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평창동 나들이에 나섰다. 복잡한 도심을 벗어나 고즈넉한 분위기를 만끽하고 싶어 찾은 이곳. 굽이굽이 이어진 길을 따라 도착한 곳은 아담한 한정식집 ‘강촌’이었다. 지하 1층에 자리 잡은 식당으로 내려가는 계단은, 마치 비밀스러운 공간으로 들어가는 듯한 설렘을 안겨주었다.
신발을 벗고 안으로 들어서니, 따뜻한 온돌 바닥이 발을 맞이했다. 예전에는 좌식 테이블이었던 듯한데, 지금은 모두 입식으로 바뀌어 더욱 편안하게 식사를 즐길 수 있게 되었다. 천장을 올려다보니, 격자무늬가 은은하게 새겨진 나무 천장과 사각 형태의 조명이 눈에 들어왔다. 은은한 조명 아래 펼쳐진 메뉴판은, 마치 잘 쓰여진 한 편의 시 같았다.

메뉴는 돌솥밥 정식을 비롯해 황태구이, 뚝배기 불고기 등 다양한 한식 메뉴가 준비되어 있었다. 특히 눈길을 끈 것은 바로 ‘영양돌솥밥’. 왠지 모르게 건강해질 것 같은 기분에 망설임 없이 주문했다. 돌솥밥은 짓는 데 시간이 20분 정도 걸린다고 했다. 기다리는 동안, 따뜻한 물을 마시며 창밖 풍경을 감상했다. 평일 오후 5시 반쯤 방문했더니, 다행히 한산해서 조용히 식사를 즐길 수 있었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돌솥밥이 나왔다.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흑미밥 위에는 단호박 조각과 콩이 앙증맞게 올려져 있었다. 뜨거운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모습에 절로 군침이 돌았다. 밥을 덜어내고, 돌솥에 물을 부어 숭늉을 만들어 놓는 것은 이제 익숙한 의식과도 같다.

돌솥밥과 함께 나온 반찬들은 소박하지만 정갈했다. 콩나물, 시금치, 김 등 집에서 자주 먹기 힘든 나물들이 골고루 차려져 나왔다. 특히 겉절이 김치와 잘 익은 깍두기는 밥도둑이 따로 없었다. 짭짤하게 구워진 생선구이는 밥반찬으로 제격이었고, 따뜻한 계란찜은 부드러운 식감으로 입맛을 돋우었다.

고추장이나 간장 양념 중 선택해서 밥을 비벼 먹을 수 있다는 점도 좋았다. 오늘은 왠지 간장 양념에 비벼 먹고 싶은 날. 쓱쓱 비벼 한 입 맛보니, 고소한 참기름 향과 간장의 짭짤함이 어우러져 입안 가득 행복이 퍼졌다. 밥알 하나하나에 정성이 느껴지는 듯했다.
함께 나온 우거지 된장국은 구수한 옛날 맛 그대로였다. 조미료를 많이 쓰지 않은 듯, 깔끔하고 속 편안한 느낌이 좋았다. 밥을 다 먹고 나니, 후식으로 시원한 식혜가 나왔다. 많이 달지 않고 은은한 단맛이 입안을 깔끔하게 마무리해 주었다.

강촌은 화려하거나 특별한 맛은 아니지만, 정갈하고 따뜻한 집밥 같은 느낌을 주는 곳이다. 쌀이 좋아서 그런지 밥맛이 특히 좋았고, 반찬 하나하나에도 정성이 느껴졌다. 부담 없이 방문해서 든든한 한 끼 식사를 즐길 수 있는 곳.
아쉬운 점이 있다면, 주차 공간이 협소하다는 것이다. 차를 가지고 방문할 예정이라면, 미리 확인해 보는 것이 좋겠다. 또한, 나이 드신 남자 사장님의 친절도가 조금 부족하다는 평도 있지만, 나는 크게 신경 쓰이지 않았다.

강촌의 돌솥밥 가격은 14,000원으로, 가격 대비 반찬이 조금 부족하다는 의견도 있지만, 나는 대체로 만족스러웠다. 다음에 방문한다면 돌솥밥 말고 다른 메뉴도 한번 먹어보고 싶다. 8,000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에 황태구이와 밑반찬을 즐길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과거에는 방이 있어서 단체 모임 장소로도 좋았을 것 같지만, 요즘은 코로나 때문에 모임이 쉽지 않다. 하루빨리 코로나가 종식되어 강촌에서 다시 학부모 모임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강촌에서의 식사는, 마치 오랜만에 할머니 댁에 방문해서 따뜻한 밥상을 받는 듯한 기분이었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정성이 가득 담긴 음식들은 지친 일상에 위로를 건네는 듯했다. 평창동에서 맛있는 한정식을 맛보고 싶다면, 강촌을 방문해 보는 것을 추천한다.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