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스름한 저녁, 퇴근 후 무거운 발걸음을 이끌고 용산의 한적한 골목길을 걸었다. 오늘 나의 목적지는 라이라이켄. 며칠 전부터 SNS에서 심상치 않은 기운을 풍기던 라멘집이었다. 낡은 듯 정감 가는 외관 사진 한 장에 마음을 빼앗겨, 도쿄 뒷골목 어딘가에 있을 법한 라멘집의 풍경을 상상하며 애타게 방문할 날을 기다려왔다.
가게 앞에 다다르자, 사진으로 보던 것보다 훨씬 더 강렬한 첫인상이 나를 맞이했다. 나무 격자 프레임으로 둘러싸인 외관은 일본 특유의 소박하면서도 따뜻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특히 낡은 나무 문에 걸린 흰 천 간판에는 정갈한 글씨체로 ‘라이라이켄’이라고 적혀 있어,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가게 앞에는 놓인 낡은 의자와 작은 테이블은 잠시 쉬어가라는 듯 정겨운 느낌을 더했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생각보다 아담한 공간이 눈에 들어왔다. 테이블 몇 개가 전부인 작은 가게 안은 손님들로 북적였지만, 묘하게 편안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나무로 마감된 벽면에는 흑백 사진들이 걸려 있어, 마치 오래된 일본 영화 속 한 장면을 연상케 했다. 은은한 조명 아래, 사람들은 각자의 라멘을 앞에 두고 조용히 식사를 즐기고 있었다.
벽 한쪽에 걸린 흑백 사진 속에는 일본의 거리 풍경이 담겨 있었다. 낡은 건물들과 북적이는 사람들, 그리고 그 사이를 가로지르는 전차의 모습은 내가 상상했던 도쿄의 풍경과 너무나 흡사했다. 마치 내가 지금 도쿄의 어느 작은 라멘집에 와 있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였다.

자리에 앉아 메뉴판을 훑어봤다. 돈코츠 라멘, 마제소바, 츄카소바 등 다양한 종류의 라멘이 있었지만, 나의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바로 ‘지로 라멘’이었다. 묵직하고 헤비한 맛이라는 설명에 이끌려 매운 지로 라멘과 소보로동을 함께 주문했다.
주문 후, 테이블 위에 놓인 양념통들이 눈에 들어왔다. 큼지막한 통에 담긴 검은 후추와 김치가 담겨 있을 법한 항아리가 놓여 있었다. 놋으로 만들어진 물 주전자에서는 세월의 흔적이 느껴졌다. 이런 소소한 부분에서도 일본 현지의 느낌을 살리려고 노력한 흔적이 엿보였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지로 라멘이 나왔다. 뽀얀 돼지 육수 위에 푸짐하게 쌓인 숙주와 양배추, 그리고 차슈의 비주얼은 압도적이었다. 매운맛을 내는 붉은 양념이 더해져 더욱 먹음직스러워 보였다.
젓가락으로 면을 휘저어 국물과 함께 맛을 보았다. 묵직하고 진한 돼지 육수의 풍미가 입안 가득 퍼졌다. 꽤나 매콤한 맛이 느껴졌지만, 과하지 않고 적당히 매운 정도였다. 면은 탱글탱글하고 쫄깃했고, 숙주와 양배추는 아삭아삭 씹히는 식감이 좋았다. 차슈는 부드럽고 촉촉했으며, 돼지 특유의 잡내 없이 깔끔했다.
솔직히 말하면, 기대했던 것만큼 묵직하고 헤비한 맛은 아니었다. 하지만, 깔끔하면서도 깊은 맛은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특히, 따로 요청하면 제공되는 부추김치와 함께 먹으니, 느끼함은 싹 가시고 오히려 깔끔한 맛이 더해져 더욱 맛있게 즐길 수 있었다.
함께 주문한 소보로동도 훌륭했다. 달콤 짭짤한 소보로와 따뜻한 밥의 조화는 환상적이었다. 라멘과 함께 먹으니, 든든함은 물론이고 맛의 균형도 잘 맞았다.
식사를 하는 동안, 사장님은 손님 한 명 한 명에게 친절하게 말을 건네고 챙기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작은 가게였지만, 손님을 배려하는 따뜻한 마음이 느껴졌다. 이런 친절한 서비스 덕분에 더욱 기분 좋게 식사를 즐길 수 있었다.
다 먹고 나니, 왠지 모르게 아쉬움이 남았다. 다음에는 다른 메뉴, 특히 츄카소바를 꼭 먹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츄카소바는 일본에서 먹는 듯한 깊은 국물 맛이 일품이라는 평이 많았기 때문이다. 왠지 이 집이라면, 나의 기대를 충분히 충족시켜줄 것 같았다.
가게를 나서며 다시 한번 외관을 눈에 담았다. 어둠 속에서 은은하게 빛나는 라이라이켄의 모습은 마치 한 편의 영화 스틸컷 같았다. 용산 골목길, 철길 옆 작은 라멘집에서 나는 잠시나마 도쿄의 추억에 잠길 수 있었다. 다음에 또 방문해서, 그땐 꼭 츄카소바를 먹어봐야지.

총평:
* 맛: 묵직함은 덜하지만 깔끔하고 깊은 맛의 라멘. 특히 부추김치와의 조합이 훌륭하다.
* 가격: 맛과 양에 비해 합리적인 가격.
* 분위기: 일본 뒷골목 라멘집을 연상시키는 아늑하고 정감 가는 분위기.
* 서비스: 사장님의 친절한 서비스가 인상적이다.
추천 메뉴:
* 지로 라멘 (매운맛)
* 소보로동
* 츄카소바 (다음 방문 시 도전 예정)
재방문 의사: 높음. 다음에는 꼭 츄카소바를 먹어봐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