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에 바다 냄새나 맡아볼까 싶어 태안으로 드라이브를 나섰지. 굽이굽이 해안도로를 따라 달리다 보니, 슬슬 커피 생각이 간절해지더라고. 마침 눈에 띈 간판, “텅(TUNG)”이라 쓰여있는 게 어찌나 귀엽던지. 텅 빈 마음을 채워줄 것 같은 예감에 망설임 없이 핸들을 꺾었어.
주차장이 널찍해서 좋았어. 차에서 내리니, 저 멀리 바다 내음이 섞인 시원한 바람이 코끝을 간지럽히는 게, 아주 기분이 좋더라고. 카페 외관은 겉모습만 봐선 수수한 컨테이너 박스 같았는데, 입구에 ‘cafe? Cafe?’ 라고 반복적으로 쓰여있는 문구가 왠지 모르게 발길을 잡아끌었어.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와… 진한 커피 향이 확 풍겨오는 게, 아주 그냥 정신이 번쩍 들더라고. 은은한 조명 아래, 회색빛 시멘트 벽과 나무색 가구가 어우러진 인테리어는 차분하면서도 세련된 느낌을 줬어. 천장이 높아서 그런지, 좁은 공간임에도 답답함은 전혀 없었지. 사진에서 봤던 것처럼 테이블이 작은 건 조금 아쉬웠지만, 커피 향에 취해 있자니 그런 불편함쯤은 잊게 되더라.

어떤 걸 마실까 고민하다가, 역시 이 집의 자랑이라는 ‘텅 커피’를 주문했지. 벽에 큼지막하게 분필로 메뉴가 적혀있는 모습도 정겹고, 왠지 어릴 적 학교 다닐 때 생각도 나고 그랬어. 메뉴판 옆에는 텅 커피를 맛있게 먹는 방법도 적혀있었는데, 왠지 모르게 믿음이 가더라고.

드디어 텅 커피가 나왔는데, 그 모습이 참 오묘하더라고. 뽀얀 우유 위에 에스프레소가 층층이 쌓여 있고, 그 위에는 쫀득한 땅콩 크림이 듬뿍 올려져 있었어. 마치 예술 작품 같다고 해야 할까? 이걸 어떻게 마셔야 하나 잠시 망설였는데, 빨대 없이 그대로 입을 대고 마시는 거라고 하더라고.

조심스레 한 모금 마셔보니, 아이고, 세상에! 처음에는 부드러운 땅콩 크림의 달콤함이 입안 가득 퍼지고, 뒤이어 쌉싸름한 에스프레소의 풍미가 느껴지는 게, 정말 환상적인 조화였어. 고소하면서도 달콤하고, 쌉쌀하면서도 부드러운, 이 모든 맛이 한 잔에 담겨있다니, 정말 신기할 따름이었지. 마치 어릴 적 할머니가 만들어주시던 미숫가루에 에스프레소를 살짝 넣은 듯한, 그런 오묘한 맛도 느껴졌어.
양이 조금 적은 건 아쉬웠지만, 한 잔을 다 비우고 나니, 텅 비었던 마음이 꽉 채워지는 기분이 들었어. 텁텁함 없이 깔끔한 뒷맛도 아주 맘에 들었고. 이 맛은 정말 잊을 수가 없을 것 같아.

혼자만 맛있는 걸 먹을 순 없으니, 집에 있는 아이들을 위해 초코라떼도 한 잔 포장했지. 아이스 초코라떼 위에 아이스크림을 듬뿍 올려주는 게, 아주 인심도 좋으셔. 아이들이 얼마나 좋아할까 생각하니, 벌써부터 입가에 미소가 지어지더라고.

카페를 나서기 전, 화장실이 급해서 건물 화장실을 이용했는데, 깨끗하게 관리되어 있어서 불편함 없이 사용할 수 있었어. 이런 사소한 부분까지 신경 쓴 점이 참 맘에 들더라고.
텅스테이지, 이름처럼 텅 빈 공간에 자리 잡고 있지만, 그 안에는 특별한 커피 맛과 따뜻한 분위기로 가득 찬 곳이었어. 태안에 다시 오게 된다면, 꼭 다시 들러서 텅 커피 한 잔 해야겠어. 그때는 다른 메뉴도 한번 맛봐야지. 아, 그리고 오래 앉아있기엔 의자가 조금 불편하니, 잠깐 들러서 커피 한 잔 테이크 아웃하는 것도 좋을 것 같아.

집에 돌아와 아이들에게 초코라떼를 건네주니, 아이스크림부터 덥석 집어먹는 모습이 어찌나 귀엽던지. 아이들도 맛있다며 엄지 척! 역시 내 입맛에 맞는 곳은 아이들 입맛에도 맞나 봐.
오늘, 텅스테이지에서 맛있는 커피 한 잔 덕분에, 텅 비었던 마음에 행복이 가득 찼네. 태안 여행 가시는 분들, 꼭 한번 들러보세요. 후회하지 않으실 거예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