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생신을 맞아 특별한 곳을 찾다가 발견한 나탄약선요리! 평소에 쉽게 접하기 힘든 궁중 약선요리라니, 이거 완전 기대감 폭발! 택시를 타고 초읍 어린이대공원 근처, 쇠미산 언덕길을 따라 올라가니 2층 주택을 개조한 듯한 식당이 눈에 띄었어. 뭔가 숨겨진 맛집 포스 제대로 풍기는 외관부터 심상치 않았지.
주차는 갓길에 해야 하는 게 조금 아쉽긴 했지만, 맛있는 음식만 먹을 수 있다면 뭔들! 2층으로 올라가는 입구에는 예전에 ‘수선재’라고 불렸던 흔적이 남아있더라. 초읍에서 오랫동안 사랑받은 곳인지, 벽면에는 유명인들의 사인과 사진들이 빼곡하게 붙어 있었어. 딱 봐도 내공이 느껴지는 공간이었지.
문을 열고 들어서자, 따뜻한 분위기의 공간이 펼쳐졌어. 좌측에는 4개의 개별 룸이 있었고, 4인 테이블 공간과 8인 테이블 공간도 마련되어 있었지. 룸은 미닫이문으로 분리되어 있어서 단체 손님도 충분히 수용 가능해 보였어. 우측에는 화장실과 카운터, 그리고 주방이 있었는데, 화장실은 1인용이라 조금 좁은 감이 있었지만 깔끔하게 관리되어 있었어.
자리에 앉자마자 따뜻한 겨우살이차가 나왔어. 은은한 향이 몸을 따뜻하게 녹여주는 느낌! 곧이어 나온 연자죽은 담백하면서도 부드러운 맛이었는데, 솔직히 말하면 자극적인 맛에 길들여진 내 입맛에는 살짝 심심하게 느껴지기도 했어. 하지만 곧이어 나올 음식들에 대한 기대감을 높여주는 훌륭한 애피타이저였지.

곧이어 칠절판이 나왔는데, 흰색/노란색 계란 지단, 파프리카, 대추, 버섯, 당근 등 6가지 재료의 색감이 진짜 예술이었어. 쌈무에 싸서 먹으니 아삭아삭 신선함이 입안 가득 퍼지는 거 있지! 쌈무가 조금 작아서 재료를 많이 넣으면 싸기가 조금 힘들었지만, 맛은 진짜 최고였어.
직접 쑨 도토리묵 냉채는 길게 썬 도토리묵에 김 고명을 듬뿍 올려져 나왔어. 사장님께서 소스가 바닥에 깔려있다고 미리 알려주셔서 쉐킷쉐킷 비벼 먹었는데, 쌉쌀하면서도 고소한 맛이 완전 내 스타일! 묵 특유의 탱글탱글한 식감도 너무 좋았어.
샐러드 위에는 큼직한 오디 열매가 톡톡! 흰색 소스와 간장 베이스 소스 두 가지가 뿌려져 있어서 상큼하면서도 익숙한 맛을 동시에 느낄 수 있었어. 잣소스 겨자해물냉채는 와사비를 좋아하는 내 입맛에 완전 딱! 각종 야채와 오징어, 새우가 들어가 있어서 일반 해파리냉채보다 훨씬 담백하고 고급스러운 맛이었어. 이거 진짜 미쳤다!
궁중 만두 규아상은 오이를 만두소로 넣은 특이한 만두였는데, 나는 완전 호! 오이의 아삭한 식감과 은은한 향이 만두와 이렇게 잘 어울릴 줄이야! 두부소박이는 얇게 썬 두부 사이에 다진 표고버섯을 넣어 튀긴 음식인데,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멘보샤 느낌! 버섯 향이 은은하게 퍼져서 마치 고기를 먹는 듯한 착각까지 들었어.
참나물 겉절이는 참나물 특유의 향긋함이 살아있어서 너무 좋았는데, 다른 음식들에 비해 간이 조금 센 편이었어. 그래도 갓 무쳐낸 신선함이 느껴져서 젓가락을 멈출 수가 없었지.

생선탕수는 뽈락처럼 생긴 생선을 바삭하게 튀겨서 탕수 소스를 얹어낸 요리였는데, 사장님께서 직접 먹기 좋게 해체해 주셨어.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생선 살에 달콤한 탕수 소스가 더해지니, 진짜 꿀맛! 사장님 손에 끼고 계신 반지랑 팔찌에 자꾸 시선이 가는 건 안 비밀…ㅎㅎ
묵말랭이 잡채는 당면 대신 말린 도토리묵을 각종 버섯, 야채와 함께 볶은 요리였어. 말린 묵의 쫄깃한 식감이 진짜 독특했는데,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올라와서 자꾸 손이 갔어. 국산 우렁이 초무침은 큼직하고 실한 우렁이가 듬뿍 들어가 있었는데, 아삭아삭 새콤달콤한 맛은 누구나 예상 가능한 맛있는 맛! 미나리의 향긋함까지 더해져서 입맛을 돋우는 데 최고였지.
채수로 끓인 불고기 버섯 전골은 담백한 국물에 짭짤한 불고기 맛이 어우러져서 밥반찬으로 완전 딱! 국물이 진짜 시원하고 깔끔해서 계속 들이켰어. 유일한 단점이라면, 단짠단짠 불고기를 먹고 된장찌개를 먹으면 된장찌개가 너무 평범하게 느껴진다는 거? 그래도 된장찌개 자체도 구수하고 맛있었어.
마지막 식사로는 다시마 물로 지은 밥과 구운 김, 5가지 소찬이 나왔어. 밥이 진짜 윤기가 좔좔 흐르고 찰기가 넘쳐서 밥만 먹어도 맛있더라. 5가지 소찬 중에서도 잣고추장이 진짜 대박이었는데, 구운 김에 밥을 얹고 잣고추장을 살짝 올려 먹으니 다른 반찬이 필요 없을 정도였어. 잣의 고소함과 고추장의 매콤함이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는 맛! 이거 진짜 밥도둑이야!

중간에 이 집의 시그니처 메뉴라는 황제 해물 계란찜을 추가로 시켜봤어. 비주얼부터가 압도적인데, 중국집 유산슬 느낌도 나면서 잘게 자른 해물과 야채가 듬뿍 들어가 있었어. 근데 먹어보니 간이 생각보다 좀 쎄서 살짝 당황… 뚝배기 바닥에 계란찜이 있는데, 사장님이 막 휘저으면 안 된다고 국자로 직접 계란찜을 떠서 시범을 보여주셨어. 탄 코스요리를 시키면 이 계란찜이 1인분씩 작은 뚝배기에 담겨 나온다고 하더라.
마지막 후식으로는 방울토마토 매실 엑기스 절임이 나왔어. 상큼달콤한 매실 엑기스가 입안을 깔끔하게 마무리해주는 느낌! 평소에 매실차를 좋아하는데, 매실 엑기스 양이 조금 적은 게 아쉬웠어. 그래도 마지막까지 완벽한 식사였다!
나탄약선요리, 여기는 진짜 절음식처럼 저염 음식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아. 자극적이지 않으면서도 재료 본연의 맛을 제대로 살린 건강한 요리들이라서 먹고 나서도 속이 편안했어. 사장님도 엄청 친절하시고, 음식 하나하나에 대한 자부심이 느껴져서 더 좋았어. 부모님 모시고 가기에도 좋고, 상견례 장소로도 손색없을 것 같아.
다만, 몇 가지 아쉬운 점도 있었어. 일단 가격이 좀 센 편이라는 거. 평일 기본 코스가 29,000원부터 시작하고, 주말에는 33,000원부터 시작해. 내가 먹은 44,000원 코스는 솔직히 가격 대비 양이 조금 적게 느껴지기도 했어. 그리고 화장실이 1인용이라 조금 불편하고, 룸 간 방음이 잘 안 되는 것 같았어. 옆 룸에서 이야기하는 소리가 너무 잘 들려서 살짝 시끄럽기도 했지.

그래도 전체적으로 정말 만족스러운 식사였어. 건강하고 맛있는 궁중 약선요리를 맛볼 수 있다는 점, 사장님의 친절한 서비스, 그리고 아늑한 분위기까지 모든 게 완벽했지. 특히, 흔히 맛볼 수 없는 궁중요리를 부산에서 즐길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인 것 같아. 다음에는 친구들이랑도 꼭 한번 다시 와봐야겠어.
계산할 때 예약금 현금영수증 처리는 따로 물어봐주시지 않아서 그냥 나왔는데, 현금영수증 가능 여부는 미리 확인하는 게 좋을 것 같아. 영업시간은 11:30부터 22:00까지이고, 라스트 오더는 21:00까지라고 하니 참고! 그리고 예약은 앱으로는 안 되고 전화 예약만 가능하다고 해. 전화로 날짜, 인원수, 메뉴를 알려주면 예약금을 입금할 수 있는 계좌번호를 문자로 알려주시고, 입금 확인되면 예약이 확정되는 시스템이야.
나오는 길에 보니, 공무원들 사이에서도 맛집으로 소문났는지, 공무원 손님들이 꽤 많이 보이더라. 역시 맛있는 건 다들 알아본다니까! 그리고 사장님이 혼자 몰래 드신다는 테라 생맥주도 궁금했는데, 다음에는 꼭 한번 맛봐야겠어. 사장님이 관리를 잘 하시는지, 테라 생맥주가 진짜 맛있다고 하더라고.
부산에서 특별한 맛집을 찾는다면, 초읍 나탄약선요리 완전 강추! 후회는 절대 없을 거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