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스름한 저녁, 나는 왠지 모르게 마음이 이끄는 대로 해운대 골목길을 헤매고 있었다. 오늘따라 시끌벅적한 해변의 분위기보다는, 작고 아늑한 공간에서 조용히 술 한잔 기울이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발길이 닿은 곳은, 아는 사람만 안다는 숨겨진 맛집, ‘니시나리’였다.
사실, 니시나리를 찾는 여정은 처음부터 순탄치 않았다. 해운대 토박이인 나조차도 “이런 곳에 이자카야가 있다고?” 싶을 정도로, 니시나리는 눈에 잘 띄지 않는 곳에 숨어 있었다. 마치 보물찾기라도 하는 기분으로 골목을 누비던 끝에, 은은한 불빛이 새어 나오는 작은 간판을 발견했을 때의 희열이란!
문을 열고 들어서자, 예상했던 대로 아늑하고 따뜻한 분위기가 나를 감쌌다. 나무로 만들어진 카운터 테이블 위에는 다양한 사케 병들이 줄지어 서 있었고, 벽 한쪽에는 일본풍의 소품들이 장식되어 있었다. 공간은 그리 넓지 않았지만, 오히려 그 덕분에 손님들끼리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며 정을 쌓을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는 듯했다. 마치 일본 드라마 속 작은 선술집에 들어온 듯한 기분이었다.
자리에 앉자마자 메뉴판을 펼쳐 들었다. 니시나리는 다양한 종류의 사케와 일본 소주, 그리고 곁들여 먹을 수 있는 안주들을 판매하고 있었다. 메뉴 하나하나에 정성이 느껴지는 손글씨와 아기자기한 그림들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한참을 고민한 끝에, 나는 니시나리의 대표 메뉴라는 ‘오뎅탕’과 ‘모듬 튀김’을 주문했다. 술은 역시 이자카야에 왔으니 사케를 맛봐야겠지? 사장님께 추천을 받아 깔끔한 맛이 일품이라는 ‘간바레 오또상’을 함께 주문했다.

가장 먼저 나온 것은 따뜻한 사케였다. 투명한 유리잔에 담긴 사케는 은은한 향을 풍기며 나의 미각을 자극했다. 한 모금 머금으니, 부드러운 목넘김과 함께 은은한 단맛이 입안 가득 퍼져 나갔다. 차가운 밤공기에 살짝 얼었던 몸이 사르르 녹는 듯했다.
잠시 후, 기다리고 기다리던 오뎅탕이 테이블 위에 놓였다. 커다란 냄비 안에는 각종 어묵과 유부, 곤약, 버섯 등 다양한 재료들이 푸짐하게 들어 있었다. 뽀얀 국물 위로는 송송 썰린 파와 고춧가루가 뿌려져 있어 먹음직스러운 비주얼을 자랑했다. 특히 눈에 띄는 건, 칼집을 내어 별 모양을 낸 표고버섯이었다. 섬세한 손길에서 니시나리의 정성이 느껴졌다.
국물을 한 입 맛보니, 깊고 진한 맛이 온몸을 감쌌다. 멸치와 다시마로 우려낸 육수에 간장으로 간을 맞춘 듯한, 깔끔하면서도 깊은 맛이었다. 특히 다양한 종류의 어묵은 쫄깃쫄깃한 식감을 자랑하며 입안을 즐겁게 했다. 유부는 국물을 머금어 촉촉했고, 곤약은 꼬들꼬들했다. 뜨끈한 국물에 사케 한 잔을 곁들이니, 세상 부러울 것이 없었다.
오뎅탕을 맛보고 감탄하고 있을 때, 모듬 튀김이 등장했다. 접시 가득 담긴 튀김들은 바삭바삭한 소리를 내며 나의 식욕을 자극했다. 새우, 오징어, 고구마, 단호박, 깻잎 등 다양한 종류의 튀김들이 노릇노릇하게 튀겨져 있었다. 튀김옷은 얇고 바삭했으며, 속 재료는 신선하고 촉촉했다.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튀김 위에 듬뿍 올려진 타르타르 소스였다. 마요네즈를 베이스로 한 소스에 다진 양파와 피클, 삶은 계란 등을 넣어 만든 듯했는데, 튀김의 느끼함을 잡아주면서도 고소하고 상큼한 맛을 더했다. 튀김 한 입, 사케 한 잔을 번갈아 마시니, 어느새 접시는 깨끗하게 비워져 있었다.
니시나리에서는 음식뿐만 아니라, 분위기 또한 훌륭했다. 은은한 조명 아래, 손님들은 각자의 테이블에 둘러앉아 조용히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때로는 웃음소리가 터져 나오기도 했지만, 결코 시끄럽거나 소란스럽지 않았다. 마치 오래된 친구 집에 놀러 온 듯한 편안함과 따뜻함이 느껴졌다.
내가 니시나리를 찾았던 날은 금요일 저녁이었다. 다행히 예약을 미리 해둔 덕분에 기다리지 않고 바로 자리에 앉을 수 있었지만, 만약 예약을 하지 않았다면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했을 것이다. 니시나리는 이미 해운대 지역 주민들 사이에서는 맛집으로 소문이 자자한 곳이었기 때문이다. 특히 주말이나 금요일 저녁에는 예약이 필수라고 하니, 방문 전에 꼭 예약하는 것을 추천한다.
니시나리는, 간단하게 술 한잔 기울이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곳이었다. 맛있는 안주와 술, 그리고 아늑한 분위기가 완벽하게 어우러져, 나에게 잊지 못할 추억을 선사했다. 특히 니시나리의 음식들은 하나하나 정성이 느껴지는 맛과 비주얼을 자랑했다. 재료의 신선함은 물론이고, 튀김 위에 올려진 타르타르 소스나 오뎅탕에 들어간 별 모양 표고버섯처럼, 작은 부분까지 신경 쓴 흔적이 역력했다.
뿐만 아니라, 니시나리의 직원들은 모두 친절하고 밝은 미소로 손님들을 맞이했다. 주문을 받을 때나 음식을 서빙할 때, 늘 친절하게 설명해 주었고, 필요한 것이 없는지 세심하게 배려해 주었다. 덕분에 나는 더욱 편안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니시나리에서 보낸 시간은, 마치 짧은 여행을 다녀온 듯한 느낌이었다. 복잡한 도시에서 벗어나, 작고 아늑한 공간에서 맛있는 음식과 술을 즐기며 잠시나마 여유를 만끽할 수 있었다. 니시나리는 나에게 단순한 이자카야 그 이상이었다. 지친 일상에 활력을 불어넣어 주는, 소중한 공간이었다.
계산을 마치고 가게를 나서는 길, 사장님은 환한 미소로 나를 배웅해 주셨다. “다음에 또 오세요!”라는 인사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네, 꼭 다시 올게요!” 니시나리는 나에게, 앞으로도 종종 찾게 될 아지트 같은 곳이 될 것 같다.
니시나리를 찾아가는 길은 조금 험난할 수 있지만, 그만큼 특별한 경험을 선사해 줄 것이다. 해운대에서 조용하고 아늑한 이자카야를 찾고 있다면, 니시나리를 강력 추천한다. 단, 예약은 필수라는 것을 잊지 말자!
니시나리에서 맛있는 음식과 술을 즐기며, 소중한 사람들과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것은 어떨까? 나는 벌써부터 다음 방문이 기다려진다. 그땐 또 어떤 새로운 메뉴를 맛보게 될까? 니시나리에서의 새로운 부산 미식 여행을 기대하며, 나는 오늘도 설레는 마음으로 잠자리에 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