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연구실 동료들과 ‘회식’이라는 이름의 미식 탐험을 떠나기로 했다. 오늘의 목적지는 청주 분평동, 최근 입소문을 타고 있다는 샤브샤브 전문점 ‘샤브뜰’이다. 사실 샤브샤브는 평소 즐겨 먹는 메뉴는 아니다. 끓는 육수에 채소와 고기를 담갔다 먹는 단순한 조리법은, 마치 실험실에서 사용하는 비커와 알코올 램프를 연상시켜 어딘가 심심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샤브뜰’은 뭔가 다르다는 이야기에, 호기심을 자극받아 방문을 결정했다. 과연 이곳에서는 어떤 과학적 원리가 숨어 있을까?
차를 몰아 샤브뜰이 있는 건물 앞에 도착했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건물 외벽에 걸린 거대한 광고판이었다 . 큼지막한 글씨로 쓰인 “Shabu Garden”이라는 문구와 함께,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샤브샤브 냄비 사진이 시각적인 식욕을 자극했다. 광고판 속 붉은 빛깔의 소고기 슬라이스는 마치 실험용 샘플처럼 정갈하게 놓여 있었고, 싱싱한 채소들은 푸르름을 뽐내고 있었다. 그래, 오늘 저녁은 이 ‘샘플’들을 분석하는 시간이 되겠군.
매장 안으로 들어서자, 깔끔하고 넓은 공간이 눈에 들어왔다. 테이블 간 간격도 넉넉해서 편안하게 식사를 즐길 수 있을 것 같았다. 오픈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인지, 모든 것이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마치 잘 정돈된 실험실에 들어온 기분이랄까. 직원분들의 친절한 안내를 받으며 자리에 앉으니, 곧바로 육수와 기본 재료들이 세팅되었다.
우리는 주말 저녁에 방문했기에 1인당 16,900원의 가격으로 매운 육수를 선택했다. 육수가 끓기 시작하자 매콤한 향이 코를 자극했다. 캡사이신이 TRPV1 수용체를 활성화시키는 바로 그 향이다. 이 매운맛은 단순한 자극이 아니라, 미각 세포를 깨우고 식욕을 증진시키는 강력한 신호탄과 같다.
샤브뜰의 샐러드바는, 솔직히 말해서 다른 샤브샤브 전문점에 비해 압도적으로 다양한 편은 아니었다. 하지만 준비된 메뉴 하나하나에 정성이 느껴졌다. 4~5가지 종류의 샐러드는 평범한 야채 샐러드가 아닌, 리코타 치즈 샐러드나 닭가슴살 샐러드처럼 개성이 뚜렷한 메뉴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신선한 채소들은 물론이고, 떡볶이, 크림 파스타, 양송이 스프, 단호박죽 등 다양한 음식들이 준비되어 있어 샤브샤브 외에도 즐길 거리가 많았다.

가장 먼저 샐러드바에서 신선한 야채들을 가득 담아왔다. 배추, 청경채, 숙주, 버섯 등 샤브샤브에 빠질 수 없는 채소들은 물론이고, 월남쌈용 채소까지 준비되어 있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싱싱한 야채들을 육수에 넣으니, 끓는 육수의 온도가 살짝 내려가면서 채소의 세포벽이 파괴되기 시작한다. 이때 채소 속의 수분이 빠져나오면서 육수의 풍미를 더욱 풍부하게 만들어준다.

다음으로는 샤브샤브의 주인공, 소고기를 투하할 차례다. 얇게 슬라이스된 소고기는 끓는 육수에 넣자마자 순식간에 익어갔다. 160도에서 마이야르 반응이 활발하게 일어나면서, 고기 표면에 얇고 맛있는 갈색 크러스트가 형성되었다. 이 크러스트는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고기의 풍미를 응축시키고 감칠맛을 극대화하는 역할을 한다.
잘 익은 소고기를 건져, 샤브뜰에서 자랑하는 특제 소스에 찍어 먹으니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특히 땅콩소스는 고소하면서도 짭짤한 맛이 일품이었다. 땅콩의 지방 성분은 고기의 풍미를 더욱 부드럽게 만들어주고, 소금의 나트륨 이온은 미각 세포를 자극하여 감칠맛을 증폭시킨다. 마치 완벽하게 조율된 오케스트라처럼, 모든 요소들이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맛이었다.
매운 육수는 샤브샤브의 느끼함을 잡아주는 데 탁월한 효과를 발휘했다. 캡사이신의 매운맛은 단순한 통증이 아니라, 엔도르핀 분비를 촉진시켜 쾌감을 선사한다. 마치 운동을 할 때 느끼는 ‘러너스 하이’와 비슷한 원리라고 할 수 있다. 매운 육수 덕분에, 질릴 틈 없이 샤브샤브를 계속해서 흡입할 수 있었다.
버섯을 추가해서 먹어보니 풍미가 더욱 깊어졌다. 버섯 특유의 향긋한 풍미는 샤브샤브 육수를 한층 더 고급스럽게 만들어준다. 특히 표고버섯에는 글루타메이트 함량이 높아 감칠맛을 극대화하는 효과가 있다. 마치 조미료를 넣은 것처럼, 육수의 풍미가 훨씬 풍부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어느 정도 배를 채우고 나서는, 샐러드바에 있는 다른 음식들도 맛보기 시작했다. 떡볶이는 적당히 매콤하면서도 달콤한 맛이 좋았고, 크림 파스타는 부드러운 크림소스와 쫄깃한 면발의 조화가 훌륭했다. 특히 양송이 스프는 깊고 풍부한 맛이 인상적이었다. 양송이 버섯 특유의 향긋한 풍미와 부드러운 크림의 조화는, 마치 고급 레스토랑에서 맛보는 스프와 견주어도 손색이 없을 정도였다.
샤브샤브의 마무리는 역시 죽이다. 남은 육수에 밥과 김가루, 계란을 넣고 끓여 만든 죽은, 그야말로 ‘탄수화물 폭탄’이었다. 하지만 포기할 수 없었다. 짭짤하면서도 고소한 맛이, 이미 포화 상태에 다다른 위장을 끊임없이 자극했다. 숟가락을 놓는 순간, 도파민 분비가 멈추면서 극심한 허탈감이 밀려올 것 같았다.

후식으로는 아이스크림과 커피를 선택했다. 샤브뜰에서는 소프트 아이스크림에 에스프레소를 부어 아포가토를 만들어 먹을 수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차가운 아이스크림과 뜨거운 에스프레소의 온도 차이는, 입안에서 짜릿한 쾌감을 선사했다. 쌉쌀한 커피의 향과 달콤한 아이스크림의 조화는, 마치 인생의 희로애락을 압축해 놓은 듯한 오묘한 맛이었다.
아이스크림을 한 입 먹자마자 이가 시릴 정도로 차가웠지만, 계속 땡기는 맛에 멈출 수 없었다. 아이스크림 속의 유지방은 혀를 코팅하여 풍미를 오랫동안 지속시켜주고, 설탕은 뇌에 강력한 쾌락 신호를 보낸다. 마치 마약과 같은 중독성을 지닌 디저트라고 할 수 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식혜의 맛은 다소 실망스러웠다는 것이다. 지나치게 단맛이 강하고, 엿기름의 풍미가 부족했다. 마치 실험에 실패한 샘플처럼, 어딘가 어색하고 부자연스러운 맛이었다. 그리고 테이블에 놓여 있던 컵에 이물질이 묻어 있어 교체를 요청했는데, 직원이 바로 가져다주지 않고 한참 뒤에 가져다 준 점도 아쉬웠다. 물론 바쁜 시간대라 그랬을 수도 있지만, 고객 응대 서비스는 조금 더 개선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하지만 이러한 사소한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샤브뜰에서의 식사는 전반적으로 만족스러웠다. 신선한 재료, 맛있는 음식, 그리고 깔끔한 분위기까지, 모든 요소들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특별한 경험을 선사했다. 특히 매운 육수의 샤브샤브는, 과학적으로도 훌륭한 선택이었다. 캡사이신의 매운맛은 미각을 자극하고, 신진대사를 활발하게 만들어주어 건강에도 도움이 된다.
식사를 마치고 나오면서, 왜 샤브뜰이 청주 샤브 맛집으로 입소문을 타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이곳은 단순한 식당이 아니라, 맛과 건강, 그리고 즐거움을 동시에 충족시켜주는 ‘미식 실험실’과 같은 곳이었다. 다음에 또 다른 실험을 위해 청주에 방문할 기회가 생긴다면, 주저하지 않고 샤브뜰을 다시 찾을 것이다. 그땐 버섯과 해물을 추가해서, 더욱 풍성한 맛의 세계를 탐험해봐야겠다.

오늘의 실험 결과, 이 집 국물은 완벽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