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남도 해남, 그곳은 단순한 땅끝마을이 아니었다. 내겐 미지의 맛을 탐구하는 실험실과 같은 곳이다. 해남 8미 중 하나라는 닭 코스요리. 닭 한 마리가 어떻게 다채로운 스펙트럼의 미식 경험을 선사할 수 있을까? 호기심이라는 촉매제를 가득 채워 차를 몰았다. 목적지는 ‘해뜰날에 노는 닭’. 이름부터가 범상치 않다.
넓은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보니, 파란색 간판이 눈에 띈다. 간판에는 닭 캐릭터와 함께 상호명이 큼지막하게 적혀 있었다. 마치 “어서 와, 닭의 신세계는 처음이지?”라고 묻는 듯했다. 식당 건물 외벽에는 ‘황칠 약오리/황칠 약닭’이라는 문구가 적힌 배너가 걸려 있었다. 황칠이라… 단순히 닭만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특별한 재료를 더해 풍미를 끌어올린다는 힌트를 얻었다.
식당 안으로 들어서니, KBC 방송에 출연한 사진들이 액자에 걸려 있었다. 이미 방송에도 여러 번 소개된 유명한 곳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더욱 기대감이 증폭되는 순간이었다. 자리에 앉자, 직원분께서 메뉴판을 가져다주셨다. 메뉴는 단출했다. 닭 코스요리가 메인이고, 오리 요리도 함께 판매하는 듯했다. 나는 망설임 없이 닭 코스요리를 주문했다.
닭 코스요리는 6만원(2인 기준)부터 시작한다고 한다. 혼자 방문한 터라 살짝 부담스러운 가격이었지만, 닭 한 마리가 선사할 미식 경험을 생각하면 아깝지 않다고 스스로를 설득했다. 잠시 후, 코스요리가 시작되었다.
가장 먼저 등장한 것은 닭 육회와 닭똥집이었다. 닭 육회라니! 신선도가 생명인 육회를 닭으로 맛본다는 것은 꽤나 혁신적인 시도였다. 젓가락으로 닭 육회를 조심스럽게 집어 들었다. 윤기가 흐르는 붉은 빛깔이 신선함을 증명하는 듯했다. 한 입 맛보니, 예상외로 부드러운 식감에 놀랐다. 소고기 육회와는 또 다른 매력이었다. 닭똥집은 꼬들꼬들한 식감이 돋보였다.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입안 가득 퍼져 나갔다.

다음으로는 양념 닭구이가 나왔다. 숯불 위에서 구워져 나온 닭구이는 매콤한 양념 냄새를 풍기며 식욕을 자극했다. 닭고기 표면에는 마이야르 반응이 활발하게 진행되어 갈색의 크러스트가 형성되어 있었다. 160도 이상의 온도에서 아미노산과 당이 반응하여 만들어지는 마이야르 반응은, 닭고기의 풍미를 한층 더 끌어올리는 역할을 한다. 한 입 베어 무니, 쫄깃한 닭고기 속에서 육즙이 터져 나왔다. 매콤한 양념과 숯불 향이 어우러져 환상적인 맛을 선사했다.
소금구이는 닭 본연의 맛을 느낄 수 있는 메뉴였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하게 구워진 닭고기는,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우러나왔다. 닭고기 자체의 품질이 얼마나 좋은지 알 수 있었다. 닭 특유의 잡내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고, 담백하면서도 풍부한 풍미가 입안을 가득 채웠다.
메인 요리라고 할 수 있는 닭백숙이 등장했다. 뽀얀 국물 속에 잠겨 있는 닭 한 마리의 웅장한 모습은, 보는 것만으로도 압도적인 포스를 풍겼다. 직원분께서 먹기 좋게 닭을 손질해 주셨다. 닭백숙 위에는 송송 썰린 파와 마늘이 듬뿍 올려져 있었다. 파와 마늘은 알싸한 향으로 닭백숙의 풍미를 한층 더 끌어올리는 역할을 한다.
국물부터 한 입 맛보았다. 깊고 진한 닭 육수의 풍미가 입안 가득 퍼져 나갔다. 닭고기는 오랜 시간 푹 삶아져 뼈와 살이 쉽게 분리될 정도로 부드러웠다. 닭가슴살은 퍽퍽하지 않고 촉촉했으며, 닭다리살은 쫄깃한 식감이 일품이었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국물에서 은은하게 느껴지는 황칠의 향이었다. 황칠은 폴리페놀 성분이 풍부하여 항산화 작용에 뛰어나다고 알려져 있다. 맛과 건강을 동시에 잡은 닭백숙이라고 할 수 있었다.

닭백숙과 함께 찰밥과 칼국수 면이 제공되었다. 찰밥을 닭백숙 국물에 말아 먹으니, 꿀맛이었다. 찰밥의 쫀득한 식감과 닭 육수의 깊은 풍미가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었다. 칼국수 면을 넣어 끓여 먹으니, 또 다른 별미였다. 닭 육수가 칼국수 면에 스며들어, 더욱 풍성한 맛을 느낄 수 있었다.
코스요리의 마지막은 녹두밥으로 장식되었다. 녹두는 필수 아미노산이 풍부하여 영양가가 높다고 알려져 있다. 녹두밥은 소화도 잘 되고, 속을 편안하게 해주는 효과가 있었다. 과식한 탓에 더부룩했던 속이 녹두밥 덕분에 한결 편안해졌다.

식사를 마치고 나니, 온몸에 기운이 넘치는 듯했다. 닭고기의 단백질과 황칠의 폴리페놀 덕분일까? 단순히 맛있는 음식을 먹었다는 만족감뿐만 아니라, 건강까지 챙긴 듯한 기분이 들었다.
‘해뜰날에 노는 닭’에서는 닭 한 마리를 이용하여 닭 육회, 양념 닭구이, 소금구이, 닭백숙, 칼국수, 녹두밥까지 다채로운 요리를 맛볼 수 있었다. 마치 과학 실험처럼, 닭이라는 식재료가 어떻게 다양한 맛과 풍미를 낼 수 있는지 탐구하는 시간이었다. 특히 닭백숙 국물에서 느껴지는 황칠의 은은한 향은, 이 집만의 특별한 비법이라고 할 수 있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코스요리의 순서를 미리 알려주지 않아 계속 물어봐야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음식 맛은 훌륭했기 때문에, 다음에는 부모님을 모시고 다시 방문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식당을 나서며, 다시 한번 간판을 올려다보았다. ‘해뜰날에 노는 닭’. 이름처럼, 닭들이 행복하게 뛰어놀고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해남에 방문할 일이 있다면, 꼭 한번 들러보기를 추천한다. 닭요리의 새로운 지평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실험 결과, 이 집 닭요리는 완벽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