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찾은 안양, 왠지 모르게 뜨끈한 국물이 간절했다. 문득 뇌리를 스치는 것은 어릴 적 아버지 손을 잡고 드나들던 감자탕집의 기억. 세월이 흘러 그 맛은 희미해졌지만, 콩비지를 넣은 독특한 감자탕이라는 희미한 기억만은 잊히지 않았다. 안양에 왔으니, 그 맛을 다시 한번 느껴봐야겠다는 생각에 발걸음을 옮겼다.
낡은 간판에서 느껴지는 세월의 흔적. ‘원조 안양 감자탕’이라는 글자가 왠지 모를 기대감을 불러일으켰다. 커다란 글씨 옆에 적힌 전화번호는 마치 오래된 친구의 연락처처럼 친근하게 다가왔다. 붉은색과 흰색이 번갈아 칠해진 어닝은 비록 색이 바랬지만, 한때 얼마나 강렬했을지 짐작하게 했다. 가게 앞에는 세월의 더께가 묻어나는 옹기가 놓여 있었는데, 그 모습에서 오랜 시간 이 자리를 지켜온 굳건함이 느껴졌다.
가게 문을 열자, 후끈한 열기가 훅 하고 덮쳐왔다. 왁자지껄한 손님들의 웃음소리와 탕 끓는 소리가 뒤섞여 활기찬 분위기를 자아냈다. 테이블 간 간격이 좁은 편이었지만, 오히려 그 덕분에 정겨운 느낌이 들었다. 벽에는 낙서와 함께 다녀간 사람들의 흔적이 가득했는데, 이곳이 오랜 시간 동안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아온 맛집임을 짐작게 했다.
메뉴판을 살펴보니, 역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콩비지 감자탕’이었다. 일반 감자탕과 우거지 감자탕도 있었지만, 콩비지 감자탕의 독특함에 이끌려 망설임 없이 중(中) 자를 주문했다. 가격은 40,000원. 혼자였다면 뼈해장국을 시켰겠지만, 다음을 기약하며 콩비지 감자탕에 집중하기로 했다. 메뉴판에는 콩비지 감자탕 맛있게 먹는 방법도 적혀 있었는데, 육수가 끓으면 비지를 섞고, 콩비지는 생콩이기에 5~8분 정도 충분히 끓여 먹으라는 안내가 눈에 띄었다.

드디어 콩비지 감자탕이 테이블에 놓였다. 뽀얀 국물 위에 푸짐하게 올라간 콩비지와 듬뿍 쌓인 대파, 그리고 고춧가루의 붉은 빛깔이 식욕을 자극했다. 감자와 뼈다귀도 넉넉하게 들어있어 양이 푸짐해 보였다. 국물이 끓기 시작하자, 고소한 콩비지 향이 코를 간지럽혔다.
육수가 끓기 시작하자, 노란색 안내문구대로 콩비지를 국물에 잘 풀어주었다. 처음에는 뽀얗던 국물이 점점 콩비지의 색을 입어 은은한 미색으로 변해갔다. 콩비지가 끓으면서 걸쭉해지는 농도를 보니, 마치 크림 스프를 연상시키는 부드러움이 느껴졌다.
국물을 한 입 맛보니, 지금껏 경험해보지 못한 독특한 풍미가 입안 가득 퍼져나갔다. 일반적인 감자탕의 얼큰함 대신, 콩비지의 고소함과 담백함이 부드럽게 감싸는 느낌이었다. 마치 비지찌개에 뼈다귀를 넣어 끓인 듯한 맛이랄까. 자극적이지 않으면서도 깊은 맛이 느껴지는 국물은, 해장과 동시에 술을 부르는 묘한 매력을 지니고 있었다.
뼈다귀에 붙은 살은 부드럽게 찢어져 입안에서 사르르 녹아내렸다. 푹 삶아진 덕분인지, 뼈와 살이 쉽게 분리되어 먹기 편했다. 다만, 살코기가 다소 퍽퍽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그러나 콩비지 국물에 적셔 먹으니, 퍽퍽함은 어느 정도 해소되었다.

감자는 포슬포슬하게 잘 익어 입안에서 부드럽게 부서졌다. 콩비지 국물과 함께 먹으니, 고소함과 담백함이 배가되어 더욱 맛있었다. 큼지막하게 썰린 대파는 시원한 맛을 더해주었고, 씹을 때마다 은은하게 퍼지는 향긋함이 입안을 개운하게 만들어주었다.
함께 제공되는 깍두기는 적당히 익어 아삭한 식감이 살아있었다. 달콤하면서도 시원한 맛은, 콩비지 감자탕의 느끼함을 잡아주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 풋고추와 함께 제공되는 쌈장은 짭짤하면서도 매콤한 맛으로 입맛을 돋우어 주었다.
어느 정도 뼈다귀와 감자를 건져 먹은 후, 국물에 밥을 말아 먹기로 했다. 콩비지가 듬뿍 들어간 국물에 밥을 넣으니, 마치 콩비지 찌개를 먹는 듯한 느낌이었다. 고소하면서도 담백한 국물은 밥과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며, 쉴 새 없이 숟가락을 움직이게 만들었다.
배가 불렀지만, 볶음밥을 포기할 수는 없었다. 남은 국물에 밥과 김치, 김 가루 등을 넣고 볶아 만든 볶음밥은, 그야말로 환상의 맛이었다. 콩비지의 고소함과 김치의 매콤함, 김 가루의 짭짤함이 어우러져 완벽한 밸런스를 이루었다. 바닥에 눌어붙은 밥알은 더욱 고소했고, 숟가락으로 긁어먹는 재미 또한 쏠쏠했다.

식사를 마치고 가게를 나서니, 어느덧 어둑해진 저녁 하늘이 나를 반겼다. 콩비지 감자탕의 따뜻함과 든든함이 온몸을 감싸는 듯했다. 좁은 골목길을 걸으며, 오늘 맛본 콩비지 감자탕의 여운을 느껴보았다.
총평
원조 안양 감자탕은 콩비지를 넣은 독특한 감자탕으로, 흔한 감자탕과는 차별화된 개성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콩비지의 고소함과 담백함이 어우러진 국물은, 자극적이지 않으면서도 깊은 풍미를 선사한다. 뼈다귀에 붙은 살은 다소 퍽퍽하지만, 콩비지 국물에 적셔 먹으면 부드러움을 더할 수 있다. 볶음밥은 꼭 먹어봐야 할 메뉴 중 하나이며, 깍두기와 쌈장 또한 감자탕의 맛을 한층 끌어올리는 역할을 한다.
다만, 주차 공간이 협소하고, 테이블 간 간격이 좁다는 점은 다소 아쉬운 부분이다. 또한, 고기의 질이 조금 더 개선된다면 더욱 만족스러운 식사를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친절함이 부족하다는 평도 있지만, 내가 방문했을 때는 크게 불편함을 느끼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조 안양 감자탕은 안양을 대표하는 맛집으로 손색이 없다. 오랜 시간 동안 사랑받아온 이유를 직접 경험해보니, 그 맛과 분위기에 깊이 매료되었다. 다음에 안양을 방문할 기회가 있다면, 꼭 다시 한번 들러 콩비지 감자탕의 풍미를 느껴보고 싶다.
총점: 4.5/5
장점:
* 독특하고 개성 있는 콩비지 감자탕
* 고소하고 담백한 국물
* 푸짐한 양
* 환상적인 볶음밥
*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노포의 분위기
단점:
* 협소한 주차 공간
* 좁은 테이블 간 간격
* 다소 퍽퍽한 고기
* (일부 후기에서) 부족하다는 평이 있는 친절도
추천 메뉴: 콩비지 감자탕, 볶음밥

팁:
* 주차는 안양역 앞 공영주차장을 이용하는 것이 편리하다.
* 콩비지 감자탕을 맛있게 먹는 방법은, 육수가 끓으면 비지를 섞고, 5~8분 정도 충분히 끓여 먹는 것이다.
* 우거지를 추가하면 더욱 풍성한 맛을 즐길 수 있다.
* 볶음밥은 꼭 먹어보도록 하자.

위치: (원조 안양 감자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