맛이었다. 깊고 진한 된장 맛이 정말 일품이었다. 보리밥에 된장찌개를 슥슥 비벼 먹으니 꿀맛. 예전에 할머니 댁에서 먹던 바로 그 맛이었다. 보리밥에는 고추장을 넣지 말고 된장찌개만 넣어서 비벼 먹으라는 팁이 있더라. 역시 맛잘알들은 다르다.

보리밥
보리밥에 된장찌개를 비벼 먹으면 꿀맛이다. 흑돼지 불고기와 환상의 조합을 자랑한다.

혼자였지만, 흑돼지 양념 불고기 소자에 보리밥까지 싹싹 비워 먹었다. 정말 배부르고 만족스러운 식사였다. 계산하고 나오면서 사장님께 “정말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라고 인사를 건넸다. 사장님은 무뚝뚝한 표정으로 “예”라고 짧게 대답하셨지만, 왠지 모르게 정이 느껴졌다.

식당을 나서니 옷에 고기 냄새가 배어 있었다. 노포 특유의 분위기 때문에 위생에 민감한 사람에게는 조금 불편할 수도 있겠지만, 나는 이런 점마저도 좋았다. 혼자 여행하면서 이런 노포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 이게 바로 찐 행복이지. 오늘도 혼밥 성공! 혼자여도 괜찮아!

다음에 김천에 다시 오게 된다면, 꼭 다시 들러야겠다. 그때는 소금구이도 한번 먹어봐야지. 아, 그리고 보리밥에 고추장 넣지 않고 된장찌개만 넣어서 비벼 먹는 것도 잊지 말아야지. 김천 지례 맛집 “원조지례삼거리불고기”, 혼밥하기에도 좋고 맛도 최고인 곳이었다.

펜션에서 구워먹은 흑돼지 양념구이
포장해서 펜션에서 먹어도 맛있는 흑돼지 양념구이. 여행의 즐거움을 더해준다.

총평:

* 혼밥 난이도: 하 (혼자 오는 손님도 편하게 식사할 수 있는 분위기)
* 맛: 최상 (흑돼지 특유의 쫄깃한 식감과 달콤한 양념의 조화가 일품)
* 가격: 보통 (흑돼지 가격을 생각하면 적당한 수준)
* 분위기: 정겨운 노포 분위기 (위생에 민감한 사람에게는 다소 불편할 수 있음)
* 재방문 의사: 완전 있음!

꿀팁:

* 보리밥을 시킬 때는 고추장을 넣지 말고 된장찌개만 넣어서 비벼 먹기
* 옷에 고기 냄새가 배는 것을 감안하고 가기
* 주말에는 웨이팅이 있을 수 있으니, 시간을 넉넉하게 잡고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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