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스름한 초여름, 늦은 점심을 해결하기 위해 길을 나섰다. 목적지는 회사 근처에 있는 ‘다래면옥’. 평소 면 요리를 즐기는 나에게 동료들이 추천해준 곳이다. 반신반의하며 도착한 그곳은, 예상과는 달리 꽤나 깔끔한 외관을 자랑하고 있었다. 푸른색 글씨로 쓰여진 ‘다래면옥’ 간판이 시원하게 눈에 들어왔다. 공장지대 한가운데 이런 곳이 있을 줄이야. 마치 숨겨진 보석을 발견한 듯한 기분이었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생각보다 넓고 쾌적한 공간이 펼쳐졌다. 높은 천장과 통창으로 들어오는 햇살 덕분에 실내는 밝고 따뜻한 분위기였다. 흡음재로 마감된 벽면은 은은한 울림을 잡아주어 편안한 대화를 돕는 듯했다. 테이블 간 간격도 넉넉해서 옆 테이블 손님들의 이야기에 방해받지 않고 식사를 즐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리에 앉아 메뉴판을 살펴보니 밀면 종류가 다양했다. 물밀면, 비빔밀면, 회밀면… 고민 끝에 이 집의 시그니처 메뉴라는 ‘다래밀면’을 주문했다. 물과 비빔의 중간, 섞어밀면이라고 해야 할까. 왠지 모르게 끌리는 이름이었다. 함께 간 동료는 따뜻한 국물이 생각난다며 온밀면을 시켰다. 그리고 빠질 수 없는 메뉴, 만두전골 小 자도 하나 추가했다.
주문을 마치고 주변을 둘러보니, 점심시간을 훌쩍 넘긴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손님들이 꽤 있었다. 현대기아차 연구소 직원들인지, 근처 공장 사람들인지, 삼삼오오 모여 담소를 나누며 식사를 즐기는 모습이 정겨워 보였다. 홀로 방문한 손님들은 창밖 풍경을 바라보며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나도 잠시 창밖을 바라봤다. 공장지대 특유의 거친 풍경이 펼쳐졌지만, 멀리 보이는 하늘은 맑고 푸르렀다. 삭막한 풍경 속에서 발견한 작은 위로 같은 느낌이었다.

드디어 기다리던 음식이 나왔다. 먼저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다래밀면. 붉은 양념장과 함께 윤기가 흐르는 면발, 그리고 채 썬 오이와 무가 예쁘게 담겨 나왔다. 참기름 향이 은은하게 풍기는 것이, 입맛을 돋우었다. 젓가락으로 면을 휘휘 저어 양념과 함께 맛을 보니, 달콤하면서도 매콤한 맛이 입안 가득 퍼졌다. 쫄깃한 면발은 씹을수록 고소했고, 아삭한 오이와 무는 신선함을 더했다.
동료가 시킨 온밀면은 따뜻한 국물이 일품이었다. 멸치 육수인지, 은은한 해물 향이 느껴지는 것이, 깊고 시원했다. 면발도 부드러워서 후루룩 넘어가는 느낌이 좋았다. 쌀쌀한 날씨에 먹으면 더욱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밀면 위에 올려진 장육 고명은 훈제란과 함께 밀면의 풍미를 한층 끌어올렸다.

만두전골은 푸짐한 양에 놀랐다. 큼지막한 만두가 듬뿍 들어있고, 버섯과 야채도 아낌없이 들어가 있었다. 국물이 끓기 시작하자,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며 식욕을 자극했다. 국물을 한 입 맛보니, 깊고 진한 맛이 느껴졌다. 고기 육수인지, 묵직하면서도 깔끔한 맛이 좋았다. 만두는 겉은 쫄깃하고 속은 촉촉했다. 특히 김치만두가 맛있었는데, 적당히 매콤하면서도 아삭한 김치의 식감이 좋았다. 만두전골에 밥을 말아 먹으니, 든든함이 밀려왔다.

다래면옥은 음식 맛도 훌륭했지만, 무엇보다 깔끔하고 쾌적한 분위기가 마음에 들었다. 사장님과 직원분들도 친절해서 기분 좋게 식사를 할 수 있었다. 다만, 평일 점심시간에는 주변 회사원들로 붐빈다고 하니, 시간을 잘 맞춰서 방문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주말에는 비교적 여유롭게 식사를 즐길 수 있다고 한다.
식사를 마치고 나오니, 어느덧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 하늘은 붉게 물들어가고 있었고, 공장지대에도 하나둘씩 불이 켜지기 시작했다. 다래면옥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고, 아름다운 노을을 감상하니, 왠지 모르게 마음이 평온해졌다.

다래면옥은 멀리서 찾아갈 정도의 맛집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근처에 있다면 한 번쯤 방문해볼 만한 곳이다. 특히, 깔끔한 분위기에서 맛있는 면 요리를 즐기고 싶다면 추천한다. 다음에는 다른 종류의 밀면도 먹어보고 싶고, 겨울에는 따뜻한 온면을 먹으러 와야겠다. 화성에서 찾은 뜻밖의 풍경과 맛있는 음식, 그리고 친절한 사람들 덕분에 기분 좋은 하루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