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왠지 모르게 마음이 울적하더라고. 날도 꾸물거리는 게, 뜨끈한 국물에 소주 한잔 캬~ 땡기는 그런 날 있잖아. 근데 마침 친구한테 연락이 온 거야. “오늘, 와인 한잔?” 묻는데, 왠지 그 이름이 정겹게 느껴지더라. 와인은 잘 모르지만, 분위기라도 한번 내볼까 싶어서 냅다 “콜!” 외쳤지.
약속 장소인 양천향교역 근처에 다다르니, 저 멀리서 보랏빛 네온사인이 눈에 확 들어오더라. 간판에 큼지막하게 적힌 ‘오늘, 와인한잔’이라는 글씨가 왠지 모르게 내 마음을 알아주는 것 같았어. 마치 “오늘 하루 힘들었지? 와인 한잔 하면서 훌훌 털어버려!”라고 말하는 듯한 느낌이랄까. 가게 앞에 놓인 작은 입간판에는 ‘와인 테이크아웃 8,000원~’이라고 적혀 있는 걸 보니, 가볍게 한잔 즐기기에도 부담 없겠더라고.

문을 열고 들어서니, 생각보다 아늑하고 따뜻한 분위기가 날 반겨주더라. 은은한 조명 아래, 다정한 목소리로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의 모습이 참 편안해 보였어. 왁자지껄한 술집 분위기가 아니라, 조용히 와인 한잔 기울이며 하루를 마무리하기에 딱 좋은 그런 공간이었지. 자리에 앉으니, 사장님께서 메뉴판을 가져다주시면서 이것저것 친절하게 설명해주시는데, 첫인상부터가 아주 맘에 들었어.
메뉴를 한참 들여다봤어. 사실 와인 종류가 너무 많아서 뭘 골라야 할지 감이 안 오더라. 사장님께 “저 와인은 잘 몰라서요. 혹시 추천해주실 만한 거 있을까요?” 하고 여쭤봤더니, 내 취향을 꼼꼼하게 물어보시더니 몇 가지 와인을 추천해주셨어. 나는 너무 드라이한 것보다는 살짝 달콤한 와인을 좋아한다고 말씀드렸더니, ‘오늘, 하루가 힘들었던 당신을 위한’ 와인을 추천해주시더라고. 이름부터가 어찌나 마음에 쏙 들던지!
와인과 함께 곁들일 안주도 고민이었는데, 사장님께서 ‘새우 감바스’가 인기 메뉴라고 하시길래 그걸로 주문했지. 감바스에 바게트 빵 찍어 먹으면 얼마나 맛있게요? 잠시 후,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와인과 감바스가 나왔어. 와인 잔에 붉은빛 와인이 찰랑거리는 모습을 보니, 괜히 마음이 설레는 거 있지.

와인 맛은… 음, 솔직히 말하면 와인 맛을 잘 아는 건 아니지만, 정말 부드럽고 달콤하더라고. 왜 ‘오늘, 하루가 힘들었던 당신을 위한’ 와인이라고 이름 붙였는지 알 것 같았어. 정말 하루의 피로가 싹 풀리는 듯한 느낌이었지. 감바스는 또 얼마나 맛있게요? 올리브 오일에 듬뿍 담긴 새우를 바게트 빵에 얹어 먹으니, 입 안에서 톡톡 터지는 새우의 식감과 향긋한 올리브 오일의 풍미가 환상적으로 어우러지더라.

친구가 하나 더 시킨 메뉴는 바로 깔라마리였어. 갓 튀겨져 나온 깔라마리는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게, 아이고, 이 맛 좀 봐라! 같이 나온 소스에 콕 찍어 먹으니, 느끼함은 싹 가시고 고소한 풍미만 입안 가득 퍼지더라. 짭짤하면서도 고소한 맛이 와인하고도 어찌나 잘 어울리는지!
분위기가 좋으니 술이 술술 들어가더라고. 친구랑 이런저런 얘기 나누면서 와인을 홀짝홀짝 마시다 보니, 어느새 와인 한 병을 다 비웠지 뭐야. 평소에는 술을 잘 못 마시는 편인데, 이날따라 술이 달게 느껴지는 게, 정말 기분 좋게 취했나 봐.

가게 안을 둘러보니, 천장에 매달린 은은한 조명하며, 벽에 걸린 아기자기한 그림들이며, 하나하나 신경 쓴 인테리어가 눈에 띄더라고. 테이블 간 간격도 넓어서 옆 테이블 손님들 신경 쓰지 않고 편안하게 대화할 수 있는 점도 좋았어. 데이트하는 연인들도 많이 보이고, 친구들끼리 삼삼오오 모여서 와인 즐기는 사람들도 많더라. 나도 다음에는 우리 동네 친구들 데리고 한번 와야겠다 싶었지.

다음에는 부라타 치즈 샐러드도 꼭 한번 먹어봐야겠어. 옆 테이블에서 먹는 걸 봤는데, 어찌나 맛있어 보이던지! 신선한 채소 위에 뽀얀 부라타 치즈가 떡하니 올라가 있는데, 입에서 스르륵 녹는 게, 완전 꿀맛일 것 같더라.

계산하고 나가려는데, 사장님께서 “오늘 하루 고생 많으셨어요. 다음에 또 오세요!” 하시는데, 정말 뭉클하더라. 그냥 동네 맛집이 아니라, 따뜻한 위로를 받을 수 있는 공간이라는 생각이 들었어.
집에 돌아오는 길, 괜히 기분이 좋아져서 혼자 콧노래를 불렀지. 향교역 ‘오늘, 와인한잔’. 소박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느낄 수 있는 곳. 나만의 아지트 같은 곳을 찾은 것 같아서 정말 기뻤어. 앞으로 종종 힘들 때마다 들러서 와인 한잔 해야겠다.
참, 그리고 여기는 와인뿐만 아니라 위스키도 판매한다고 하니, 다음에는 위스키도 한번 도전해봐야겠어. 위스키는 왠지 더 분위기 있을 것 같잖아? 사장님께서 워낙 친절하시니까, 위스키에 대해서도 자세하게 설명해주시겠지.
다음에 방문할 때는 꼭 다른 메뉴도 시켜봐야지. 파스타 종류도 많고, 스테이크도 있고, 샐러드 종류도 다양해서 뭘 먹어야 할지 벌써부터 고민이야. 아, 그리고 여기는 단체 모임 하기에도 좋을 것 같아. 테이블도 넓고, 분위기도 좋아서 친구들 여럿이서 와인 한잔 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에 딱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
‘오늘, 와인한잔’ 양천향교역점.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어준 곳. 앞으로도 자주 찾아가서 맛있는 음식과 함께 행복한 시간을 보내야겠다. 혹시 향교역 근처에 갈 일 있다면, 꼭 한번 들러봐. 후회하지 않을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