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치원 공영버스터미널 바로 옆,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숨겨진 맛집, ‘거부장’으로 향하는 발걸음은 설렘으로 가득 찼다. 마치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는 과학자처럼, 새로운 맛의 발견에 대한 기대감이 끓어올랐다. 오늘은 또 어떤 화학적 반응과 미각의 향연이 나를 기다릴까?
문을 열고 들어선 ‘거부장’은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 듯한, 정겨운 노포의 분위기를 풍겼다. 좌식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앉으니, 어릴 적 할머니 집에서 맡았던 듯한 편안한 냄새가 코끝을 간질였다. 메뉴판을 스캔한 결과, 예전에는 한우 암소 갈비나 육회 같은 메뉴도 취급했던 모양이지만 현재는 삼겹살 단일 메뉴로 운영되고 있는 듯했다. 연구원으로서, 메뉴 단순화는 곧 전문성 강화로 해석된다.
주문과 동시에 숯불이 아닌 가스 불판이 세팅되었다. 여기서부터 실험 변수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불판의 온도는 고기의 맛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불판 위에 미리 잘려 나온 도톰한 삼겹살을 올렸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완벽한 겉바속촉 삼겹살을 만들기 위한 여정이 시작된 것이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난관에 봉착했다. 불의 화력이 너무 약해서 고기가 익는 속도가 더디기 그지없었다. 마치 100℃의 물에서 라면을 끓이는 듯한 답답함이랄까. 옆 테이블에서는 이미 두 판째 구워 먹고 있는데, 내 고기는 겉만 살짝 익고 속은 여전히 붉은 기운을 띄고 있었다. 마치 타다끼처럼 말이다. 이럴 땐 인내심을 갖고 기다려야 하지만, 과학자에게 시간은 곧 연구 자산이다.
고기를 잘게 잘라보고, 뒤집는 횟수를 줄여도 봤지만,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에어컨 바람 때문이라는 설명과 함께 호일까지 동원되었지만, 맹렬한 기세로 타오르는 옆 테이블의 불판과는 확연히 비교되는 수준이었다. 마치 열역학 법칙을 거스르는 듯한 불가사의한 현상이었다.
결국 자리 교체를 요청했고, 다행히 받아들여졌다. 자리를 옮기자 놀랍게도 화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기 시작했다. 마치 ‘고장난 시계도 하루 두 번은 맞는다’는 속담을 증명이라도 하듯, 옮긴 자리에서는 고기가 순식간에 익기 시작했다.
고기가 익는 동안, 주변을 둘러보았다. 좌식 테이블은 다소 불편했지만, 오히려 이런 불편함이 노포 특유의 분위기를 더욱 살려주는 듯했다. 벽에 붙은 메뉴판은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고 있었고, 곳곳에 붙어있는 낙서들은 이곳을 거쳐간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듯했다. 마치 과거의 기록을 담은 고문서를 해독하는 고고학자의 심정으로, 나는 ‘거부장’의 역사 속으로 빠져들었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순간이 왔다. 160℃에서 마이야르 반응이 활발하게 일어난 삼겹살 한 점을 집어 들었다. 표면에는 갈색 크러스트가 형성되어 있었고, 육즙은 겉으로 살짝 배어 나와 윤기를 띄고 있었다. 시각적인 아름다움은 미각을 자극하는 전주곡에 불과했다.
입안에 넣는 순간, 감탄사가 절로 터져 나왔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완벽한 겉바속촉의 정석이었다. 돼지 지방이 녹아내리면서 고소한 풍미가 입안 가득 퍼져 나갔고, 육즙은 마치 고급 와인처럼 복합적인 향을 뿜어냈다. 김치와 콩나물 또한 적절하게 구워져, 삼겹살의 풍미를 한층 더 끌어올렸다. 이 순간만큼은, 세상의 어떤 과학 이론도 이 맛을 완벽하게 설명할 수 없으리라.
소주 한 잔을 곁들이니, 그야말로 금상첨화였다. 알코올은 지방을 용해시켜 풍미를 더욱 증폭시키는 효과가 있다. 마치 촉매처럼, 소주는 삼겹살의 맛을 극대화시켜 뇌의 쾌락 중추를 자극했다. 이쯤 되니, 나는 단순한 과학자가 아닌, 미식의 연금술사가 된 기분이었다.
삼겹살을 어느 정도 해치우고 나니, 탄수화물이 당기기 시작했다. 한국인에게 볶음밥은, 식사의 마침표를 찍는 중요한 의식과도 같다. 불판 위에 남은 삼겹살 기름에 밥과 김치, 김 가루 등을 넣고 볶아주니, 순식간에 먹음직스러운 볶음밥이 완성되었다.

볶음밥 한 입을 입에 넣으니, 혀끝에서 폭죽이 터지는 듯한 황홀경이 느껴졌다. 삼겹살의 고소한 풍미와 김치의 매콤한 맛, 김 가루의 짭짤한 맛이 한데 어우러져 환상의 시너지를 만들어냈다. 볶음밥의 탄수화물은 혈당 수치를 높여 뇌에 행복 신호를 전달했고, 나는 숟가락을 멈출 수 없었다. 마치 중독성 강한 마약처럼, 볶음밥은 나를 사로잡았다.
결국 볶음밥까지 깨끗하게 비우고 나서야, 나는 숟가락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 배는 불렀지만, 기분은 최고였다. 마치 실험에 성공한 과학자처럼, 나는 만족감에 젖어 있었다. ‘거부장’에서의 경험은, 단순한 식사를 넘어선 과학적 탐구의 여정이었다.
하지만 아쉬운 점도 있었다. 위생에 민감한 사람들에게는 다소 불편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초반에 불판 화력이 약해서 겪었던 어려움은 옥에 티였다. 하지만 이러한 단점들을 감안하더라도, ‘거부장’은 충분히 조치원 맛집으로 불릴 자격이 있었다.
다음에 또 방문하게 된다면, 그땐 부디 처음부터 완벽한 화력으로 겉바속촉 삼겹살을 즐길 수 있기를 바라본다. 그리고 그 맛을 과학적으로 분석하여, 더욱 완벽한 미식 경험을 만들어낼 것이다. 실험은 계속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