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순 장날, 왁자지껄한 사람들의 웃음소리와 활기 넘치는 에너지가 온 거리를 가득 채웠다. 평소에는 조용하던 읍내가 모처럼 생기를 되찾은 모습에 나도 모르게 발걸음이 빨라졌다. 오늘 나의 목적지는 바로 이 흥겨운 장터 한켠에 자리 잡은 “봉순이팥칼국수”. 유튜버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자자한 팥칼국수 전문점이다.
사실 팥칼국수라는 음식을 즐겨 먹는 편은 아니다. 어릴 적 할머니께서 끓여주시던 팥죽의 텁텁한 맛이 아직도 기억 속에 남아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왠지 모르게 오늘, 화순 장날의 활기찬 분위기 속에서라면 그 기억을 덮고 새로운 팥칼국수의 매력을 발견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대감이 들었다. 가게는 생각보다 쉽게 찾을 수 있었다. 멀리서도 한눈에 띄는, 큼지막하게 팥 그림이 그려진 간판 덕분이었다. 가게 앞에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역시 맛집은 맛집인가 보다.
기다리는 동안 가게 유리창에 붙어있는 메뉴판을 살펴보았다. 팥칼국수, 팥죽, 바지락칼국수, 비빔국수 등 다양한 메뉴가 있었지만 나의 선택은 당연히 팥칼국수였다. 화순까지 왔으니, 팥으로 유명한 이 곳에서 팥칼국수를 맛보지 않을 수 없지 않겠는가. 드디어 내 차례가 되어 가게 안으로 들어섰다.

가게 내부는 생각보다 넓었고, 테이블 간 간격도 넉넉해서 편안하게 식사를 즐길 수 있었다. 테이블에 앉자마자 따뜻한 물수건과 함께 밑반찬이 나왔다. 김치, 깍두기, 그리고 콩나물. 소박하지만 정갈한 모습이었다. 검정색 둥근 그릇에 담긴 붉은 색감의 김치는 먹음직스러워 보였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팥칼국수가 나왔다. 큼지막한 스테인리스 그릇에 담겨 나온 팥칼국수의 모습은 정말 푸짐했다. 걸쭉한 팥 국물 위로 쫄깃해 보이는 면발이 가득했고, 김 가루가 솔솔 뿌려져 있었다. 팥 특유의 깊고 구수한 향이 코를 자극했다.

젓가락으로 면을 휘저어 팥 국물과 잘 섞은 후, 드디어 첫 입을 맛보았다.
“음!?”
예상과는 달리 팥의 텁텁함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부드럽고 고소한 맛이 입안 가득 퍼졌다. 팥 국물은 적당히 달콤하면서도 깊은 풍미가 느껴졌고, 면발은 쫄깃하면서도 부드러워서 입안에서 착착 감겼다.
어릴 적 먹었던 팥죽과는 완전히 다른 맛이었다. 팥 특유의 텁텁함과 떫은 맛은 온데간데없이, 깔끔하고 깊은 맛만이 남아있었다. 면에도 간이 잘 배어 있어서 팥 국물과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었다.
함께 나온 김치, 깍두기, 콩나물도 팥칼국수와 찰떡궁합이었다. 특히 잘 익은 깍두기는 아삭아삭한 식감과 시원한 맛으로 팥칼국수의 느끼함을 잡아주었다. 콩나물은 간이 세지 않아서 팥칼국수의 맛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아삭한 식감을 더해주었다.
정신없이 팥칼국수를 먹고 있는데, 옆 테이블에서는 바지락칼국수를 시켜 먹는 사람들도 보였다. 다음에는 바지락칼국수도 한번 먹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원래 면 요리를 즐겨 먹는 편이라, 팥칼국수 역시 게눈 감추듯 순식간에 해치웠다. 특히 면의 양이 상당히 푸짐해서, 다 먹고 나니 배가 터질 듯 불렀다. 다른 곳에 비해 1.5배는 족히 되는 양인 듯 했다. 하지만 맛있어서 남길 수가 없었다. 팥칼국수를 다 먹고 나니, 따뜻한 팥의 기운이 온몸에 퍼지는 듯한 느낌이었다. 든든하기도 하고, 기분도 좋아졌다. 역시 사람은 맛있는 음식을 먹어야 힘이 나는 법이다.
계산을 하고 가게를 나서면서, 왜 이곳이 화순 맛집으로 유명한지 알 수 있었다. 국산 팥을 사용해서 정성껏 만든 팥칼국수의 깊은 맛, 푸짐한 양, 그리고 친절한 서비스까지. 모든 것이 만족스러웠다. 주차는 조금 어려운 편이지만, 장날의 활기찬 분위기를 느끼면서 걷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화순 봉순이팥칼국수.
단순히 맛있는 팥칼국수를 파는 곳이 아닌, 화순의 정겨운 인심과 따뜻한 에너지를 느낄 수 있는 곳이었다. 다음에 화순에 다시 오게 된다면, 꼭 다시 방문하고 싶은 곳이다. 그 때는 바지락칼국수에도 도전해 봐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