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을 굽는 연기, 포항 죽도시장 가성비 밥집에서 맛보는 따뜻한 인정

어스름한 새벽, 아직 잠에서 덜 깬 눈을 비비며 집을 나섰다. 오늘 향할 곳은 활기 넘치는 포항의 심장, 죽도시장이다. 며칠 전부터 머릿속을 떠나지 않던, 어머니의 손맛이 느껴지는 따뜻한 밥상을 찾아 나선 길이었다. 좁고 복잡한 골목길을 헤쳐나가는 동안, 코를 찌르는 듯한 짭짤한 바다 내음과 왁자지껄한 상인들의 목소리가 묘하게 섞여 들었다. 마치 오래된 친구를 만나는 설렘과 같은 두근거림이 가슴 한 켠을 채웠다.

시장 입구에 다다르자, 싱싱한 해산물이 가득한 좌판과 형형색색의 과일들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그 풍경 속에서, 나는 마치 보물찾기를 하듯 오늘의 목적지인 대화식당을 찾아 나섰다. 시장 안쪽 골목에 숨어 있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발걸음을 재촉했다.

죽도시장 대화식당 골목 입구
활기 넘치는 죽도시장 골목, 그 안에 숨겨진 보석 같은 식당을 찾아.

드디어, 파란색 간판에 정겹게 쓰인 ‘대화식당’이라는 글자가 눈에 들어왔다. 간판 옆에는 ‘보리밥, 생선구이’라는 문구가 큼지막하게 적혀 있었다. 마치 나를 부르는 듯한 이끌림에 망설임 없이 가게 안으로 발을 들였다. 좁은 문을 지나 안으로 들어서자, 생각보다 아담한 공간이 나타났다. 테이블 몇 개가 전부인 작은 식당 안은 이미 식사를 즐기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자리에 앉자마자, 따뜻한 숭늉이 담긴 컵이 놓였다. 구수한 냄새가 코를 간지럽혔다. 숭늉 한 모금을 마시니, 새벽부터 서둘러 오느라 차가워진 속이 부드럽게 풀리는 듯했다. 마치 어머니가 끓여주시던 바로 그 맛이었다. 숭늉의 온기와 함께, 어린 시절의 따뜻한 기억들이 스르륵 떠올랐다.

메뉴판을 볼 필요도 없이, 보리밥 정식을 주문했다. 이곳의 대표 메뉴이자, 모두가 사랑하는 메뉴라고 했다. 잠시 후, 기다리고 기다리던 밥상이 눈 앞에 펼쳐졌다. 커다란 쟁반 위에 푸짐하게 담긴 음식들을 보는 순간, 입이 떡 벌어졌다.

갓 지은 보리밥과 쌀밥이 반반 섞인 밥, 뜨끈한 된장찌개, 그리고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고등어구이가 메인으로 자리를 잡고 있었다. 그 주위로는 콩나물, 열무김치, 감자조림, 어묵볶음 등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도는 다양한 반찬들이 빈틈없이 놓여 있었다. 마치 시골 할머니 댁에서 받는 푸짐한 밥상과 같은 풍경이었다.

푸짐한 보리밥 정식 한 상 차림
소박하지만 정갈한, 푸짐한 한 상 차림에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가장 먼저, 뜨끈한 된장찌개에 숟가락을 담갔다. 짭짤하면서도 깊은 맛이 일품이었다. 두부와 애호박, 양파 등 다양한 채소들이 듬뿍 들어가 있어, 씹는 맛도 좋았다. 특히, 냉이가 들어가 향긋한 봄 내음이 입안 가득 퍼지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된장찌개 한 입에 밥 한 숟가락을 뚝딱 비웠다.

다음으로는, 윤기가 흐르는 고등어구이에 눈길이 갔다. 노릇노릇하게 구워진 껍질은 바삭했고, 속살은 촉촉했다. 짭짤한 간이 배어 있어, 밥반찬으로 그만이었다. 젓가락으로 살점을 발라 따뜻한 밥 위에 올려 먹으니, 입 안에서 살살 녹는 듯했다. 고등어 특유의 고소한 풍미가 입 안 가득 퍼져 나갔다.

노릇하게 구워진 고등어 구이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밥도둑 고등어구이의 위엄.

이제 본격적으로 비빔밥을 만들어 먹을 차례. 커다란 스테인리스 그릇에 보리밥과 쌀밥을 듬뿍 담고, 콩나물, 열무김치, 무생채 등 갖가지 나물들을 아낌없이 넣었다. 테이블 한 켠에 놓인 고추장과 참기름을 듬뿍 넣어 쓱쓱 비볐다. 젓가락으로 힘껏 비비니, 알록달록한 색감의 비빔밥이 완성되었다.

한 숟가락 크게 떠서 입에 넣으니, 꿀맛이 따로 없었다. 고소한 참기름 향과 매콤한 고추장의 조화가 환상적이었다. 아삭아삭 씹히는 나물들의 식감도 좋았다. 특히, 시원한 열무김치는 비빔밥의 풍미를 한층 더 끌어올려 주었다. 정신없이 비빔밥을 먹다 보니, 어느새 그릇이 깨끗하게 비워져 있었다.

갖은 나물을 넣어 비빈 보리밥 비빔밥
고추장과 참기름의 조화, 잊을 수 없는 비빔밥의 맛.

식사를 마치고 나니, 배가 든든해졌다. 하지만, 왠지 모르게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이곳의 또 다른 명물인 김밥을 주문했다. 꼬마김밥처럼 작고 앙증맞은 크기의 김밥은, 겉은 김으로 돌돌 말려 있고 안에는 밥과 몇 가지 채소들이 들어 있었다. 한 입에 쏙 넣으니, 짭짤하면서도 고소한 맛이 입안 가득 퍼졌다. 특히, 톡 쏘는 겨자 소스가 들어가 있어, 느끼함 없이 깔끔하게 즐길 수 있었다.

대화식당의 김밥은 일반 김밥, 땡초멸치김밥, 진미채김밥 세 종류가 있는데, 특히 진미채김밥은 매콤달콤한 진미채가 듬뿍 들어가 있어, 매운 음식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인기가 많다고 한다. 다음에는 꼭 진미채김밥을 먹어봐야겠다고 다짐했다.

다양한 종류의 김밥
앙증맞은 크기의 김밥, 겨자 소스가 신의 한 수.

계산을 하려고 보니, 가격이 너무나 저렴했다. 푸짐한 보리밥 정식 한 상에 김밥까지 먹었는데도, 만 원이 조금 넘는 금액이었다. 요즘 같은 고물가 시대에, 이런 가격으로 푸짐한 식사를 할 수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

“싸고 맛있게 드셨으면 됐습니다.”

계산을 하는 내게, 주인 할머니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인사를 건넸다. 그 따뜻한 미소에, 왠지 모르게 마음이 뭉클해졌다. 단순히 배를 채우는 식사를 넘어, 정과 인정이 느껴지는 따뜻한 경험이었다.

식당을 나서니, 아침 햇살이 눈부시게 쏟아지고 있었다. 든든하게 채워진 배와 따뜻한 마음 덕분인지, 세상이 더 아름답게 보였다. 죽도시장 입구에서 파는 식혜 한 잔을 손에 들고 시장 구경에 나섰다. 활기 넘치는 시장 분위기를 만끽하며, 이것저것 구경하다 보니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죽도시장 입구
활기 넘치는 죽도시장의 풍경.

집으로 돌아오는 길, 대화식당에서 느꼈던 따뜻함이 계속해서 마음속에 맴돌았다. 화려하고 세련된 레스토랑도 좋지만, 가끔은 소박하고 정겨운 곳에서 밥 한 끼 먹는 것이 큰 행복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포항에 다시 방문하게 된다면, 주저 없이 대화식당을 찾을 것이다. 그때는 꼭, 혼자가 아닌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방문하여 이 따뜻한 경험을 나누고 싶다. 그리고, 주인 할머니의 환한 미소와 푸짐한 밥상을 다시 한 번 느껴보고 싶다.

대화식당은 단순한 식당이 아닌, 추억과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특별한 공간이었다. 저렴한 가격에 푸짐한 밥상을 즐길 수 있는 것은 물론, 따뜻한 정과 인정을 느낄 수 있는 곳이었다. 만약 포항 죽도시장에 방문할 계획이 있다면, 꼭 한 번 들러보기를 추천한다. 분명, 잊지 못할 따뜻한 추억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따뜻한 숭늉 한 잔
식사 전 따뜻한 숭늉 한 잔으로 속을 달래주는 센스.

: 대화식당은 죽도시장 안에 위치하고 있어, 주차 공간이 협소하다. 따라서,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시장 주변 공영주차장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또한, 점심시간에는 손님들이 몰려 웨이팅이 발생할 수 있으니, 시간을 잘 맞춰 방문하는 것이 좋다.

언젠가 다시 포항에 가게 된다면, 나는 망설임 없이 죽도시장 골목길을 걸어 대화식당으로 향할 것이다. 그곳에서 변함없이 따뜻한 밥 한 끼를 나누며, 잊고 지냈던 소중한 추억들을 다시금 떠올리겠지. 어쩌면 그때는, 지금보다 더 깊어진 감동과 함께 눈물을 글썽이게 될지도 모르겠다. 대화식당은 내게, 단순한 식당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 곳이 되었으니까.

보리밥과 쌀밥의 조화
보리밥과 쌀밥, 취향에 따라 선택하거나 반반으로 즐길 수 있다.
정갈한 밑반찬
하나하나 정성이 느껴지는, 다채로운 밑반찬들.
죽도시장 아케이드 천장
비가 와도 걱정 없는, 죽도시장 아케이드.
대화식당 메뉴
착한 가격에 푸짐한 한 상을 즐길 수 있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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