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추억이 담긴, 부산에서 맛보는 구포 촌국수 한 그릇의 행복한 미식 경험

오랜만에 서울에서 손님들이 찾아왔다. 뭘 먹고 싶냐는 물음에 이구동성으로 촌국수를 외치는 바람에, 기억 속 한 켠에 잠자고 있던 그 맛을 찾아 나섰다. 예전에 종종 들렀던 곳인데, 과연 그 맛이 그대로 남아있을까 설레는 마음과 함께 발걸음을 옮겼다.

도착하니 역시나, 많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대기 순번 30번이라니, 역시 맛집은 맛집인가 보다. 기다리는 동안, 어서 빨리 맛보고 싶은 마음에 애꿎은 침만 꼴깍 삼켰다. 배가 고프니, 기다림마저 맛있게 느껴지는 묘한 경험이었다.

구포촌국수 가게 입구에 붙어있는 '국수한가지' 고집 안내문
가게 입구에는 ‘국수한가지’만을 고집한다는 문구가 손님을 맞이한다.

드디어 내 차례가 되어 가게 안으로 들어섰다. 메뉴는 단 하나, 촌국수. 단일 메뉴에서 느껴지는 장인의 향기가 코끝을 간지럽혔다. 곱빼기를 시키라는 어머니의 강력한 추천에 이끌려, 나도 모르게 곱빼기를 주문하고 말았다.

테이블 위에는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주전자와 옹기 그릇에 담긴 김치가 놓여 있었다. 놋쇠 주전자에서 뿜어져 나오는 따뜻한 기운이, 기다림에 지친 몸을 사르르 녹여주는 듯했다. 촌국수가 나오기 전, 따뜻한 멸치 육수를 한 모금 마시니, 온몸에 따스함이 퍼져나갔다. 깔끔하면서도 깊은 멸치 육수의 풍미가, 앞으로 맛볼 촌국수에 대한 기대감을 한껏 끌어올렸다.

잠시 후,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촌국수가 나왔다. 스테인리스 그릇에 담겨 나온 촌국수는, 겉보기에는 소박했지만, 그 안에는 깊은 내공이 숨겨져 있는 듯했다. 김, 유부, 애호박 등 소박한 고명이 면 위에 가지런히 놓여 있었고, 그 아래에는 탱글탱글한 면발이 숨어 있었다.

촌국수 한상차림
소박하지만 정갈한 촌국수 한 상 차림.

촌국수를 제대로 즐기기 위해, 먼저 주전자에 담긴 육수를 면에 부었다. 자작하게 육수가 담긴 촌국수를, 젓가락으로 휘휘 저어 면을 풀었다. 뻑뻑한 느낌이 들었지만, 이내 육수와 면이 하나가 되어 촉촉하게 변해갔다. 드디어 촌국수 한 젓가락을 입으로 가져갔다.

입안 가득 퍼지는 멸치 육수의 깊은 풍미! 이 집은 정말 국물 맛 하나로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면은 살짝 퉁퉁한 감이 있었지만, 국물과 어우러지니 그마저도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고명은 소박했지만, 멸치 육수의 풍미를 해치지 않고 은은하게 뒷받침해주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

어머니께서는 이 근처에 자주 가는 단골집이 있다고 하셨다. 어머니의 단골집을 찾고 싶었지만, 아쉽게도 식당 이름을 잊으셔서 정보를 얻을 수 없었다. 그래서 어머니께, “여기 맛없으면 두고 보자!” 호언장담을 들으며 이 곳으로 왔는데… 놀랍게도 어머니께서 다니시던 바로 그 식당이었다! 역시 어머니의 입맛은 틀리지 않았다.

놋쇠 주전자
따뜻한 멸치 육수가 담긴 놋쇠 주전자.

솔직히 조금 아쉬움도 남았다. 이렇게 맛있는 멸치 육수에, 조금 더 다양한 면과 고명을 곁들여 먹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상상을 해봤다. 하지만 촌국수 한 그릇에 담긴 소박함과 정겨움이, 그런 아쉬움을 잊게 만들었다.

촌국수를 정신없이 흡입하고 나니, 어느새 곱빼기 한 그릇이 뚝딱 비워져 있었다. 배는 불렀지만, 왠지 모르게 아쉬운 마음에, 국물 한 방울 남기지 않고 모두 마셔버렸다. 멸치 육수의 깊은 풍미가, 오랫동안 입안에 맴돌았다.

가게를 나서며, ‘정말 잘 먹었다’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단순한 국수 한 그릇이었지만, 그 안에는 깊은 맛과 추억, 그리고 정(情)이 담겨 있었다. 서울에서 온 손님들도, 촌국수 맛에 푹 빠진 듯, 연신 감탄사를 내뱉었다. 역시, 촌국수를 선택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구포촌국수 영업시간 안내
가게 입구에 안내된 영업시간.

참고로, 이 곳은 평일에는 오후 3시까지만 영업을 한다고 하니, 방문 시 참고하는 것이 좋겠다. 그리고 주차는 인근 교회와 협의가 되어 있어, 비교적 편리하게 주차할 수 있다.

다음에 또 촌국수가 생각날 때, 주저 없이 이 곳을 찾을 것 같다. 변함없는 맛과 정겨운 분위기가, 언제나 나를 기다리고 있을 것 같은 기분 좋은 예감이 든다. 부산 지역에 방문한다면 꼭 한번 들러 맛집의 깊은 멸치 육수 구포 촌국수를 맛보길 강력 추천한다.

구포촌국수 가게 외관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가게 외관.
촌국수 근접 사진
탱글탱글한 면발과 소박한 고명이 어우러진 촌국수.
구포촌국수 간판
구포촌국수 간판이 세월의 흔적을 말해준다.
비빔 & 물국수 버전 안내
비빔국수와 물국수 버전을 즐기는 방법 안내.
주차 안내
주차 안내문 참고.
비빔국수
양념장이 돋보이는 비빔국수.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