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그 날’이 왔다. 며칠 전부터 벼르고 별렀던 조개구이 ‘실험’을 위해 인천 지역으로 향하는 발걸음은 마치 중성미자가 쿼크의 향을 바꾸는 순간처럼 설렘으로 가득 찼다. 목적지는 20년 넘게 한 자리를 지켜온 맛집, ‘저팔계’. 간판부터 범상치 않은 기운이 느껴진다. 붉은색 폰트로 큼지막하게 박힌 “저팔계”라는 글자는 마치 미지의 맛을 향한 탐험을 부추기는 듯했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넓은 공간이 펼쳐졌다. 10개 남짓한 테이블과 분리된 좌식 테이블 4개가 있었는데, 어두운 조명 덕분에 테이블마다 독립적인 공간이 확보된 느낌이었다. 마치 맛집 연구소에 온 듯한 기분마저 들었다. 벽면에 설치된 빔프로젝터에서는 사장님의 취향이 듬뿍 담긴 영상이 상영되고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다소 정신없다고 느낄 수도 있겠지만, 나는 오히려 이 시끌벅적한 분위기가 조개구이의 맛을 한층 끌어올리는 요소라고 생각한다. 마치 발효 과정에서 미생물이 내는 소리처럼 말이다.
자리에 앉자마자 메뉴판 스캔에 들어갔다. 조개모듬, 우럭, 광어, 해물찜 등 다양한 메뉴가 있었지만, 나의 목표는 오직 하나, 조개구이였다. 조개모듬 대(大)자를 주문하고, 곧이어 펼쳐지는 ‘스끼다시 향연’에 입을 다물 수 없었다.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뽀얀 자태를 뽐내는 만두였다. 한 사람당 세 개씩 제공되는 이 만두는, 겉은 촉촉하고 속은 육즙으로 가득 차 있었다. 탄수화물과 단백질의 이상적인 조화는 식욕을 돋우는 데 완벽한 역할을 수행했다.
다음 타자는 매콤한 양념에 버무려진 돼지고기였다. 캡사이신이 TRPV1 수용체를 자극하여 통증과 쾌감을 동시에 선사하는, 그야말로 ‘악마의 맛’이었다. 돼지고기의 지방은 혀를 부드럽게 감싸며 매운맛을 중화시키는 역할을 했다.
뜨겁게 달궈진 철판 위에 지글거리는 콘치즈도 빼놓을 수 없다. 옥수수의 달콤함과 치즈의 고소함, 그리고 마요네즈의 느끼함이 한데 어우러져 뇌를 자극하는 도파민 분비를 촉진했다. 이 단순한 조합이 왜 이토록 강력한 중독성을 가지는지, 과학적으로 설명할 길이 없다.
드디어 오늘의 주인공, 조개모듬이 등장했다. 가리비, 키조개, 백합 등 다양한 종류의 조개가 푸짐하게 담겨 있었다. 선도 역시 훌륭했다. 표면에 흐르는 윤기는 조개가 얼마나 신선한지 여실히 보여주고 있었다. 이제부터는 ‘마이야르’ 반응을 통한 맛의 향연이 시작될 것이다.
화로 위에 조개를 올리자, 맹렬한 기세로 불꽃이 춤을 췄다. 160도에서 발생하는 마이야르 반응은 조개 표면에 갈색 크러스트를 형성하며, 풍미를 극대화시킨다. 조개 껍데기가 입을 벌리는 순간, 나는 희열을 느꼈다. 마치 연금술사가 철을 금으로 바꾸는 순간과 같은 감격이었다.
잘 익은 가리비는 그 자체로 완벽했다. 부드러운 식감과 은은한 단맛은 혀를 황홀경에 빠뜨렸다. 특히, 가리비 관자에 집중된 글루타메이트 함량은 감칠맛을 극대화하여 입안에서 폭발적인 풍미를 선사했다.
키조개는 가리비와는 또 다른 매력을 지니고 있었다. 쫄깃한 식감과 담백한 맛은 씹을수록 깊은 풍미를 자아냈다. 키조개에 초고추장을 살짝 찍어 먹으니, 신맛, 단맛, 매운맛이 완벽한 조화를 이루며 혀를 즐겁게 했다.
조개구이를 정신없이 먹고 있을 때, 사장님께서 서비스라며 구워먹는 치즈와 새우, 그리고 광어회를 내어주셨다. 특히 광어회는 김과 초밥용 밥과 함께 제공되어, 직접 초밥을 만들어 먹을 수 있도록 배려한 점이 인상적이었다. 광어회의 아미노산은 김의 알칼리 성분과 만나 환상적인 맛을 연출했다. 이 조합은 마치 DNA의 이중 나선 구조처럼 완벽하게 짜여 있었다.
회를 한 점 집어 김 위에 올리고, 밥 한 덩이를 얹은 후, 와사비를 살짝 올려 입으로 가져갔다. 차가운 광어회의 신선함과 김의 향긋함, 밥의 달콤함, 그리고 와사비의 알싸함이 한데 어우러져 혀를 강렬하게 자극했다.
뜨거운 화로 앞에서 조개 껍데기를 까고, 익은 조갯살을 맛보는 과정은 단순한 식사를 넘어선 ‘과학 실험’과도 같았다. 각각의 조개가 가진 고유한 맛과 향, 식감을 분석하고, 최적의 조합을 찾아내는 과정은 지적 유희를 충족시켜 주었다.
물론, 아쉬운 점도 있었다. 사람이 워낙 많은 곳이다 보니 다소 소란스럽고, 서비스가 늦어지는 경우도 있었다. 과거에 비해 가격이 다소 오른 점도 아쉬움으로 남는다. 하지만 이러한 단점들은 조개구이의 맛과 푸짐한 스끼다시, 그리고 활기 넘치는 분위기에 묻혀버렸다.
식사를 마치고 가게를 나서는 길, 나의 뇌는 이미 ‘저팔계’의 조개구이 맛을 기억하고 있었다. 도파민과 엔도르핀이 과다 분비된 탓일까, 세상이 아름다워 보였다. 다음 ‘실험’을 위해, 나는 다시 ‘저팔계’를 찾을 것이다. 그때는 조개찜에 칼국수를 추가해서 먹어봐야겠다. 다른 테이블에서 풍기는 칼국수 국물의 향기는 나의 후각 수용체를 자극하며, 새로운 맛의 세계로 이끌고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