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천의 숨겨진 추억, 신북에서 만난 세겐돈까스 맛집의 향수

신북 온천의 따스한 물결에 몸을 맡기고 나니, 어린 시절의 아련한 기억들이 물안개처럼 피어올랐다. 문득, 잊고 지냈던 경양식 돈가스의 향수가 코끝을 스쳤다. 허기진 배를 움켜쥐고, 무작정 길을 나섰다. 길가에 낡은 간판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세겐돈까스”. 27년 전통이라는 문구가 왠지 모를 믿음을 주었다.

문을 열고 들어선 식당 안은, 예상대로 정겨운 분위기가 감돌았다. 테이블은 거의 만석이었지만, 다행히 딱 한 자리가 남아있었다. 마치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 듯한 느낌. 나무 테이블의 질감, 벽에 걸린 빛바랜 사진들, 그리고 희미하게 풍겨오는 돈가스 튀김 냄새까지, 모든 것이 어린 시절의 기억을 되살아나게 했다.

메뉴판을 펼쳐 들기도 전에,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정식을 주문했다. 잠시 후, 따뜻한 크림 스프가 먼저 나왔다. 뽀얀 자태의 스프는 부드럽고 따스했다. 후추를 살짝 뿌려 한 입 맛보니, 입안 가득 퍼지는 고소함이 꽁꽁 얼어붙었던 몸과 마음을 녹여주는 듯했다. 마치 어머니가 끓여주시던 스프처럼, 익숙하고 편안한 맛이었다.

뽀얀 크림 스프가 담긴 하얀 그릇
추억을 소환하는 따뜻한 크림 스프

스프를 음미하고 있자니, 어느새 돈가스 정식이 눈앞에 놓였다. 함박스테이크와 돈가스, 그리고 생선가스까지 한 접시에 담겨 나오는 푸짐한 모습에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흑색 접시 위, 돈가스 위에는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갈색 소스가 듬뿍 뿌려져 있었다. 곁들여진 양배추 샐러드 위에는 옅은 분홍빛 드레싱이 살포시 내려앉아 있었다. 콩과 밥 한 덩이도 정갈하게 놓여 있었다. 마치 어린 시절, 생일날 먹었던 특별한 외식 메뉴를 다시 만난 기분이었다.

돈가스를 한 입 크기로 잘라 입에 넣으니, 바삭한 튀김옷과 촉촉한 돼지고기의 조화가 환상적이었다. 요즘 유행하는 두툼한 돈가스와는 달리, 적당한 두께의 고기는 부드럽게 씹혔다. 소스는 너무 달지도, 짜지도 않은 딱 알맞은 맛이었다. 마치 오랜 시간 숙성된 듯 깊고 풍부한 맛이 느껴졌다.

생선가스는 나이프보다 두꺼운 두툼함에 놀라웠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생선살이 입안에서 사르르 녹아내렸다. 타르타르 소스를 듬뿍 찍어 먹으니, 고소하면서도 상큼한 맛이 일품이었다. 함박스테이크 역시 부드러운 식감과 풍부한 육즙이 살아있었다.

돈가스 정식 한 상차림
푸짐한 돈가스 정식 한 상, 추억의 맛이 가득하다.

어느새, 접시는 깨끗하게 비워져 있었다. 마지막으로 제공된 조그만 요구르트를 마시니, 입안이 깔끔하게 정리되는 기분이었다. 계산을 하고 나가려는데, 사장님께서 환한 미소로 인사를 건네셨다. “맛있게 드셨어요?” 그 따뜻한 미소에, 왠지 모르게 마음이 훈훈해졌다.

세련된 분위기나 화려한 맛은 아니었지만, 세겐돈까스에는 시간이 멈춘 듯한 따뜻함과 정겨움이 있었다. 어릴 적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맛과 푸짐한 양, 그리고 친절한 사장님의 미소까지, 모든 것이 완벽한 조화를 이루는 곳이었다. 포천 신북에 방문할 일이 있다면, 꼭 한번 들러보라고 권하고 싶다. 분명,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정식 한 상차림 항공샷
돈가스, 함박, 생선가스를 한 번에 즐길 수 있는 정식 메뉴

며칠 후, 문득 세겐돈까스의 돈가스 소스가 그리워졌다. 그 깊고 풍부한 맛은, 아무리 애를 써도 흉내 낼 수가 없었다. 그래서 다시 포천으로 향했다. 이번에는 고구마 돈가스를 주문해 보았다. 달콤한 고구마 무스가 돈가스 속에 듬뿍 들어있어, 색다른 맛을 선사했다.

세 번째 방문했을 때는, 왕돈가스를 시켜봤다. 역시나 푸짐한 양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얇고 넓적한 돈가스는 바삭했고, 소스는 여전히 맛있었다. 친구와 함께 방문했을 때는, 오므라이스를 주문했는데, 역시나 양이 어마어마했다.

돈가스 소스가 듬뿍 뿌려진 오므라이스
추억의 맛, 오므라이스

세겐돈까스는, 단순히 돈가스를 파는 식당이 아니었다. 그곳은 어린 시절의 추억과 따뜻한 정을 느낄 수 있는, 소중한 공간이었다. 마치 고향집에 방문한 듯한 편안함과 푸근함이, 나를 언제나 다시 찾게 만드는 마력이 있었다.

아트밸리를 구경하고 방문했다는 사람들의 이야기처럼, 세겐돈까스는 포천의 숨겨진 보석 같은 곳이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진심이 담긴 맛과 푸짐한 인심은, 그 어떤 고급 레스토랑보다 감동적이다.

어떤 사람들은 이곳을 ‘굳이 찾아올 정도는 아니다’라고 말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감히 말하고 싶다. 세겐돈까스는, 충분히 찾아올 가치가 있는 곳이라고. 그곳에는, 돈으로 살 수 없는 소중한 추억과 따뜻한 정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세겐돈까스는 2025년 3월 1일에 신북면 중앙로 288번지로 이전했다. 더욱 넓고 쾌적한 공간에서, 변함없는 맛과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한다. 나는 앞으로도, 세겐돈까스를 자주 방문할 것이다. 그곳에서, 어린 시절의 추억을 되새기며, 따뜻한 정을 느끼고 싶기 때문이다.

테이블 위에 놓인 요구르트와 반찬 접시
돈가스와 함께 제공되는 추억의 요구르트

세련된 인테리어나 획기적인 메뉴는 없을지 모른다. 하지만 세겐돈까스에는, 27년이라는 시간 동안 쌓아온 정통 경양식 돈가스의 깊은 맛과, 변함없는 친절함이 있다. 그것은, 그 어떤 화려함보다 값진 것이다.

포천에서 만난 작은 맛집, 세겐돈까스. 그곳은, 나에게 단순한 식당 이상의 의미를 지닌 곳이다. 그곳은, 어린 시절의 추억과 따뜻한 정을 되살아나게 하는, 소중한 공간이다. 나는 앞으로도, 세겐돈까스를 잊지 못할 것이다.

돈가스, 함박스테이크, 생선가스가 함께 나오는 정식 메뉴
다양한 맛을 한 번에, 푸짐한 세겐 정식
돈가스와 곁들임 반찬
돈가스와 함께 제공되는 깍두기, 단무지, 오이피클
세겐돈까스 간판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간판
테이블 세팅
깔끔하게 정돈된 테이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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