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을 되짚는 부산 노포의 맛, 청호집 선지국으로 떠나는 혼밥 맛집 여행

어릴 적 엄마 손 잡고 드나들던,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식당. 그런 곳에서 혼자 밥을 먹는다는 건 묘한 기분이다. 오늘은 문득 어머니의 추억이 깃든 부산맛집, 청호집 선지국이 떠올랐다. 어릴 적 기억을 더듬어, 지역명이 주는 푸근함과 함께 혼밥을 즐기러 나섰다. 오늘도 혼밥 성공! 혼자여도 괜찮아.

오륙도를 향해 걷는 길, 갈맷길과 해파랑길, 남파랑길이 교차하는 그 길목에서 만나는 청호집. 낡은 벽돌 건물 위, 빛바랜 듯한 간판이 오랜 세월을 짐작게 한다. “청호집 선지국”이라는 큼지막한 글자가 정겹다.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한 외관은, 어린 시절 엄마 손을 잡고 왔던 기억을 어렴풋이 떠올리게 했다.

문을 열고 들어서니, 왁자지껄한 소리가 정겹게 맞이한다. 점심시간이라 그런지 손님들로 가득하다. 혼자 온 손님도 더러 보인다. 카운터석은 없지만, 테이블 간 간격이 넓어 혼자 앉아도 전혀 부담스럽지 않다. 어색함은 잠시, 금세 익숙해진다. 혼밥 레벨이 +1 상승한 기분이다.

“혼자 오셨어요?”
“네, 선지국 하나 주세요.”

메뉴는 단 하나, 선지국이다. 9천 원이라는 가격이 예전보다 오른 듯하지만, 요즘 물가를 생각하면 나쁘지 않다. 주문을 마치자마자, 커다란 숭늉 주전자가 눈에 들어온다. 따뜻한 숭늉 한 잔을 먼저 마시니, 긴장이 풀리는 듯하다. 이런 소소한 정(情)이, 혼밥의 외로움을 달래준다.

잠시 후, 김이 모락모락 나는 선지국과 비빔밥 그릇이 테이블에 놓인다. 스테인리스 그릇에 담긴 콩나물과 각종 나물들, 그리고 고추장과 참기름. 투박하지만 정감 있는 모습이다. 밑반찬은 김치, 미역줄기, 부추무침, 무생채, 짜박된장, 열무김치 등 푸짐하게 차려진다. 뷔페식으로 원하는 만큼 가져다 먹을 수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든다.

선지국을 자세히 들여다본다. 큼지막한 선지 덩어리가 눈에 띈다. 콩나물과 파가 듬뿍 들어간 국물은 맑고 깔끔해 보인다. 숟가락으로 국물을 한 입 떠먹으니, 시원하면서도 깊은 맛이 입안 가득 퍼진다. 기름기 없이 깔끔한 국물이라 속도 편안하다. 전날 술을 마시지 않았는데도, 해장이 되는 기분이다.

선지를 한 입 베어 물었다. 탱글탱글하면서도 부드러운 식감이 좋다. 신선한 선지라 그런지, 특유의 잡내도 전혀 나지 않는다. 비위가 약한 사람도 거부감 없이 먹을 수 있을 것 같다. 예전에는 선지 양이 더 많았던 것 같은데, 조금 줄어든 듯해서 아쉽다.

이제 비빔밥을 만들어볼 차례. 커다란 스테인리스 그릇에 밥을 넣고, 콩나물과 각종 나물들을 듬뿍 넣는다. 고추장과 참기름을 넣고 쓱쓱 비비니, 먹음직스러운 비빔밥이 완성된다. 된장찌개도 조금 넣어 함께 비비니, 더욱 깊은 맛이 난다.

비빔밥 한 입, 선지국 한 입. 번갈아 먹으니, 그 조화가 환상적이다. 톡톡 터지는 콩나물의 식감과 향긋한 나물의 풍미가 입안 가득 퍼진다. 선지국의 시원한 국물이 느끼함을 잡아주어, 계속해서 젓가락이 간다. 밑반찬으로 나온 짜박된장을 넣어 비벼 먹으니, 더욱 깊고 구수한 맛을 느낄 수 있다.

혼자 먹는 밥이지만, 전혀 외롭지 않다. 오히려 오롯이 음식에 집중하며, 맛을 음미할 수 있어서 좋다. 땀을 뻘뻘 흘리면서, 깨끗하게 비워낸 그릇을 보니, 왠지 모를 뿌듯함이 느껴진다.

식사를 마치고, 입구에 있는 믹스 커피 자판기에서 커피 한 잔을 뽑아 마신다. 달달한 커피 맛이 입안을 개운하게 해준다. 계산을 하고 나오면서, “잘 먹었습니다”라고 인사를 건넸다. 아주머니는 환한 미소로 “또 오세요”라고 답해주신다.

청호집을 나서, 다시 오륙도를 향해 걷는다. 배부르고 따뜻한 기운이 온몸을 감싼다. 어린 시절 엄마와 함께 왔던 추억, 그리고 혼자서도 씩씩하게 밥을 먹는 나의 모습. 여러 감정이 교차하는 순간이다. 부산 남구, 이 곳에서 맛본 선지국은 단순한 한 끼 식사를 넘어, 추억과 위로를 선물해준 소중한 경험이었다. 혼자 여행하는 사람에게, 청호집은 든든한 한 끼 식사와 함께 따뜻한 위로를 전해주는 곳이다. 다음에도 혼밥하러 와야겠다. 오늘도 혼자여도 괜찮아!

청호집 간판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청호집 간판. 정겨운 글씨체가 인상적이다.
선지국과 비빔밥
선지국을 시키면 함께 나오는 비빔밥. 슥슥 비벼 먹으면 꿀맛!
다양한 밑반찬
푸짐하게 차려지는 밑반찬. 뷔페식으로 리필이 가능하다.
큼지막한 선지
탱글탱글하고 신선한 선지. 잡내 없이 깔끔한 맛이 일품이다.
선지 한 입
숟가락 가득 담아 한 입. 입안 가득 퍼지는 선지의 풍미!
콩나물이 듬뿍
시원한 국물 맛의 비결, 듬뿍 들어간 콩나물.
비빔밥 완성
고추장과 참기름을 넣어 쓱쓱 비빈 비빔밥. 정말 꿀맛이다.
푸짐한 한 상
선지국과 비빔밥, 그리고 다양한 밑반찬으로 차려진 푸짐한 한 상.
비빔밥 재료
비빔밥에 들어가는 신선한 나물들.
선지국 국물
깔끔하고 시원한 선지국 국물. 해장으로도 제격이다.
청호집 내부
청호집 내부 모습. 정겨운 분위기에서 혼밥을 즐길 수 있다.
선지국
언제 먹어도 맛있는 청호집 선지국. 든든한 한 끼 식사로 최고다.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