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원 오대미의 과학, 기와집에서 발견한 쌈밥 맛집

며칠 전, 나는 ‘오대미’라는 쌀 품종에 대한 연구를 위해 철원으로 향했다. 철원 평야의 비옥한 토양에서 자란다는 오대미는, 밥을 지었을 때 특유의 찰기와 단맛이 뛰어나기로 유명하다. 미식 연구가로서, 이 쌀의 비밀을 파헤치지 않을 수 없었다. 목적지는 2년 연속 블루리본을 받았다는 ‘기와집’이라는 쌈밥 전문점. 간판부터가 예사롭지 않았다. 붓글씨로 큼지막하게 쓰인 상호와, 그 옆에 자리 잡은 정갈한 한옥 그림은, 마치 나를 조선 시대로 초대하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토요일 오후 1시 30분, 예상대로 웨이팅이 있었다. 하지만 기다림은 그리 지루하지 않았다. 식당 입구에서부터 시선을 강탈하는 존재들이 있었으니, 바로 고양이들이었다.

기와집의 외관과 고양이들
기와집 입구에서 손님을 맞이하는 고양이들. 마치 연구소의 마스코트 같다.

마치 연구실에 실험동물이 있듯, 기와집 앞에는 여러 마리의 고양이들이 자유롭게 활보하고 있었다. 나무 벤치 위에 앉아 졸고 있는 녀석, 햇볕을 쬐며 그루밍하는 녀석, 심지어는 갓 태어난 듯한 아기 고양이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모습까지 볼 수 있었다. 고양이들의 존재는 호불호가 갈릴 수 있겠지만, 적어도 나에게는 신선한 즐거움이었다. 마치 ‘고양이 박사’가 운영하는 맛집에 온 듯한 기분마저 들었다.

잠시 고양이들과 교감하는 사이, 드디어 내 차례가 왔다. 식당 안으로 들어서자, 밖에서 맡았던 고양이 냄새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구수한 밥 냄새가 코를 자극했다. 마치 후각 수용체에 특정한 리간드가 결합하여 신호를 전달하는 듯, 나의 뇌는 즉각적으로 ‘맛있는 음식이 곧 나온다!’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자리에 앉자마자 쌈밥 정식이 나왔다. 놋그릇에 담긴 밥은 윤기가 좌르르 흘렀고, 갓 지은 밥 특유의 향긋한 냄새가 코를 간지럽혔다. 오대미의 아밀로오스 함량은 일반 쌀보다 낮아 밥이 더욱 찰지고 부드럽다고 한다. 실제로 밥을 한 입 맛보니, 마치 입 안에서 쌀알들이 춤을 추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은은한 단맛은 덤이었다.

윤기가 흐르는 오대미 돌솥밥
돌솥 안에서 갓 지어진 오대미 밥. 윤기가 좌르르 흐르는 모습이 시각적으로도 훌륭하다.

쌈 채소의 신선함 또한 놀라웠다. 쌈 채소의 세포벽은 섬유소와 펙틴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신선도가 높을수록 세포벽이 탄탄하여 아삭한 식감을 낸다. 기와집의 쌈 채소는 마치 갓 수확한 듯 싱싱했고, 입안에서 느껴지는 청량감은 그 어떤 향수보다 매혹적이었다.

반찬 가짓수도 상당했다. 콩나물무침, 김치, 멸치볶음 등 하나하나 정성이 느껴지는 맛이었다. 특히 기억에 남는 것은 따뜻하게 쪄서 나오는 계란찜이었다. 질 좋은 단백질과 아미노산이 풍부하게 함유된 계란찜은, 부드러운 식감과 은은한 감칠맛으로 입맛을 돋우는 데 제격이었다. 마치 과학 실험의 컨트롤 그룹처럼, 쌈밥의 맛을 더욱 돋보이게 해주는 역할을 훌륭하게 수행했다.

돌솥밥과 계란찜
따뜻하게 제공되는 돌솥밥과 계란찜. 훌륭한 맛은 물론, 온도까지 완벽했다.

쌈밥을 먹는 방법은 간단하다. 밥을 쌈 채소 위에 올리고, 좋아하는 반찬과 함께 쌈장을 얹어 먹으면 된다. 쌈장의 주재료인 된장은 발효 과정에서 다양한 아미노산과 유기산이 생성되어 깊은 풍미를 낸다. 쌈 채소의 향긋함, 밥의 단맛, 쌈장의 짭짤함이 어우러진 쌈밥은, 그야말로 미각의 향연이었다.

나는 쌈밥을 먹으면서 오대미의 비밀에 대해 더욱 깊이 생각하게 되었다. 철원이라는 지역의 특성, 비옥한 토양, 그리고 농부들의 정성이 만들어낸 오대미는, 단순한 쌀 이상의 가치를 지니고 있었다. 마치 와인의 떼루아처럼, 오대미 또한 철원이라는 지역의 ‘맛’을 담고 있는 것이다.

식사를 마치고 나오니, 여전히 고양이들이 입구에서 손님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배부른 배를 두드리며 고양이들을 쓰다듬으니, 마치 연구를 성공적으로 마친 과학자처럼 뿌듯한 기분이 들었다.

나무 벤치 위의 고양이
식당 앞에서 여유롭게 휴식을 취하는 고양이. 마치 이 곳의 마스코트 같다.

결론적으로, 기와집은 철원 오대미의 잠재력을 200% 끌어올린 훌륭한 맛집이었다. 밥맛은 물론, 신선한 쌈 채소와 정갈한 반찬은 미식 연구가의 실험 정신을 완벽하게 충족시켰다. 물론, 고양이를 싫어하는 사람에게는 다소 불편할 수 있겠지만, 적어도 나에게는 특별한 경험이었다. 다음에 철원에 방문할 기회가 있다면, 나는 주저 없이 기와집을 다시 찾을 것이다. 그 때는 오대미의 또 다른 비밀을 발견할 수 있기를 기대하면서.

기와집 간판
쌈밥 전문점 ‘기와집’의 간판. 정갈한 글씨체가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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