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교 땅에 발을 디딘 순간, 짭조름한 갯벌 냄새가 코끝을 간지럽혔다. 꼬막의 고장이라는 명성에 걸맞게, 역 주변에는 온통 꼬막 요리를 내세운 식당들이 즐비했다. 하지만 혼자 여행하는 나에게 꼬막정식은 그림의 떡. 대부분 2인 이상 주문이 가능했기에, 발길을 돌리기를 여러 번, 자존심마저 상하려던 찰나였다. 마지막 희망을 품고, 현지인들에게 입소문이 자자하다는 다성촌에 전화를 걸었다. “혼자라도 괜찮으니, 제발 꼬막 맛을 보게 해주세요!” 간절한 나의 외침에, 다행히 꼬막비빔밥은 1인분도 가능하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벌교역에서 30분 남짓 걸었을까. 2차선 시골길을 따라 걷다 보니, 대로변에 웅장한 기와지붕을 얹은 식당이 눈에 들어왔다. 드디어 도착한 다성촌. 늦가을의 햇살을 받아 은은하게 빛나는 ‘다성촌’ 간판이 나를 반기는 듯했다. 넓찍한 주차장과 깔끔하게 정돈된 외관에서부터 느껴지는 맛집의 아우라. 망설임 없이 문을 열고 들어섰다.

내부는 생각보다 훨씬 넓고 쾌적했다. 나무 테이블과 의자가 정갈하게 놓여 있었고, 창밖으로는 푸르른 정원이 펼쳐져 있었다. 특히 눈길을 사로잡는 건, 일본식 정원을 연상케 하는 아름다운 조경이었다. 마치 액자 속에 담긴 그림처럼, 초록빛 나무와 연못이 어우러진 풍경은 식사 전부터 마음을 평온하게 해주었다. 테이블에 앉아 꼬막비빔밥을 주문하고, 창밖 풍경을 감상하며 기다렸다.
“혼자 오셨어요? 꼬막정식 드시고 싶으셨을 텐데…”
주문을 받으시던 이모님의 따뜻한 말 한마디에, 괜스레 울컥하는 기분이 들었다. 사실 꼬막정식을 맛보지 못한다는 아쉬움에, 애써 괜찮은 척했지만, 속으로는 씁쓸함을 감출 수 없었다. 나의 표정을 읽으셨는지, 이모님은 환한 미소를 지으며 덧붙이셨다.
“역에서부터 걸어오셨다면서요. 고생하셨어요. 꼬막비빔밥 시키셨으니, 꼬막 맛은 제대로 보셔야죠!”
잠시 후, 이모님은 커다란 접시에 삶은 꼬막을 가득 담아 내어주셨다. 곁들여진 초고추장을 살짝 찍어 맛보니, 쫄깃한 식감과 함께 입안 가득 퍼지는 꼬막 특유의 향긋함! 신선함이 그대로 느껴지는 꼬막은, 벌교에 왔음을 실감하게 해주는 맛이었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꼬막전, 꼬막무침, 꼬막된장찌개까지, 꼬막정식에 나오는 메뉴들을 맛보기로 조금씩 내어주시는 게 아닌가! 푸짐한 인심에 감동하며, 쉴 새 없이 젓가락을 움직였다. 꼬막전은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했으며, 꼬막무침은 새콤달콤한 양념이 입맛을 돋우었다. 꼬막된장찌개는 구수한 된장과 꼬막의 시원한 맛이 어우러져, 깊은 풍미를 자랑했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꼬막비빔밥이 나왔다. 싱싱한 채소와 김 가루, 참기름이 듬뿍 뿌려진 꼬막비빔밥은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돌았다. 젓가락으로 살살 비벼 한 입 크게 맛보니, 꼬막의 쫄깃함과 채소의 아삭함이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었다. 매콤하면서도 고소한 양념은 밥알 하나하나에 깊숙이 배어들어, 멈출 수 없는 맛이었다.

정신없이 꼬막비빔밥을 비우고, 배를 두드리며 계산대로 향했다. 그런데 이모님은 꼬막비빔밥 값만 받으시겠다고 했다. 정식 메뉴들을 맛보게 해주신 것도 감사한데, 계산까지 이렇게 해주시다니… 몸 둘 바를 모를 정도로 감사했다.
“혹시… 제가 음식점에서 일 좀 도와드릴 건 없을까요?”
쑥스러운 마음에 조심스럽게 여쭤보니, 이모님은 환하게 웃으시며 괜찮다고 하셨다. 오히려 멀리까지 와줘서 고맙다며, 다음에 또 오라고 인사를 건네셨다. 식당 문을 나서자, 뒤에서 자동차 클락션 소리가 들렸다. 돌아보니, 이모님이 차를 몰고 나오셔서 나를 부르고 계셨다.
“어디 가세요? 역까지 태워다 드릴게요!”
이모님의 따뜻한 배려에, 다시 한번 감동했다. 차를 타고 가는 동안, 이모님은 벌교의 역사와 꼬막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셨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이모님과의 대화는 오랫동안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을 것 같다.
도시에서만 살아온 나에게, 다성촌에서의 경험은 그야말로 특별했다. 단순히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을 넘어, 따뜻한 인심과 정을 느낄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이었다. 차가운 도시의 삶에 지쳐있던 나에게, 다성촌은 따뜻한 위로와 격려를 건네는 듯했다.
다성촌은 맛뿐만 아니라, 아름다운 풍경과 친절한 서비스까지 갖춘 완벽한 곳이었다. 식당 내부 곳곳에는 아기자기한 소품들이 놓여 있었고, 은은한 조명은 편안한 분위기를 더했다. 특히 창밖으로 보이는 정원은, 계절마다 다른 매력을 뽐낸다고 한다. 봄에는 철쭉이 만개하고, 여름에는 푸르른 녹음이 우거지며, 가을에는 단풍이 물든다고 하니, 다음에는 꼭 다른 계절에 방문해보고 싶다.

다성촌의 메뉴는 꼬막정식 외에도 아구찜, 서대회 등 다양한 향토 음식을 맛볼 수 있다. 특히 아구찜은 현지인들에게 인기가 많은 메뉴라고 하니, 다음에는 꼭 아구찜을 먹어봐야겠다. 꼬막비빔밥은 12,000원, 꼬막정식은 2인 이상 주문 가능하며 1인분에 25,000원이다. 가격대가 다소 높은 편이지만, 푸짐한 양과 훌륭한 맛을 고려하면 결코 아깝지 않다.
다성촌은 벌교 시내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지만, 찾아갈 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는 곳이다. 자가용을 이용하면 편리하게 방문할 수 있으며, 넓은 주차장이 마련되어 있어 주차 걱정 없이 식사를 즐길 수 있다. 대중교통을 이용할 경우, 벌교역에서 택시를 타거나, 버스를 이용하면 된다.
보성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벌교 다성촌에 꼭 한번 방문해보길 추천한다. 꼬막의 참맛을 느낄 수 있는 것은 물론, 따뜻한 인심과 아름다운 풍경 속에서 힐링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다성촌에서의 경험은, 오랫동안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돌아오는 길,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벌교의 풍경은 더욱 아름답게 느껴졌다. 짭조름한 갯벌 냄새와 함께, 따뜻한 인심과 정이 가슴속 깊이 스며드는 듯했다. 벌교는 단순한 여행지가 아닌, 마음의 고향과 같은 곳으로 기억될 것 같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잊을 수 없는 맛과 감동을 선사해준 다성촌이 자리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