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부터 혀뿌리를 강타하는 얼얼한 통증과 동시에, 뇌의 쾌감 중추를 자극하는 강렬한 무언가가 필요했다. 마치, 실험실 한 켠에 묵혀둔 낡은 비커에서 잊고 지냈던 화학 반응의 불꽃을 되살려야 할 것 같은 그런 날이었다. 그래서, 나는 해답을 찾아 인천 용현동으로 향했다. 오늘의 실험 대상은 바로 ‘황성얼큰오징어찌개’, 동네 주민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자자한 오징어찌개 전문점이다.
주차 공간이 협소하다는 정보를 입수, 만반의 준비를 하고 나섰지만, 역시나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식당 앞은 이미 ‘주차 전쟁’을 방불케 하는 상황. 다행히 노련한 주차 안내 요원의 도움으로, 인근 빌라의 ‘숨겨진’ 주차 공간에 간신히 차를 댈 수 있었다. 주차 난이도는 마치 복잡한 유기화학 반응의 활성화 에너지 장벽을 넘는 듯한 기분이었다.

식당 문을 열자, 후각 수용체를 자극하는 매콤한 향이 코를 찔렀다. 캡사이신 분자가 공기 중에 떠다니며 나의 TRPV1 수용체를 향해 돌진하는 듯했다. 내부는 이미 만석. 테이블 간 간격이 넓지는 않았지만, 활기 넘치는 분위기가 오히려 식욕을 돋우는 듯했다. 좌식 테이블과 일반 테이블이 혼재된 구조였는데, 나는 신발 벗는 번거로움을 피해 일반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다.
메뉴판을 스캔하니, 오징어찌개, 오징어볶음, 섞어찌개 등 다양한 오징어 요리가 눈에 띄었다. 갑오징어볶음(광고컷 별도) 메뉴는 50,000원부터 시작하는 가격대가 다소 부담스러웠지만, ‘오늘은 찌개’라는 결론을 내리고 오징어찌개 2인분을 주문했다. 1인분에 13,000원이라는 가격은, 신선한 오징어의 시세와 인건비를 고려하면 합리적인 수준이라고 판단했다. ‘모든 메뉴 2인 이상 주문 가능’이라는 문구가 혼밥족에게는 다소 아쉬울 수 있겠다.

주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양은 냄비에 담긴 오징어찌개가 등장했다. 냄비 안에는 큼지막하게 썰린 오징어와 함께, 쑥갓, 두부, 정체불명의 해산물 부산물들이 푸짐하게 담겨 있었다. 마치, 고대 연금술사의 실험 도구를 연상시키는 비주얼이었다.

테이블에 설치된 가스레인지에 불을 켜고 끓기 시작하자, 종업원분이 다진 마늘과 고춧가루를 들고 와 “맵게 해드릴까요?”라고 물었다. 망설임 없이 “네, 얼큰하게 부탁드립니다!”라고 외쳤다. 캡사이신의 쾌감을 극대화하기 위한 나만의 ‘매운맛 부스팅’ 실험이 시작된 것이다. 종업원분은 능숙한 손놀림으로 고춧가루를 팍팍 뿌려 넣었다. 마치, 화학 실험에서 촉매를 첨가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보글보글 끓어오르는 찌개를 바라보며 침을 꼴깍 삼켰다. 붉은색 고춧가루가 용해되면서, 찌개 국물은 마치 용암처럼 강렬한 색으로 변해갔다. 끓는 동안, 묘한 냄새가 코를 자극했는데, 신선한 오징어의 향기라기보다는 약간 비릿한 해산물 특유의 향이었다.

드디어, 첫 국물을 맛볼 시간. 숟가락으로 국물을 떠서 조심스럽게 입에 넣었다.

순간, 뇌가 ‘Error 404’를 띄우는 듯했다. 예상과는 달리, ‘엄청나게’ 얼큰하지는 않았다. 물론, 캡사이신이 TRPV1 수용체를 자극하는 느낌은 있었지만, 기대했던 만큼의 강렬함은 아니었다. 마치, 실험 설계에 오류가 생긴 듯한 당혹감. 하지만, 실망하기는 아직 이르다. 과학은 ‘예상치 못한 결과’에서 새로운 발견을 얻는 학문이니까.
몇 번 더 국물을 음미해보니, 이 찌개의 진정한 매력은 ‘얼큰함’보다는 ‘시원함’에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오징어와 각종 해산물에서 우러나온 감칠맛이 국물에 깊이를 더하고, 쑥갓의 향긋함이 느끼함을 잡아주었다. 특히, 다진 마늘의 함량이 높은 점이 인상적이었다. 알리신 성분이 풍부한 마늘은, 특유의 매운맛과 향으로 찌개의 풍미를 끌어올리는 데 기여했다. 마치, 조미료를 사용하지 않고도 감칠맛을 극대화하는 ‘천연 MSG’와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다.
오징어의 식감은 훌륭했다. 질기거나 퍽퍽하지 않고, 적당히 쫄깃하면서도 부드러운 식감을 자랑했다. 아마도, 신선한 오징어를 사용한 덕분이리라. 오징어에는 타우린 성분이 풍부하게 함유되어 있는데, 이는 피로 해소와 콜레스테롤 저하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술안주로도, 해장 음식으로도 제격인 셈이다.
찌개에 들어있는 두부도 빼놓을 수 없다. 따뜻한 찌개 국물을 머금은 두부는, 입안에서 부드럽게 녹아내리며 고소한 풍미를 선사했다. 콩 단백질이 풍부한 두부는, 영양 균형을 맞추는 데에도 도움을 준다.
밑반찬은 평범한 수준이었다. 콩나물, 김치, 깍두기 등이 제공되었지만, 특별히 인상적인 맛은 아니었다. 하지만, 찌개 자체가 워낙 훌륭했기에, 밑반찬에 대한 아쉬움은 크게 느껴지지 않았다.
어느 정도 찌개를 먹고 난 후, 라면 사리를 추가했다. 탄수화물은 ‘진리의 맛’이니까. 꼬들꼬들하게 익은 라면을 찌개 국물에 적셔 먹으니, 그야말로 꿀맛이었다. 라면 면발이 국물을 흡수하면서, 감칠맛과 매콤함이 더욱 진해졌다. 탄수화물과 캡사이신의 조합은, 뇌를 자극하는 최고의 콤비네이션이라고 할 수 있다.
배가 불렀지만, 볶음밥을 포기할 수는 없었다. 한국인에게 볶음밥은 ‘후식’과도 같은 존재니까. 남은 찌개 국물에 밥과 김가루, 참기름을 넣고 볶으니, 환상적인 비주얼의 볶음밥이 완성되었다. 살짝 눌어붙은 볶음밥을 숟가락으로 긁어먹는 재미는, 그 어떤 미식 경험과도 비교할 수 없다. 볶음밥에는 글루타메이트 성분이 다량 함유되어 있어, 감칠맛을 극대화하는 효과가 있다.

식사를 마치고 계산을 하려고 보니, 벽면에 ‘매운맛 조절 가능’이라는 문구가 붙어 있었다. 아… 내가 ‘매운맛 부스팅’ 실험을 너무 일찍 시작했구나. 다음에는, 처음부터 ‘가장 매운맛’으로 주문해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총평: ‘황성얼큰오징어찌개’는, 단순한 오징어찌개가 아닌, 과학적인 맛의 조화가 돋보이는 요리였다. 캡사이신의 매운맛, 해산물의 감칠맛, 마늘의 알싸함, 쑥갓의 향긋함이 절묘하게 어우러져, 뇌를 자극하는 강렬한 쾌감을 선사했다.
아쉬운 점은, 협소한 주차 공간과 평범한 밑반찬 정도. 하지만, 찌개 자체의 훌륭한 맛은, 이러한 단점을 충분히 상쇄하고도 남았다.
실험 결과, 이 집 국물은 완벽했습니다. 재방문 의사 200%. 다음에는, 오징어볶음과 섞어찌개에도 도전해봐야겠다. 그리고, 반드시 ‘가장 매운맛’으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