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고, 참말로 오랜만에 고향 태백에 발걸음을 했구먼. 갱상도 아지매가 웬 태백이냐고? 실은 내 친정 부모님이 탄광 일 하시느라 젊은 시절을 태백에서 보내셨거든. 나도 어릴 적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르는 게, 왠지 모르게 마음이 푸근해지는 그런 곳이라. 이번에 큰맘 먹고 태백으로 향한 이유는 단 하나, 어릴 적 엄마가 해주시던 그 맛, 물닭갈비를 찾아서였어.
태백 토박이 언니한테 추천받은 맛집이 있다길래, 반신반의하면서 찾아갔지. 이름하여 ‘대명닭갈비’, 간판은 쭈꾸미 식당이라고 되어있어서 갸우뚱했지만, 물닭갈비 맛은 기가 막히다 하니 믿고 들어가 봤어. 장성시장 안에 있다가 황지 쪽으로 이전했다는데, 오랜 세월만큼이나 정겨운 분위기가 물씬 풍기더라.

문을 열고 들어서니, 따뜻한 온기가 확 감싸는 것이, 마치 할머니 댁에 놀러 온 기분이랄까. 테이블 몇 개 놓인 아담한 공간이었는데, 벽에 붙은 메뉴판하며, 정겹게 오가는 손님들의 이야기 소리가 어우러져 편안함을 더했어.
자리에 앉자마자 물닭갈비 2인분을 시켰지. 메뉴판을 보니 우동사리, 쫄면사리, 당면사리 등 사리 종류도 다양하더라고. 태백 언니는 우동사리를 추천했지만, 왠지 당면이 더 땡기는 날이라 당면 사리를 추가했어.
잠시 기다리니, 밑반찬이 쫙 깔리는데, 어찌나 정갈한지. 직접 담근 듯한 깍두기랑 콩나물무침, 오이무침이 나왔는데, 하나하나 맛깔스러워서Main 메뉴 나오기도 전에 손이 자꾸 가더라. 특히 깍두기는 어찌나 시원하고 아삭한지, 물닭갈비랑 환상궁합일 것 같은 예감이 들었어.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물닭갈비가 나왔어. 널찍한 냄비에 뽀얀 육수가 자작하게 담겨 있고, 그 위로 푸짐한 채소가 산처럼 쌓여있는데, 그 모습이 어찌나 먹음직스럽던지.

쑥갓, 배추, 깻잎 등 갖가지 신선한 채소들이 숨이 죽으면서 국물에 스며드는데, 그 향이 어찌나 향긋한지 몰라. 뽀얀 국물이 점점 붉게 물들어가는 모습도 침샘을 자극하더라.
보글보글 끓기 시작하자, 주인 아주머니께서 오셔서 직접 닭갈비를 잘라주셨어. 뼈째 들어간 닭갈비는 먹기 좋게 손질되어 있었고, 미리 숙성해 놓은 듯, 간이 쏙 배어있는 게 눈으로도 느껴지더라.
닭갈비가 어느 정도 익자, 추가한 당면 사리를 넣었어. 쫄깃쫄깃한 당면이 매콤한 국물을 흠뻑 머금으니, 캬~ 이 맛이야! 당면을 후루룩 먹는 순간, 어릴 적 엄마가 해주시던 그 맛이 스쳐 지나가는 것 같아 울컥했지.
닭고기는 어찌나 야들야들한지, 뼈에서 쏙쏙 빠져나오는 게, 입에 넣으니 사르르 녹는다는 표현이 딱 맞을 거야. 닭 특유의 잡내는 전혀 없고, 닭 맛이 그대로 느껴지는 게, 역시 프랜차이즈 식당에서는 맛볼 수 없는 깊은 맛이 느껴졌어.
국물은 보기에는 심심해 보였는데, 막상 먹어보니 간이 딱 좋았어. 맵찔이인 나에게는 살짝 매콤했지만, 기분 좋게 매운 정도라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숟가락을 놓을 수가 없었지. 부추 향도 은은하게 퍼지는 게, 국물 맛을 한층 더 풍부하게 만들어주더라.

정신없이 닭갈비랑 당면을 건져 먹고 나니, 어느새 냄비 바닥이 보이더라. 아쉬운 마음에 볶음밥 2인분을 추가했어. 남은 국물에 김치, 김 가루, 갖은 채소를 넣고 볶아주시는데, 냄새부터가 예술이더라고.
볶음밥이 얇게 펴지도록 꾹꾹 눌러주시는데, 바닥에 살짝 눌어붙은 밥알이 얼마나 맛있는지 다들 알잖아? 숟가락으로 벅벅 긁어먹는 그 맛! 짭짤하면서도 고소한 볶음밥은 정말이지 환상의 마무리였어.

배가 터질 듯 불렀지만, 숟가락을 놓을 수 없었던 건, 그만큼 맛이 훌륭했기 때문이겠지. 옆 테이블을 보니, 다들 소주를 몇 병씩이나 비우고 있더라고. 나도 술을 즐겼더라면, 분명 몇 병은 거뜬히 해치웠을 텐데.
계산을 하려고 보니, 가격도 어찌나 착한지. 요즘 같은 세상에 이런 가격으로 푸짐하게 먹을 수 있다는 게 놀라울 따름이야. 역시 지역 주민들이 추천하는 맛집은 다 이유가 있다니까.
나오는 길에, 주인 아주머니께서 어찌나 친절하게 인사를 해주시던지. 마치 오랜 단골손님을 대하는 것처럼 따뜻하게 맞아주셔서, 기분 좋게 식당 문을 나설 수 있었어.

‘대명닭갈비’는 태백에서 맛본 최고의 물닭갈비집이었어. 슴슴하면서도 깊은 맛이 느껴지는 국물, 야들야들한 닭고기, 푸짐한 채소, 그리고 볶음밥까지, 어느 것 하나 빠지는 게 없었지. 특히 어릴 적 엄마가 해주시던 그 맛을 다시 느낄 수 있어서 더욱 특별했던 곳이야.
태백에 간다면 꼭 한번 들러보라고 강추하고 싶어. 후회는 절대 없을 거야. 아, 주차장이 따로 없으니, 그 점은 참고하는 게 좋을 거야. 그리고 화장실이 남녀 공용으로 딱 하나밖에 없으니, 미리미리 다녀오는 것도 팁이라면 팁이겠지?
다음에 또 태백에 갈 일이 있다면, ‘대명닭갈비’에 꼭 다시 들러야겠어. 그때는 소주도 한잔 곁들여서, 제대로 즐겨봐야지. 아이고, 생각만 해도 입에 침이 고이네.
