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문득, 잊고 지냈던 아련한 기억의 조각들이 떠올랐다. 오래전, 풋풋한 대학 시절, 친구들과 삼삼오오 모여들었던 부산대 앞 작은 베트남 쌀국수집. 그곳의 따뜻한 국물과 향긋한 채소가 어우러진 월남쌈은, 허기진 배를 채워주는 동시에 잊지 못할 추억을 선물해주었다. 세월이 흘러, 그 맛은 어떻게 변했을까? 설레는 마음을 안고 ‘웰컴포’의 문을 열었다.
가게 안으로 들어서자, 시간의 흔적이 느껴지는 인테리어가 눈에 들어왔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편안하고 소박한 분위기가 마치 오랜 친구 집에 방문한 듯한 기분을 선사했다. 벽 한쪽에는 손으로 직접 그린 듯한 베트남 관련 그림들이 걸려 있었는데, 왠지 모르게 정감이 갔다. 천장에는 베트남 맥주 상자들이 쌓여있고, 테이블 사이사이에는 푸른 화분들이 놓여 있어, 작은 공간에 생기를 불어넣고 있었다, .
메뉴판을 펼쳐 들자, 익숙한 이름들이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소고기 쌀국수, 해산물 쌀국수, 분짜, 그리고 나의 최애 메뉴였던 월남쌈까지. 예전과 비교했을 때 가격은 조금 오른 듯했지만, 맛집의 명성은 여전하리라 믿으며 월남쌈 2인 세트(C세트)를 주문했다. 세트에는 월남쌈과 쌀국수, 음료 두 잔이 포함되어 있었는데, 음료는 자몽 주스로 선택했다. 베트남 물가를 생각하면 맥주를 마시고 싶었지만, 다음 기회로 미루기로 했다.
주문을 마치고 잠시 기다리는 동안, 가게 안을 둘러보았다. 점심시간이 조금 지난 시간이라 그런지, 테이블은 한산했다. 사장님은 홀로 분주하게 움직이고 계셨는데, 능숙한 손놀림에서 오랜 경력이 느껴졌다. 혼자서 요리, 서빙, 계산까지 모두 담당하시는 모습이 대단해 보였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월남쌈이 테이블 위에 놓였다. 형형색색의 채소와 새우, 고기, 쌀국수가 푸짐하게 담긴 접시를 보는 순간, 탄성이 절로 나왔다. 붉은 토마토, 노란 파프리카, 초록색 상추, 하얀 쌀국수가 조화롭게 어우러진 모습은 그 자체로도 하나의 예술 작품이었다. 라이스페이퍼를 따뜻한 물에 적셔 갖가지 재료를 넣고 돌돌 말아 한 입 베어 물자, 입안 가득 퍼지는 신선한 채소의 향과 쫄깃한 쌀국수의 식감이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었다. 특히, 웰컴포의 월남쌈은 신선한 재료를 아낌없이 사용하여 풍성한 맛을 자랑하는 것이 특징이다.
함께 나온 세 가지 소스(해선장 소스, 땅콩 소스, 스위트 칠리소스)는 월남쌈의 풍미를 한층 더 끌어올렸다, . 해선장 소스는 특유의 달콤 짭짤한 맛으로 입맛을 돋우고, 땅콩 소스는 고소한 풍미를 더하며, 스위트 칠리소스는 매콤달콤한 맛으로 느끼함을 잡아주었다. 나는 특히 땅콩 소스에 다진 땅콩이 듬뿍 들어간 점이 마음에 들었다. 고소한 맛이 더욱 진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세트에 포함된 쌀국수도 빼놓을 수 없었다. 웰컴포의 쌀국수는 깊고 진한 육수 맛이 일품이다. 소고기 육수의 깊은 풍미와 향긋한 고수, 라임의 조화는 잊을 수 없는 맛을 선사한다. 면발은 부드럽고 쫄깃했으며, 국물은 시원하고 깔끔했다. 다만, 간이 조금 센 듯한 느낌이 있었는데, 이는 개인의 취향에 따라 다를 수 있을 것 같다. 예전에는 고수를 따로 추가해야 했던 것 같은데, 이제는 기본으로 제공되는 듯했다. 고수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매우 만족스러운 부분이었다.
아쉬웠던 점은 칠리소스였다. 일반적인 베트남 칠리소스라기보다는 고추장에 가까운 맛이어서, 월남쌈과의 조화가 살짝 아쉬웠다. 베트남 고추가 있었다면 더욱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자몽 주스는 평범한 맛이었다. 다음에는 베트남 커피를 한번 마셔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식사를 마치고 계산을 하려고 하는데, 사장님께서 계좌이체를 하면 10% 할인해준다고 말씀해주셨다. 덕분에 조금 더 저렴하게 식사를 즐길 수 있었다.
전체적으로 웰컴포는 오랜 시간 동안 변함없는 맛과 푸짐한 양으로 손님들의 사랑을 받아온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낡은 인테리어나 조금 비싼 가격은 아쉬웠지만, 음식의 맛은 충분히 그 단점을 커버할 만했다. 특히, 월남쌈은 신선한 재료와 푸짐한 양, 그리고 세 가지 소스의 조화가 훌륭했으며, 쌀국수 또한 깊고 진한 육수 맛이 일품이었다.

다음번에는 분짜와 파인애플 볶음밥을 먹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가게 문을 나섰다. 웰컴포는 내게 단순한 식당 이상의 의미를 지닌 곳이다. 그곳은 풋풋했던 대학 시절의 추억과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특별한 공간이다. 시간이 흘러도 변치 않는 맛과 따뜻한 분위기는, 언제나 나를 편안하게 감싸 안아준다. 앞으로도 웰컴포가 오랫동안 그 자리를 지켜주기를 바라며, 다음 방문을 기약해본다.
돌아오는 길, 웰컴포에서의 식사가 마치 짧은 베트남 여행을 다녀온 듯한 기분을 선사했다. 낯선 땅의 풍경과 향긋한 음식, 그리고 활기 넘치는 사람들의 모습이 눈앞에 아른거리는 듯했다. 부산에서 맛보는 작은 베트남, 웰컴포는 언제나 나를 그곳으로 데려다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