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연구실을 벗어나 속초로 향했다. 목적은 단 하나, ‘홍고’라는 곳에서 코다리조림을 섭취하고 그 맛을 과학적으로 분석하는 것이었다. 풍문으로만 듣던 밥도둑의 실체를 파헤치기 위해, 나는 마치 탐사 로켓에 몸을 실은 과학자처럼 설렘과 기대감을 가득 안고 있었다.
목적지에 가까워질수록 묘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과연 어떤 맛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까?’ 마치 미지의 행성에 첫발을 내딛기 직전의 탐험가 같은 기분이었다. 건물 외관은 수수한 모습이었지만, 간판에서 풍겨져 나오는 ‘홍고’라는 이름 석 자는 왠지 모르게 강렬한 인상을 주었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가게 안으로 들어서자, 맛있는 냄새가 코를 자극했다. 후각 수용체가 즉각 반응하며 식욕을 증진시키는, 완벽하게 계산된 향기의 향연이었다.

자리에 앉아 메뉴판을 스캔했다. 해풍 건조한 깔끔 코다리조림, 코다리 시래기 조림, 코다리 묵은지 조림 등 다양한 메뉴가 있었지만, 나의 레이더망에 포착된 것은 단연 ‘코다리 시래기 조림’이었다. 묵직한 ‘대’ 자를 주문하고, 곧바로 실험 준비에 돌입했다.
잠시 후, 거대한 접시 위에 코다리 시래기 조림이 모습을 드러냈다. 붉은 양념을 머금은 코다리와 윤기가 흐르는 시래기의 조화는 가히 예술적이었다. 표면에 흩뿌려진 깨는 시각적인 아름다움을 더해주었고, 매콤한 향은 후각을 자극하며 침샘을 폭발 직전까지 몰고 갔다. 사진에서 보이는 코다리는 먹기 좋게 손질되어 있었고, 넉넉한 양념은 밥에 비벼 먹기에도 충분해 보였다.

젓가락을 들어 코다리 한 점을 조심스럽게 집어 들었다. 겉은 쫄깃하고 속은 촉촉한, 완벽한 식감이었다. 입안에 넣는 순간, 캡사이신이 TRPV1 수용체를 자극하며 매운맛 신호를 뇌로 전달했다. 하지만 단순한 통증이 아니었다. 엔도르핀 분비를 촉진하며 쾌감과 희열을 동시에 선사하는, 일종의 ‘맛있는 고통’이었다.
양념은 단순한 매운맛이 아닌, 복합적인 풍미를 지니고 있었다. 고추장의 발효된 감칠맛, 마늘의 알싸함, 그리고 각종 향신료의 조화는 혀를 즐겁게 했다. 특히, 글루타메이트 함량이 높아 감칠맛이 극대화된 덕분에, 젓가락을 멈출 수 없었다. 마치 실험 도구가 자기장을 따라 움직이듯, 나의 젓가락은 끊임없이 코다리를 향해 움직였다.

시래기는 또 다른 차원의 즐거움을 선사했다. 섬유질이 풍부한 시래기는 씹을수록 구수한 맛을 냈다. 코다리와 함께 먹으니, 매운맛을 중화시키면서도 풍미를 더욱 깊게 만들어주는 역할을 했다. 마치 완충 용액처럼, 시래기는 매운맛의 pH를 적절하게 조절하여 혀를 보호했다.
나는 쉴 새 없이 젓가락을 움직였다. 코다리 한 점, 시래기 한 젓가락, 그리고 밥 한 숟가락. 이 세 가지 조합은 완벽한 시너지를 이루며 뇌를 자극했다. 도파민이 분비되며 행복감을 느끼는 동시에, 세로토닌 수치가 증가하며 안정감을 얻었다. 마치 잘 조율된 오케스트라처럼, 맛의 향연은 감각을 지배했다.
밑반찬도 훌륭했다. 콩나물은 아삭한 식감으로 입안을 상쾌하게 해주었고, 김은 짭짤한 맛으로 밥맛을 돋우었다. 특히, 해초류는 독특한 바다 향으로 입안을 정화시켜주는 역할을 했다. 마치 실험 도구 세척액처럼, 밑반찬은 입안을 깔끔하게 정리하여 다음 맛을 위한 준비를 도왔다.

어느새 밥 한 공기를 뚝딱 비워냈다. 하지만 멈출 수 없었다. 남은 양념에 밥을 비벼 먹으니, 또 다른 차원의 맛이 펼쳐졌다. 밥알 하나하나에 양념이 코팅되어, 입안에서 폭발하는 듯한 풍미를 선사했다. 마치 촉매 반응처럼, 밥은 양념의 맛을 증폭시켜 더욱 강렬하게 만들었다.
결국 밥 한 공기를 추가했다. 두 번째 공기는 첫 번째 공기보다 더 빠르게 사라졌다. 젓가락질은 점점 빨라졌고, 땀방울이 이마에 송골송골 맺혔다. 하지만 멈출 수 없었다. 밥도둑의 유혹은 너무나 강력했다. 마치 블랙홀처럼, 나의 식욕을 끝없이 빨아들였다.
마지막 한 숟가락까지 싹싹 긁어먹고 나서야, 젓가락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 포만감과 만족감이 온몸을 감쌌다. 마치 실험을 성공적으로 마친 과학자처럼, 나는 뿌듯함을 느꼈다. ‘홍고’의 코다리조림은 단순한 음식이 아니었다. 그것은 과학적으로 완벽하게 설계된, 맛의 결정체였다.

가게를 나서며, 나는 ‘홍고’에 대한 경외감을 느꼈다. 이곳은 단순한 식당이 아니었다. 맛을 연구하고 창조하는, 일종의 ‘맛 연구소’였다. 다음에 속초에 방문할 기회가 있다면, 반드시 다시 방문하여 다른 메뉴를 섭렵해 볼 생각이다. 그때는 또 어떤 과학적인 분석 결과를 얻을 수 있을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실험 결과, 이 집 코다리조림은 완벽했습니다. 속초 여행 중 밥도둑을 만나고 싶다면, ‘홍고’를 강력 추천한다.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