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아주 오랜만에 ‘돈까스’라는 단순하지만 깊은 매력을 가진 녀석을 탐구하기 위해 실험실을 나섰다. 목적지는 경남 하동. 지도 앱이 가리키는 곳은 낡은 벽돌 건물, 큼지막하게 “식당”이라 쓰인 간판이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곳이었다. 이런 노포의 아우라, 왠지 모르게 숨겨진 ‘맛집’의 기운이 느껴진달까. 오늘 나의 연구 주제는 바로 이곳, ‘명X식당’의 돈까스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예상대로 손님들로 북적였다. 겉보기와는 다르게, 내부는 꽤나 활기찬 분위기였다. 자리에 앉자마자 메뉴는 볼 필요도 없었다. 이곳은 돈까스 단일 메뉴로 승부를 보는 곳이니까. 가격은 12,000원. 예전에는 더 저렴했던 듯하지만, 물가 상승의 압력은 피해갈 수 없었나 보다.
주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한 접시에 돈까스가 수북이 담겨 나왔다. 마치 “넉넉한 인심”을 시각적으로 구현한 듯한 비주얼이다. 겉은 바삭하게 튀겨진 돈까스 조각들이 엉성하게 쌓여있고, 그 옆에는 마요네즈 범벅이 된 샐러드가 듬뿍 올려져 있었다. 언뜻 보면 평범한 경양식 돈까스처럼 보이지만, 뭔가 묘하게 다른 느낌이다. 마치 엄마가 집에서 만들어준 듯한, 투박하면서도 정겨운 분위기가 풍긴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 빵가루가 아닌 독특한 튀김옷이었다. 마치 치킨 파우더를 입힌 듯, 표면이 불규칙하고 거칠었다. 이 튀김옷 덕분에 돈까스는 한층 더 바삭하고 고소한 풍미를 뽐냈다. 160도에서 일어나는 마이야르 반응 덕분에, 겉면은 먹음직스러운 갈색 크러스트를 형성했다.
조심스럽게 돈까스 한 조각을 집어 들었다. 겉은 바삭했지만, 안은 촉촉하고 부드러웠다. 돼지고기 특유의 잡내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고, 은은하게 밑간이 되어 있어 풍미를 더했다. 고기의 두께는 적당했고, 씹을수록 육즙이 흘러나왔다.
다음은 소스 차례. 겉보기에는 평범한 돈까스 소스처럼 보이지만, 맛을 보니 뭔가 특별했다. 시판 소스에 과일이나 채소를 갈아 넣어 숙성시킨 듯, 깊고 풍부한 맛이 느껴졌다. 글루타메이트 함량이 높아 감칠맛이 극대화된, 완벽한 밸런스의 소스였다. 마치 잘 조율된 오케스트라처럼, 모든 맛이 조화롭게 어우러졌다.

돈까스만 먹다 보면 느끼할 수 있지만, 걱정할 필요는 없다. 이곳에서는 다양한 반찬들이 느끼함을 잡아준다. 잘 익은 김치, 시원한 나박김치, 아삭한 깍두기 등, 하나하나 정성이 느껴지는 맛깔스러운 반찬들이 입맛을 돋우었다. 특히 발효된 김치의 유산균은, 돈까스의 지방을 분해하는 데 도움을 주어 소화를 돕는다.
샐러드 또한 빼놓을 수 없다. 양배추와 각종 채소에 마요네즈 드레싱을 듬뿍 뿌려, 고소하면서도 상큼한 맛을 더했다. 특히 샐러드 드레싱은, 단순한 마요네즈가 아닌 뭔가 특별한 비법이 들어간 듯했다. 아마도 식초와 설탕, 소금을 황금 비율로 배합하여 만든, 자가제조 드레싱이 아닐까 추측해본다.

밥은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흰쌀밥이었다. 갓 지은 밥 특유의 은은한 단맛과 향긋한 풍미가, 돈까스와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었다. 쌀의 아밀로오스 함량이 적절하여, 찰기가 좋고 씹을수록 단맛이 느껴졌다. 마치 잘 만들어진 술처럼, 밥알 하나하나에 정성이 깃들어 있었다.
솔직히 말하면, 돈까스 자체는 엄청나게 특별한 맛은 아니었다. 하지만 묘하게 끌리는 매력이 있었다. 마치 어릴 적 엄마가 만들어주던, 투박하지만 정겨운 돈까스 맛이랄까. 값비싼 재료나 화려한 기술은 없지만, 정성과 사랑으로 만들어낸, 그런 따뜻한 맛이었다.
예전에는 돈까스와 밥, 샐러드 모두 무한리필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은 리필이 불가능하다고 한다. 하지만 사장님의 인심은 여전해서, 밥이나 돈까스를 더 달라고 하면 흔쾌히 더 주신다. 마치 시골 할머니 댁에 놀러 온 손주에게 밥 한 숟가락이라도 더 얹어주려는, 그런 따뜻한 마음이 느껴졌다.

아쉬운 점도 있었다. 화장실이 깨끗하지 않다는 점은, 개선해야 할 부분이다. 또한, 일하시는 분들 중 일부가 불친절하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하지만 이런 사소한 단점들은, 돈까스의 맛과 푸짐한 인심으로 충분히 커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식사를 마치고 가게를 나서면서, 왠지 모르게 마음이 따뜻해졌다. 화려하고 세련된 레스토랑은 아니지만, 정겹고 푸근한 분위기 속에서 맛있는 돈까스를 즐길 수 있었던, 소중한 경험이었다. 마치 어린 시절의 추억을 되살려주는 듯한, 그런 특별한 맛이었다. 실험 결과, 이 집 돈까스는 단순한 음식이 아닌, 추억과 향수를 자극하는 ‘타임머신’과 같았다. 하동에 방문할 기회가 있다면, 꼭 한번 들러보라고 추천하고 싶다.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결론: 하동 ‘명X식당’의 돈까스는, 평범함 속에 숨겨진 특별한 맛을 가진 음식이다. 화려함보다는 정겨움, 세련됨보다는 푸근함이 느껴지는 곳. 마치 어린 시절의 추억을 되살려주는 듯한, 그런 따뜻한 경험을 선사한다.
추신: 다음 실험은 어디로 떠나볼까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