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친구에게 연락이 왔다. “야, 오산에 진짜 맛있는 감자탕집 있는데, ‘사뎅이’라고 알아?” 촌스러운 이름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감자탕을 ‘사뎅이’라고 부르는 곳이 있다니,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 친구는 어릴 적부터 가족들과 자주 갔던 곳이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40년 넘게 대를 이어 운영하고 있다는 이야기에 호기심이 발동했다. 평범한 감자탕이 아닌, 오산만의 특별한 맛이라니. 주말 점심, 나는 설레는 마음으로 오산행 버스에 몸을 실었다.
오산역에서 내려 복개천을 따라 걷다 보니, 멀리서도 한눈에 들어오는 간판이 보였다. 큼지막하게 쓰인 “오산 깍두기집”. 간판 옆에는 40년 전통이라는 문구가 함께 적혀 있었다.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외관에서부터 노포의 기운이 물씬 풍겼다. 가게 앞에 겨우 두 대 정도 주차할 공간이 있었지만 이미 만차였다. 하는 수 없이 근처 공영주차장에 차를 대고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왁자지껄한 소리가 귓가를 때렸다. 금요일 저녁이라 그런지 테이블은 손님들로 가득 차 있었다. 다행히 한 테이블이 막 비워져 바로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내부는 생각보다 넓지 않았고, 테이블은 모두 좌식이었다. 신발을 벗고 올라가 앉으니, 엉덩이가 뜨끈해지는 것이 늦가을 추위가 순식간에 녹아내리는 듯했다.
메뉴판을 보니, 역시나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사뎅이전골’이었다. 감자탕이라는 단어 대신 ‘사뎅이’라는 정겨운 단어가 쓰여 있는 것이 재미있었다. 친구의 추천대로 사뎅이전골 小 자와 라면사리, 볶음밥을 주문했다. 메뉴판 한켠에는 ‘사뎅이국밥’이 적혀 있었는데, 평일 점심에만 판매하는 듯했다.

주문이 끝나자, 기본 반찬이 빠르게 차려졌다. 깍두기, 김치 겉절이, 생 양파와 고추, 그리고 쌈장이 전부였다. 소박한 구성이었지만, 깍두기집이라는 이름답게 깍두기의 붉은빛깔이 남달라 시선을 사로잡았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사뎅이전골이 테이블 위에 놓였다. 얕은 냄비 가득 담긴 전골 위에는 묵은지와 큼지막한 돼지 등뼈, 그리고 하얀 당면이 푸짐하게 올려져 있었다. 등뼈 위에는 다진 마늘과 고춧가루 양념이 듬뿍 뿌려져 있어,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돌았다.

보글보글 끓기 시작하자, 매콤하면서도 깊은 향이 코를 자극했다. 국자로 국물을 한 스푼 떠 맛보니, 일반 감자탕과는 확연히 다른 맛이었다. 시래기 대신 묵은지가 들어가 시원하면서도 칼칼한 맛을 더했고, 고춧가루 양념은 얼큰함을 끌어올렸다. 맵찔이인 나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정도의 매콤함이었다.
푹 삶아진 등뼈는 살이 부드럽게 발라졌다. 젓가락으로 살짝만 건드려도 뼈와 살이 분리될 정도였다. 살코기를 묵은지와 함께 먹으니, 입안에서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맛이 일품이었다. 특히 깍두기집답게, 깍두기와 함께 먹으니 그 맛이 배가 되는 듯했다. 아삭하고 시원한 깍두기는 매콤한 사뎅이전골과 환상적인 궁합을 자랑했다.

어느 정도 전골을 먹고 난 후, 라면사리를 추가했다. 꼬들꼬들하게 익은 라면은 매콤한 국물과 어우러져 또 다른 별미였다. 라면을 후루룩 먹고 남은 국물에 밥을 비벼 먹으니, 꿀맛이 따로 없었다.
마지막으로 볶음밥을 주문했다. 볶음밥은 주방에서 직접 만들어져 나왔다. 김가루와 참기름이 듬뿍 뿌려진 볶음밥은 고소한 향을 풍겼다. 하지만 볶음밥 자체는 살짝 밍밍한 감이 있었다. 남은 사뎅이전골 국물을 넣어 함께 볶아 먹으니, 비로소 완벽한 맛이 완성되었다.
정신없이 먹다 보니, 어느새 냄비는 깨끗하게 비워져 있었다. 배는 불렀지만, 왠지 모르게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40년 전통의 오산 깍두기집. 이곳에서 맛본 사뎅이전골은 단순한 감자탕이 아닌, 오산의 역사와 문화를 담고 있는 특별한 음식이었다.
계산을 하고 가게를 나서는데, 사장님께서 환한 미소로 인사를 건네셨다. “맛있게 드셨어요? 다음에 또 오세요!” 따뜻한 인사에, 왠지 모르게 마음이 훈훈해졌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나는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깍두기집에 대한 감탄을 쏟아냈다. “야, 진짜 네가 왜 그렇게 칭찬했는지 알겠다. 완전 내 스타일이야! 조만간 또 가야겠어.” 친구는 뿌듯한 듯 웃으며 말했다. “거봐, 내가 뭐랬어. 오산 사람들은 다 아는 맛집이라니까.”
오산 깍두기집은 내게 단순한 맛집 그 이상의 의미로 다가왔다. 40년이라는 시간 동안 한 자리를 지켜온 노포의 따뜻함, 그리고 변함없는 맛. 이곳은 앞으로도 오산 시민들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줄 것이다. 다음에 오산에 방문할 일이 있다면, 꼭 다시 들러 사뎅이전골과 깍두기를 맛보리라 다짐하며, 오산 맛집 기행을 마무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