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탄불 향에 취하는 김천 불나라, 추억과 맛이 공존하는 돼지 고기 맛집 기행

어릴 적 아버지의 퇴근길, 손에는 늘 노란 통닭 봉투가 들려있었다. 그 냄새는 어찌나 강렬했던지, 현관문을 열기도 전에 온 집안에 고소한 향이 가득 찼다. 김천 불나라에 들어서는 순간, 어린 시절의 기억이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갔다. 낡은 연탄 화로와 테이블, 왁자지껄한 손님들의 웃음소리, 그리고 코를 찌르는 듯한 연탄불 향까지. 마치 시간 여행을 떠나온 듯한 기분이었다.

붉은색 간판에 큼지막하게 쓰인 ‘불나라’ 세 글자가 정겹다. 에서 보듯,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외관은 오히려 편안함을 준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연탄불 특유의 훈훈한 열기가 온몸을 감쌌다.

저녁 시간이라 그런지 이미 가게 안은 손님들로 가득했다. 다행히 한 테이블이 남아있어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메뉴판을 보니 사시미 삼겹살, 생고기, 막구이 등 다양한 돼지고기 부위가 눈에 띈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사시미 삼겹살’. 얇게 저민 삼겹살을 사시미처럼 즐긴다니, 어떤 맛일까 궁금증이 증폭됐다.

고민 끝에 모듬 3인분과 사시미 삼겹살 3인분을 주문했다. 잠시 후, 테이블 위로 연탄 화로가 놓였다. 숯불과는 또 다른, 은은하면서도 강렬한 연탄불의 기운이 느껴졌다. 화력도 어찌나 좋은지, 순식간에 테이블 전체가 따뜻해졌다.

연탄불 위에 구워지는 삼겹살
연탄불 위에 삼겹살과 마늘을 올려 구워먹는 모습은 언제나 옳다.

밑반찬도 푸짐하게 차려졌다. 파절이, 양파, 쌈장, 그리고 특제 양념소스까지. 특히 파절이는 신선한 파와 무를 함께 버무려 겉절이처럼 내어주는데, 새콤달콤한 양념이 입맛을 돋우기에 충분했다. 샐러드도 양상추에 새콤달콤한 소스를 뿌려 내어주시는데, 고기와 함께 먹으니 느끼함도 잡아주고 좋았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고기가 나왔다. 모듬은 사장님께서 그날 삘 받는 부위로 썰어주신다고 한다. 오늘은 뱃살과 사시미 삼겹살이 나왔다. 에서 보이는 것처럼, 고기의 선홍빛 색깔이 신선함을 그대로 보여주는 듯했다. 특히 사시미 삼겹살은 얇게 포를 뜬 모양이 정말 사시미를 연상케 했다.

불판 위에 고기를 올리자, 치익- 하는 소리와 함께 연기가 피어올랐다. 연탄불 특유의 향이 코를 자극하며 식욕을 더욱 돋웠다. 뱃살은 기름기가 적당히 섞여 있어 쫀득하면서도 고소한 맛이 일품이었다. 연탄불에 구워 기름기가 쫙 빠지니 느끼함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사시미 삼겹살은 얇아서 금방 익었다. 젓가락으로 재빨리 뒤집어 앞뒤로 살짝 구워 먹으니, 입안에서 살살 녹는 듯한 부드러운 식감이 환상적이었다. 특제 양념장에 찍어 먹으니, 매콤하면서도 달콤한 맛이 삼겹살의 풍미를 더욱 끌어올렸다. 파절이와 함께 쌈으로 먹으니, 아삭한 식감과 향긋한 파 향이 어우러져 최고의 맛을 선사했다.

푸짐한 한 상 차림
고기와 밑반찬, 술까지 더해지니 완벽한 한 상이 차려졌다. 다들 엄지 척을 할 수 밖에!

고기를 먹는 동안, 연탄불은 쉴 새 없이 타올랐다. 테이블 위에는 연기가 자욱했지만, 그 연기마저도 왠지 모르게 정겹게 느껴졌다. 환기가 잘 안 되는 점은 조금 아쉬웠지만, 연탄불에 구워 먹는 삼겹살의 맛은 그 모든 단점을 잊게 할 만큼 훌륭했다.

고기를 다 먹어갈 때쯤, 된장찌개(2,000원)와 밥(1,000원)을 주문했다. 에서 보이는 것처럼, 뚝배기 가득 담겨 나온 된장찌개는 보기만 해도 푸짐했다. 두부, 애호박, 양파 등 다양한 채소가 듬뿍 들어가 있어 국물이 시원하고 깊은 맛을 냈다. 특히 큼지막하게 썰어 넣은 두부는 부드러운 식감과 함께 고소한 맛을 더했다.

밥 위에 된장찌개를 쓱쓱 비벼 김치 한 조각 올려 먹으니, 정말 꿀맛이었다. 고기를 먹고 난 후의 느끼함을 깔끔하게 잡아주는 된장찌개의 매력에 푹 빠져버렸다. 에 보이는 메뉴판처럼, 저렴한 가격에 훌륭한 맛을 자랑하는 된장찌개는 불나라의 숨겨진 보석이었다.

불나라에서는 고기를 사장님께서 직접 썰어주신다. 그때그때 삘 받는 부위로 썰어주시기 때문에, 어떤 부위가 나올지는 사장님 마음이라고 한다. 하지만 사장님의 손맛은 정말 최고였다. 어쩌면 최고의 맛은 사장님의 손맛에서 나오는 것일지도 모른다.

와 에서 볼 수 있듯이, 가게 곳곳에는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낙서와 메모들이 가득했다. 그중에는 “삼겹살 최고! 청국장 최×100고!”라는 재미있는 문구도 있었다. 낙서들을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했다.

불나라의 영업시간은 오후 5시부터 오후 11시까지다. 매월 2, 4째주 화요일은 휴무라고 하니, 방문 전에 미리 확인하는 것이 좋다. 에 영업시간 안내가 자세히 나와 있다.

계산을 하고 가게 문을 나서는 순간, 어릴 적 추억과 함께 맛있는 삼겹살을 즐길 수 있었던 불나라에서의 경험이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천에서 돼지 고기 맛집을 찾는다면, 주저하지 말고 불나라를 방문해보라고 강력 추천하고 싶다. 연탄불 향과 함께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다음에는 다른 부위의 고기와 잔치국수도 꼭 먹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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