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스름한 저녁, 김천 외곽의 작은 길을 따라 차를 몰았다. 오늘 향하는 곳은 평범한 정육점처럼 보이지만, 숨겨진 이야기가 가득한 곳, 바로 도림수퍼정육점이다. 간판에는 ‘수복회관’이라는 오래된 이름도 함께 적혀 있었다. 마치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듯한 기분으로, 나는 설레는 마음을 안고 그곳으로 향했다.
낡은 듯 정겨운 건물 앞에 도착했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장작 더미였다. 켜켜이 쌓인 장작은 이곳의 특별함을 암시하는 듯했다. 왠지 모르게 마음이 푸근해지는 풍경이었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예상대로 시골집을 개조한 듯한 소박한 공간이 펼쳐졌다. 테이블은 몇 개 놓여 있지 않았지만, 그 대신 따뜻하고 편안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한쪽 벽면에는 장작이 가득 쌓여 있었고, 테이블 위에는 화로가 놓여 있었다. 이미 다른 손님들이 삼겹살을 구워 먹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자리를 잡고 앉으니, 주인 아주머니께서 특유의 시원한 말투로 “뭐 드릴까?” 하고 물으셨다. 메뉴는 단 하나, 숙성 삼겹살이었다. 600g이 기본이고, 추가는 300g 단위로 가능하다고 했다. 나는 망설임 없이 삼겹살 한 근을 주문했다.
고기를 기다리는 동안, 셀프 코너로 향했다. 이곳은 모든 것이 셀프였다. 밥, 반찬, 심지어 라면까지. 콩나물무침, 김치, 상추, 참기름, 소금 등 다양한 반찬들이 정갈하게 놓여 있었다. 계란 후라이는 무료로 직접 만들어 먹을 수 있었고, 라면은 짜장라면, 신라면, 비빔면, 불닭라면 등 취향에 따라 골라 끓여 먹을 수 있었다. 나는 밥을 꾹꾹 눌러 담고, 좋아하는 반찬들을 골고루 담아왔다.
잠시 후, 두툼한 삼겹살 한 근이 나왔다. 붉은 빛깔의 고기는 신선해 보였고, 촘촘히 박힌 마블링은 입맛을 돋우었다. 주인 아주머니께서는 능숙한 솜씨로 화로에 불을 지펴주셨다. 활활 타오르는 장작불을 보니, 캠핑장에 온 듯한 기분이 들었다.

화로 위에 알루미늄 호일을 깔고, 그 위에 삼겹살을 올렸다. 치익- 하는 소리와 함께, 고소한 냄새가 코를 자극했다. 고기가 익어갈수록, 기름이 흘러나왔다. 그 기름에 팽이버섯, 콩나물무침, 김치를 올려 함께 구워 먹으니, 그 맛은 정말 환상적이었다.
잘 숙성된 삼겹살은 육질이 아주 좋았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완벽한 조화였다. 장작불에 구워 먹으니, 은은한 훈연 향이 더해져 더욱 깊은 풍미를 느낄 수 있었다. 콩나물무침과 김치는 느끼함을 잡아주고, 신선한 상추에 싸 먹으니 입안 가득 행복이 퍼져나갔다.
고기를 먹는 동안, 주인 아주머니께서는 츤데레 같은 매력으로 손님들을 챙기셨다. “밥은 꾹꾹 담아 가라” 하시며 인심을 보이시는가 하면, “오늘 오픈해도 내일 장사 안 할 수도 있다”는 농담을 던지시기도 했다. 그런 소탈한 모습이 정겨웠다.
나는 정신없이 고기를 굽고 먹었다. 대화도 잠시 멈춘 채, 오로지 맛에 집중했다. 하지만 쉴 새 없이 타오르는 화로 탓에, 고기를 자주 뒤집지 않으면 금방 타버렸다. 데이트 장소로는 조금 힘들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 정도 배가 불렀을 때, 문득 국물이 없는 것이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된장국이나 콩나물국, 물김치 같은 것이 있었다면 더욱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살짝 남았다. 하지만 이내 맛있는 삼겹살에 모든 것을 잊고 다시 먹기 시작했다.
고기를 다 먹은 후에는 볶음밥을 주문했다. 남은 고기와 김치, 콩나물무침을 잘게 썰어 밥과 함께 볶아 먹으니, 정말 꿀맛이었다. 다만, 볶음밥은 조금 더 연구가 필요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계산을 하고 나오니, 아이스크림 냉장고가 눈에 띄었다. 주인 아주머니께서는 아이스바 하나씩을 골라 먹으라고 하셨다. 시원한 아이스크림을 입에 물고 가게를 나섰다.
도림수퍼정육점은 멋진 가게는 아니었지만, 더 멋진 사장님이 있는 곳이었다. 모든 것이 셀프였지만, 그만큼 편안하고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식사를 즐길 수 있었다. 음식은 모두 퀄리티가 있었고, 특히 삼겹살의 육질은 아주 훌륭했다. 장작난로에 구워 먹는 삼겹살은 정말 특별한 경험이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화장실이 공용이라는 것과, 위생적인 부분에서 조금 아쉬움이 남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단점들을 모두 덮을 만큼, 이곳은 낭만이 있는 곳이었다.
나는 도림수퍼정육점에서 맛있는 삼겹살과 함께, 따뜻한 추억을 한 아름 안고 돌아왔다. 김천에 다시 방문하게 된다면, 꼭 다시 들르고 싶은 곳이다. 그땐 비빔면에도 도전해 봐야지.
돌아오는 길, 차창 밖으로 보이는 노을이 아름다웠다. 활활 타오르던 장작불과, 고소한 삼겹살 냄새, 그리고 주인 아주머니의 시원한 웃음소리가 귓가에 맴돌았다. 오늘 저녁은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총평: 도림수퍼정육점은 평범한 삼겹살집이 아닌, 추억과 낭만을 함께 맛볼 수 있는 특별한 공간이다. 장작난로에 구워 먹는 삼겹살은 그 어디에서도 맛볼 수 없는 독특한 풍미를 선사하며, 츤데레 사장님의 따뜻한 정은 덤으로 얻을 수 있다. 김천 지역을 방문한다면, 꼭 한번 들러보길 추천하는 맛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