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그중에서도 해운대는 내게 특별한 의미를 지닌 곳이다. 학창 시절, 과학 실험에 실패하고 좌절할 때마다 푸른 바다를 보며 마음을 다잡곤 했다. 그런 추억이 깃든 해운대에서, 그것도 맛집으로 소문난 횟집이 있다니,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해운대 끝자락 미포에 위치한 ‘해운마루’, 16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한 자리를 지켜온 노포의 저력이 궁금했다.
약속 시간보다 조금 일찍 도착해 주변을 둘러봤다. 해운대 해변의 활기 넘치는 분위기와는 달리, 미포는 한적하고 여유로운 느낌이었다. 짭짤한 바다 내음이 코를 간지럽히고, 멀리 보이는 해운대 마린시티의 고층 빌딩들은 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마치 복잡한 도시의 삶에서 잠시 벗어나 자연 속으로 들어온 듯한 기분이었다. 을 보면 알겠지만, 해질녘 마린시티의 조명이 켜지면 그 풍경은 더욱 황홀해진다. 마치 밤하늘의 별들이 쏟아지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해운마루’라는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에서 볼 수 있듯, 디지털 간판에는 ‘자연산 활어 전문’이라는 문구가 선명하게 빛나고 있었다. 왠지 모를 신뢰감이 느껴졌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시원한 바닷바람과 함께 은은한 생선 냄새가 코를 자극했다. 내부는 생각보다 넓었고, 테이블 간 간격도 넉넉해서 편안하게 식사를 즐길 수 있을 것 같았다. 특히 창가 자리는 통유리창을 통해 미포 앞바다가 한눈에 들어오는, 그야말로 ‘오션뷰’ 명당이었다. 운 좋게 창가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자리에 앉자마자 메뉴판을 펼쳐 들었다. 코스 메뉴가 눈에 띄었다. ‘해산물 모듬 + 5가지 활어회 + 매운탕 + 튀김 + 나막스 구이’라는 풍성한 구성에 마음이 흔들렸다. 을 보면 다양한 곁들임 찬들이 한상 가득 차려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나막스’라는 생선은 처음 들어보는 이름이라 더욱 궁금했다. 결국, 코스 메뉴를 주문하고, 설레는 마음으로 음식이 나오기를 기다렸다.
가장 먼저 나온 것은 따뜻한 계란찜이었다. 푸딩처럼 부드러운 식감에 은은한 단맛이 느껴졌다. 마치 과학 실험 전 워밍업을 하는 것처럼, 위장을 부드럽게 달래주는 느낌이었다. 곧이어 해산물 모듬이 등장했다. 신선한 해삼, 멍게, 전복 등이 형형색색의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특히 멍게의 경우, 표면에 살아있는 듯 꿈틀거리는 모습이 신선함을 증명하는 듯했다. 멍게 특유의 향긋한 바다 내음이 코를 자극했고, 입안에 넣는 순간 짭짤하면서도 달콤한 맛이 폭발했다. 멍게에는 ‘타우린’이라는 아미노산이 풍부하게 함유되어 있는데, 이는 피로 해소와 간 기능 개선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지친 몸과 마음에 활력을 불어넣어 주는 느낌이었다.
다음으로 나온 것은 5가지 활어회였다. 을 보면 알 수 있듯, 도미, 광어, 우럭 등 다양한 어종이 보기 좋게 담겨 나왔다. 회의 표면은 칼로 정교하게 다듬어져 있었고, 윤기가 흐르는 모습은 마치 보석과도 같았다. 젓가락으로 조심스럽게 회 한 점을 집어 들었다. 도미의 경우, 씹을수록 단맛이 느껴졌고, 광어는 쫄깃한 식감이 일품이었다. 우럭은 특유의 고소한 풍미가 입안 가득 퍼졌다. 회의 신선도는 최고 수준이었다. 숙성 정도도 완벽해서, 각 어종의 풍미를 제대로 느낄 수 있었다. 을 보면 흰 살 생선 특유의 결이 살아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회 한 점 한 점 음미할 때마다, 마치 바다를 통째로 삼키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회를 먹는 동안, 곁들임 찬들도 훌륭했다. 특히 갓 구워져 나온 따끈한 전은 고소한 냄새를 풍기며 식욕을 자극했다. 를 보면 알 수 있듯, 옥수수 철판구이, 해초류 등 다양한 곁들임 찬들이 제공된다. 콘치즈의 달콤함과 해초의 짭짤함이 입안에서 조화롭게 어우러졌다.
메인 요리인 회를 다 먹어갈 때쯤, 기다리고 기다리던 ‘나막스 구이’가 나왔다. 나막스는 동해안에서 잡히는 가자미의 일종이라고 한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겉바속촉의 정석이었다. 나막스 특유의 담백한 맛은, 마치 잘 구워진 흰 살 생선 스테이크를 먹는 듯한 느낌이었다. 나막스에는 단백질과 불포화지방산이 풍부하게 함유되어 있는데, 이는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고 심혈관 질환 예방에 도움을 준다고 알려져 있다. 맛과 건강,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셈이다.
마지막으로 나온 것은 매운탕이었다. 에서 볼 수 있듯이, 뚝배기에 담겨 나온 매운탕은 보기만 해도 얼큰해 보였다. 국물을 한 입 맛보는 순간, минем буын! (숨멎!). 칼칼하면서도 시원한 국물은, 마치 과학 실험의 마지막 단계를 성공적으로 마친 듯한 짜릿함을 선사했다. 캡사이신이 TRPV1 수용체를 자극하여 통증과 쾌감을 동시에 유발하는, 그야말로 ‘맛있는 매운맛’이었다. 매운탕에는 생선 뼈에 붙어있는 살점들이 넉넉하게 들어있었는데, 이를 발라 먹는 재미도 쏠쏠했다.
식사를 마치고 밖으로 나오니, 어느덧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 붉게 물든 하늘과 잔잔한 바다가 어우러진 풍경은, 그야말로 한 폭의 그림과 같았다. 를 보면 붉은색 천막과 석양이 묘하게 어울리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해운대 지역의 랜드마크인 마린시티의 고층 빌딩들은 조명을 밝히기 시작했고, 그 모습은 마치 거대한 크리스마스 트리 같았다. 에서 볼 수 있듯, 복잡하게 얽힌 전선마저도 아름다운 풍경의 일부가 되는 듯했다.
‘해운마루’, 이곳은 단순히 맛있는 음식을 파는 곳이 아니었다. 아름다운 풍경과 신선한 해산물이 어우러진, 그야말로 ‘오감만족’을 선사하는 곳이었다. 16년이라는 시간 동안 한 자리를 지켜온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다음에 부산에 오게 된다면, 꼭 다시 방문하고 싶다. 그때는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아름다운 노을을 바라보며 싱싱한 회를 즐기고 싶다. 해운대에서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고 싶다면, ‘해운마루’를 강력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