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차가운 바람이 옷깃을 여미게 하는 계절, 뜨끈하고 얼큰한 무언가가 간절해졌다. 익산 토박이 친구에게 넌지시 물으니, 망설임 없이 한 곳을 추천해 줬다. “만나먹거리촌? 이름부터 정겹네.” 친구는 황태찜이 기가 막히고, 참게장은 밥도둑이라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그의 극찬에 홀린 듯, 나는 익산으로 향하는 기차에 몸을 실었다.
기차 창밖으로 스치는 풍경은 점점 낯설어지고, 설렘과 기대감이 뒤섞인 묘한 감정이 나를 휘감았다. 익산역에 도착하니, 친구가 미리 마중 나와 있었다. “드디어 왔구만! 오늘 제대로 맛 보여줄게.” 그의 자신감 넘치는 표정에 더욱 기대감이 부풀어 올랐다. 차를 타고 15분 정도 달렸을까, 드디어 ‘만나먹거리촌’이라는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넓은 주차장과 넉넉한 공간이 마련되어 있어 편안하게 주차할 수 있었다. 외관은 깔끔하게 리모델링되어 예전의 노후된 이미지는 찾아볼 수 없었다.

문을 열고 들어서니, 따뜻한 온기가 온몸을 감쌌다. 은은한 조명 아래, 나무를 사용하여 한층 아늑하고 편안한 분위기를 연출한 인테리어가 인상적이었다. 테이블 간 간격도 넉넉해서 다른 손님들의 방해 없이 오롯이 식사에 집중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벽면에는 메뉴 사진들이 걸려 있어, 어떤 음식을 먹을지 미리 짐작할 수 있었다.
자리에 앉자마자 직원분께서 메뉴판을 가져다주셨다. 황태찜, 황태구이, 참게장, 새우탕 등 다양한 메뉴들이 눈에 띄었다. 친구는 고민할 필요도 없이 황태찜과 참게장을 주문했다. “여기 황태찜은 꼭 먹어봐야 해. 매운맛 조절도 가능하니, 맵게 해달라고 하는 거 잊지 말고!” 잠시 후, 밑반찬들이 테이블 위를 가득 채웠다.

김치, 콩나물무침, 샐러드, 묵 등 하나하나 정갈하게 담겨 나온 밑반찬들은 마치 집밥을 먹는 듯한 푸근함을 선사했다. 특히, 따뜻하게 제공되는 황태국은 시원하고 구수한 국물 맛이 일품이었다. 멸치육수 특유의 깊은 맛과 황태의 담백함이 어우러져, 속을 부드럽게 달래주는 느낌이었다. 서울 무교동에서 맛보았던 황태국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을 정도였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황태찜이 등장했다. 붉은 양념을 듬뿍 머금은 황태와 아삭한 콩나물이 푸짐하게 쌓여 있는 모습은 마치 아귀찜을 연상케 했다. 매콤한 향이 코를 찌르며 식욕을 자극했다.

젓가락으로 황태 살점을 조심스럽게 떼어 입에 넣으니, 매콤하면서도 감칠맛 나는 양념이 입안 가득 퍼져 나갔다. 황태는 겉은 쫄깃하고 속은 촉촉했는데, 그 비결이 궁금해졌다. 콩나물의 아삭한 식감은 황태의 쫄깃함과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었다. 매운 음식을 즐기는 나에게는 딱 알맞은 맵기였다.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젓가락을 멈출 수 없었다.
황태찜을 어느 정도 먹고 나니, 직원분께서 볶음밥을 만들어주시겠다고 했다. 남은 양념에 김가루와 참기름을 듬뿍 넣고 볶아낸 볶음밥은 그야말로 예술이었다. 고소한 참기름 향과 매콤한 양념이 어우러져, 숟가락을 놓을 수 없게 만드는 마성의 맛이었다. 바닥에 눌어붙은 밥알까지 싹싹 긁어먹었다.

이어서 참게장이 나왔다. 참게장은 신선한 참게를 특제 간장 소스에 숙성시켜 만든 음식이라고 한다. 붉은 고추로 포인트를 준 참게장의 모습은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돌았다.

게딱지에 붙은 밥알을 긁어모아 입에 넣으니, 짭짤하면서도 고소한 맛이 입안 가득 퍼져 나갔다. 짜지 않고 적당히 간이 되어 있어 밥과 함께 먹기에 안성맞춤이었다. 함께 제공된 김에 싸서 먹으니, 바다 향과 게장의 풍미가 어우러져 더욱 깊은 맛을 느낄 수 있었다. 신선한 부추와 양파를 곁들여 먹으니, 아삭한 식감과 향긋한 풍미가 더해져 더욱 맛있었다.

솔직히 황태찜을 처음 맛봤을 때는 살짝 느끼하다는 느낌도 있었다. 아마도 황태를 촉촉하게 유지하기 위해 사용한 참기름 때문인 듯했다. 하지만 먹다 보니 매콤한 양념과 어우러져 느끼함은 사라지고, 고소한 풍미만 남았다. 황태구이만 먹어봤던 나에게 황태찜은 새로운 경험이었다.
식사를 마치고 나니, 배가 터질 듯 불렀다. 하지만 기분 좋은 포만감이었다. 계산대 옆에는 커피 머신이 준비되어 있어, 후식으로 커피를 즐길 수 있었다. 따뜻한 아메리카노 한 잔을 들고 가게를 나섰다.
만나먹거리촌에서의 식사는 단순히 배를 채우는 행위를 넘어, 마음까지 따뜻해지는 경험이었다. 친절한 직원분들의 서비스와 정갈한 음식 맛은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을 것 같다. 익산에 방문할 일이 있다면, 꼭 다시 들르고 싶은 맛집이다. 다음에는 황태구이와 새우탕에도 도전해봐야겠다. 익산 지역 주민들뿐만 아니라, 여행객들에게도 강력 추천하고 싶은 곳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