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정둔면옥에 발을 들였다. 늘 지나치기만 했던 이 곳, 왠지 모르게 끌리는 이름과 외관에 언젠가 꼭 방문하리라 다짐했었다. 푸른색 외벽에 큼지막하게 쓰인 ‘정둔면옥’이라는 간판이 눈에 띈다. 마치 잘 꾸며진 가정집 같은 따뜻한 느낌이다. 밖에서 보기와는 다르게 내부는 꽤 넓었고, 복층 구조로 되어 있었다. 1층은 테이블 석, 2층은 좌식 테이블로 이루어져 있었는데, 나는 1층에 자리를 잡았다.

자리에 앉자마자 메뉴판을 정독하기 시작했다. 닭곰국시, 오징어철판국시, 비빔국수 등 다채로운 메뉴들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특히 닭곰국시라는 메뉴가 가장 궁금했다. 닭곰탕에 국수를 말아먹는다는 발상 자체가 신선하게 느껴졌다. 마치 과학자가 새로운 가설을 접했을 때처럼, 뇌 속에서 기대감과 호기심이 마구 뒤섞이는 기분이었다. 그래서 나는 닭곰국시를 주문했다.
주문 후, 식당 내부를 둘러보았다. 벽면에는 수많은 연예인들의 사인이 붙어 있었다. 마치 유명 과학자들의 논문 발표 포스터를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이 곳, 보통 내공이 아니겠구나’라는 생각이 스쳤다. 식당 한 켠에는 빔 프로젝터가 설치되어 있었고, 락발라드 뮤직비디오가 조용히 흘러나오고 있었다. 사장님의 취향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공간이었다. 약간은 몽환적인 분위기 속에서, 나는 곧 마주할 ‘닭곰국시’라는 실험체의 분석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잠시 후, 밑반찬이 먼저 나왔다. 깍두기, 배추김치, 땅콩조림, 미역초무침, 천사채 샐러드 등 소박하지만 정갈한 구성이었다. 깍두기는 적당히 익어 시원하고 아삭했으며, 배추김치는 감칠맛이 풍부했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땅콩조림이었다. 물엿 코팅으로 겉은 바삭하고 속은 고소한 땅콩의 조화는 훌륭했다. 다만, 물엿이 너무 굳어 땅콩을 떼어내기가 다소 어려웠다는 점은 아쉬웠다. 미역초무침은 살짝 비린 맛이 느껴졌지만, 식초의 산미가 이를 어느 정도 잡아주었다. 천사채 샐러드와 함께 먹으니 비린 맛이 다소 강조되는 느낌이었다.
밑반찬을 맛보며 기다리는 사이, 드디어 닭곰국시가 모습을 드러냈다. 뚝배기 안에서 보글보글 끓고 있는 닭곰국시의 모습은 그야말로 ‘영롱’ 그 자체였다. 붉은 빛깔의 국물 위로 쫑쫑 썰린 파와 깨가 듬뿍 뿌려져 있었고, 큼지막한 닭다리 하나가 뚝배기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마치 과학자가 심혈을 기울여 완성한 실험 결과물을 눈 앞에 둔 순간과 같은 희열이 느껴졌다.

가장 먼저 국물부터 맛보았다. 닭 육수의 깊고 진한 풍미가 입 안 가득 퍼져 나갔다. 고춧가루와 마늘이 더해져 얼큰하면서도 시원한 맛을 냈다. 마치 과학 실험에서 최적의 배합비를 찾아낸 듯, 완벽한 균형을 이루는 맛이었다. 닭 특유의 비린내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고, 오히려 깊고 고소한 맛이 돋보였다. 아마도 닭 육수를 내는 과정에서 정성 들여 불순물을 제거하고, 특유의 비법 재료를 첨가한 듯했다.
다음으로는 닭다리를 공략했다. 젓가락으로 살점을 발라내어 입에 넣는 순간, 예상치 못한 식감에 살짝 당황했다. 닭다리살임에도 불구하고, 부드럽기보다는 다소 질긴 느낌이 들었다. 마치 토종닭을 사용한 듯, 쫄깃쫄깃한 식감이 강하게 느껴졌다. 이는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쫄깃한 식감을 선호하는 편이라,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닭고기 본연의 풍미를 더욱 진하게 느낄 수 있었다. 아마도 닭을 삶는 과정에서 콜라겐 섬유가 수축되어 쫄깃한 식감이 살아난 듯하다.
닭고기를 어느 정도 먹은 후, 국수를 국물에 풀어 넣었다. 소면은 닭곰탕의 뜨거운 열기에 순식간에 익어갔다. 젓가락으로 휘휘 저어 면에 국물이 잘 배도록 한 후, 한 입 크게 맛보았다. 쫄깃한 면발과 얼큰한 국물이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었다. 탄수화물과 단백질, 지방의 완벽한 밸런스였다. 마치 잘 설계된 건축물처럼, 빈틈없이 조화로운 맛이었다.
닭곰국시에는 흑미밥도 함께 제공된다. 국수를 다 먹은 후, 남은 국물에 밥을 말아 먹으니 또 다른 별미였다. 닭 육수의 깊은 풍미가 밥알 하나하나에 스며들어, 입 안에서 풍성한 맛의 향연이 펼쳐졌다. 마치 과학자가 새로운 물질을 합성해냈을 때처럼, 예상치 못한 시너지 효과에 감탄했다.
식사를 마치고 나니, 온몸에 따뜻한 기운이 감도는 듯했다. 닭고기의 단백질과 국물의 영양 성분이 몸 속 깊숙이 흡수되어, 에너지를 충전해주는 느낌이었다. 마치 보양식을 먹은 것처럼 든든하고 만족스러웠다. 특히 닭곰탕 특유의 얼큰함은 캡사이신 성분이 TRPV1 수용체를 자극하여 통증과 쾌감을 동시에 유발, 엔도르핀 분비를 촉진시켜 기분 좋은 만족감을 선사했다.
정둔면옥의 닭곰국시는 단순한 국수 요리가 아닌, 과학적인 원리가 숨겨진 ‘보양식’이었다. 닭 육수의 깊은 풍미, 쫄깃한 닭고기, 얼큰한 국물, 그리고 흑미밥까지, 모든 요소들이 완벽한 조화를 이루어 최고의 맛을 선사했다. 마치 과학자가 오랜 연구 끝에 완벽한 이론을 정립한 것처럼, 흠 잡을 데 없는 완벽한 맛이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닭고기의 식감이 다소 질기다는 점이었다. 하지만 이는 토종닭을 사용했기 때문일 수도 있으며, 쫄깃한 식감을 선호하는 사람들에게는 오히려 장점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또한, 밑반찬의 종류가 다소 단조롭다는 점도 아쉬웠다. 하지만 닭곰국시 자체가 워낙 훌륭하기 때문에, 이러한 단점들은 크게 신경 쓰이지 않았다.

계산을 하고 나가면서, 사장님께 “정말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라고 인사를 건넸다. 사장님은 환한 미소로 “다음에 또 오세요”라고 답해주셨다. 따뜻한 인사에 기분이 좋아졌다. 마치 과학자가 자신의 연구 결과에 대한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았을 때처럼, 뿌듯함을 느꼈다.
정둔면옥은 전주에서 숨겨진 맛집이라고 불릴 만하다. 특색 있는 메뉴와 훌륭한 맛, 그리고 친절한 서비스까지, 모든 면에서 만족스러운 곳이었다. 다음에는 오징어철판국시에도 도전해봐야겠다. 마치 과학자가 새로운 연구 과제를 발견했을 때처럼, 기대감에 부풀어 다음 방문을 기약했다.
돌아오는 길, 귓가에는 여전히 락발라드 음악이 맴돌았다. 그리고 입 안에는 닭곰국시의 깊고 진한 풍미가 남아 있었다. 오늘 나의 실험은 ‘성공’이었다. 완벽한 맛을 찾아낸 기쁨과 만족감에 휩싸여, 나는 다음 실험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