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발고도 984미터, 암릉과 노송의 조화가 아름다운 청화산 등반 후였다. 등산으로 소모된 에너지를 보충하고, 젖산으로 가득 찬 근육을 달래줄 무언가가 절실했다. 레이더망을 풀가동하여 주변 맛집 정보를 탐색하던 중, 심상치 않은 기운이 느껴지는 곳을 발견했다. ‘영계’라는 간판에서 풍겨져 나오는 숙성의 아우라, 그리고 ‘누룽지’라는 단어가 주는 구수한 기대감. 그래, 오늘 나의 실험실은 바로 이곳이다.
식당으로 향하는 길은 굽이굽이 산길이었다. 마치 미지의 세계로 들어가는 듯한 느낌. 네비게이션이 가리키는 곳에는 아담하고 정갈한 식당이 자리 잡고 있었다. 외진 곳에 위치해 있었지만, 이미 많은 미식가들이 이곳의 존재를 알고 찾아온 듯했다. 주차장이 넓어 주차는 어렵지 않았다. 나무로 지어진 외관은 따뜻하고 편안한 느낌을 주었고, 둥근 조명이 은은하게 빛나는 실내는 깔끔하고 쾌적했다.

자리에 앉자 메뉴판이 눈에 들어왔다. 메뉴는 누룽지 백숙, 쭈꾸미볶음, 그리고 피자, 단 세 가지. 메뉴 수가 적다는 것은, 그만큼 각 메뉴에 대한 자신감이 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고민 끝에 이 집의 시그니처 메뉴인 누룽지 백숙과 쭈꾸미볶음을 주문했다. 특히 누룽지 백숙은 2인분부터 주문 가능하다고 하니 참고하는 것이 좋겠다.
주문 후, 밑반찬이 빠르게 세팅되었다. 겉절이, 동치미, 참나물 도토리무침 등 하나하나 정갈하고 맛깔스러워 보였다. 특히 겉절이는 갓 담근 듯 신선했고, 동치미는 시원하고 깔끔했다. 영계와 함께 먹으면 최고의 조합을 자랑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과학적으로 분석해 보자면, 겉절이의 발효 과정에서 생성된 유기산은 입맛을 돋우고 소화를 돕는다. 또한 동치미의 시원한 국물은 등산으로 인해 상승한 체온을 낮춰주는 효과가 있다.

드디어 메인 메뉴인 누룽지 백숙이 등장했다. 얕은 철판 위에 올려진 영계는 이미 먹기 좋게 손질되어 있었고, 뽀얀 국물이 자작하게 담겨 있었다. 160도에서 마이야르 반응이 일어난 듯, 닭 껍질은 황금빛 갈색으로 먹음직스럽게 빛나고 있었다. 시각적인 아름다움은 식욕을 자극하는 가장 강력한 요소 중 하나다.

젓가락으로 닭다리 하나를 집어 들었다. 닭고기는 너무 부드러워서 뼈와 쉽게 분리되었다. 입에 넣는 순간, 닭고기는 마치 솜사탕처럼 녹아내렸다. 콜라겐 함량이 높은 닭 껍질은 쫄깃하면서도 부드러운 식감을 선사했다. 닭고기 자체의 풍미도 훌륭했지만, 뽀얀 국물 또한 깊은 맛을 더했다. 닭고기와 각종 채소를 넣고 장시간 끓여낸 육수는 글루타메이트 함량이 높아 감칠맛이 극대화되었다. 마치 과학 실험을 통해 최적의 맛을 찾아낸 듯한 느낌이었다.

백숙을 어느 정도 먹고 나면, 철판 바닥에 눌어붙은 누룽지를 긁어먹을 차례다. 이 집의 누룽지는 단순한 탄수화물이 아니다. 닭 육수가 스며들어 더욱 깊고 풍부한 맛을 낸다. 누룽지를 긁어먹는 동안, 은은하게 퍼지는 탄내와 고소한 향은 후각을 자극하며 식욕을 더욱 증진시킨다. 바삭하고 쫀득한 식감은 덤이다. 마치 잘 구워진 크루아상의 겉면을 긁어먹는 듯한 즐거움이 느껴졌다.
다음으로 쭈꾸미볶음이 등장했다. 빨간 양념에 버무려진 쭈꾸미는 보기만 해도 침샘을 자극했다. 쭈꾸미는 과도하게 익히지 않아 질기지 않고 쫄깃한 식감을 유지하고 있었다. 캡사이신 함량이 높은 양념은 TRPV1 수용체를 자극하여 통증과 쾌감을 동시에 유발했다. 매운맛을 중화시켜주는 깻잎, 김 등의 밑반찬과 함께 먹으니 매운맛을 조절할 수 있었다.

쭈꾸미볶음을 다 먹고 남은 양념에 밥을 볶아 먹는 것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김가루와 참기름을 넣고 볶은 밥은 그 자체로 훌륭한 요리가 된다. 특히 철판 바닥에 눌어붙은 볶음밥은 바삭하면서도 고소한 맛이 일품이다. 탄수화물과 캡사이신의 조합은 엔도르핀 분비를 촉진하여 행복감을 선사한다.
식사를 마치고 나니, 몸과 마음이 모두 충전된 느낌이었다. 등산으로 지쳐있던 몸은 따뜻한 백숙으로 인해 이완되었고, 쭈꾸미볶음의 매콤한 맛은 스트레스를 해소해 주었다. 무엇보다도, 이 집의 음식은 단순한 맛을 넘어 건강까지 생각한 웰빙 음식이라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마치 어머니가 손수 만들어주신 듯한 정성이 느껴졌다.
총평: 괴산 지역의 숨겨진 맛집 ‘영계’는 누룽지 백숙과 쭈꾸미볶음이라는 두 가지 매력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신선한 재료와 정성 가득한 조리법은 음식의 맛을 한층 더 끌어올린다. 등산 후 허기진 배를 채우기에 완벽한 곳이며, 가족 외식이나 단체 모임 장소로도 손색이 없다. 실험 결과, 이 집 국물은 완벽했습니다. 재방문 의사 20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